알맹이 빠진 9·26 주택공급…재건축 ‘맹탕 대책’
알맹이 빠진 9·26 주택공급…재건축 ‘맹탕 대책’
표준계약서 실효성 의문… 재건축부담금 합리화도 ‘속빈강정’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10.20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주택부족 대안없고
신도시 물량확대에 초점

공사비 증액 합의 유도
실제 효과있을지 불투명

소규모정비활성화 방안
자금난 도외시한 대책
정비사업 추가대책 절실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9ㆍ26대책이 ‘도심 주택공급 촉진’이란 핵심 내용이 빠진 맹탕 정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에 발표된 내용의 재탕 정책이거나 이미 입법 진행 중인 내용을 ‘대책’이라고 포장한 것에 불과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주택부족 문제의 핵심은 수요가 많은 도심 주택부족인데, 되레 도심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 물량을 확대하는 등 초점을 잘못 짚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민간사업 활성화 및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등을 두 축으로 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사비 증액기준 담긴 표준계약서…조합·시공자 거부하면 무의미

정부는 최근 정비사업 현장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공사비 증액 문제를 해소하고자 공사비 조정 기준이 담긴 표준계약서 제도 시행을 예고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골격은 표준계약서에‘원자재 수급불균형’상황 등을 명시해 객관적인 공사비 조정 기회를 제공하되, 이에 대한 품목조정률ㆍ지수조정률 등을 적용함으로써 합리적 수위의 금액을 유도해 원만한 해결에 이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 내용이 강행 규정이 아니라 양자간 합의를 바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효과가 있겠느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합과 시공자가 공사비 조정 결론에 불복하면 현재와 똑같은 갈등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위반을 근거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해결이 어렵다. 대법원까지 진행되는 3년 안팎의 소송 기간동안 사업이 사실상 중단됨으로써 조합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재건축 조합장은 “정부가 제안한 해법은 하나마나한 것”이라고 일축하며 “현재도 조합과 시공자가 체결하는 계약 내용에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도 불구, 공사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대부분 조합들의 계약 내용에 공사비 증액 기준으로‘소비자물가지수’,‘건설공사비지수’등 명백한 기준이 있다. 그런데, 시공자 측에서 자신들이 한 약속임에도 불구, 이 기준을 적용하면 손해가 난다며 착공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비춰보더라도 이번 정부 대책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조합장은 해법으로 오히려 금리, 건설인력, 원자재 가격안정 등 기초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같은 비현실적 대책보다는 오히려 이 같은 공사비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금리 조절 및 건설인력, 원자재 가격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화에 노력하는 게 조합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초환법 정부가 책임지고 국회 통과시켜야

이번 정부 대책에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도 포함돼 있는데, 이 또한 국회 탓을 하는 대신 정부가 책임지고 본회의 통과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심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악재로 재건축부담금이 손꼽히고 있는데, 정부 당국이 국회 탓을 하며 뒷짐지고 있어 조합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의 한 관계자는 “재초환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다”며 “재초환 제도의 존속으로 수억원대의 재건축부담금을 걱정하는 조합원들이 사업을 나중에 하자며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니, 더 이상 국회 탓을 하지 말고 정부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 법 통과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현장은 붕괴 직전”

이번 대책에는 소규모 정비사업 사업성 개선 방안도 포함돼 있는데, “현장을 모르는 대책”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예산 부족으로 소규모 정비사업 전체가 붕괴 직전인데 ‘면적 확대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해주겠다’는 식의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소규모 정비사업 현장의 애로점은 사업성 부족에 따른 고질적인 자금부족 문제다. 소규모 정비사업이다보니 은행도, 시공자도 사업 불확실성을 우려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돈이 없으니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기댈 곳은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뿐인데, 이 역시 매년 예산 배정을 받아 운용한다. 지난해 소규모 정비사업에 배정된 예산액은 약 4천여억원인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민식 목동2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장은 “사업을 할 수 없는 악순환 상태로 사업비, 운영비, 이주비 등 모든 것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9ㆍ26대책에서 정부가 기금융자 사업비를 50~70%로 지원하고, 금리는 1.9~2.2% 수준으로 차질없이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에서는 너무나 공허한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런 대책을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허그가 운용할 수 있는 조 단위의 소규모 정비사업 예산 확대”라고 말했다. 

소규모 관리지역 지정 시 규모를 기존 2만㎡에서 4만㎡로 확대하는 대안에도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규모가 4만㎡로 커질 경우 일반적으로 700가구 안팎의 단지가 건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소규모 정비사업’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럴바에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도정법을 적용, 보다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게 하는 낫다는 것이다. 

▲재건축 상가 지분쪼개기 금지는 효과 기대

이번 대책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상가 지분쪼개기 금지 대책이다. 아파트와 동일하게 지자체장이 정하는 고시일을 신규 조합원 권리의 취득을 막는 ‘권리산정기준일’로 정해 그 이후 지분 분할을 하면 현금청산 대상자로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현행 도정법에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는데, 일종의 편법으로 상가를 분양받지 않고도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행위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이런 편법행위들을 막게 되면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