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무분별한 대안설계 부작용에 곳곳 잡음
재건축 재개발 무분별한 대안설계 부작용에 곳곳 잡음
서울시·구청 공공지원자 ‘뒷짐행정’… 이래도 되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0.2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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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2구역 118프로젝트
조합 불신에 실현 불투명
대우건설 지위는 유지

흑석9구역도 ‘최고28층’ 안
롯데 허가 못받아 해지

방배6 도시계획도로 폐도
DL이앤씨 대안설계 묵인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대우건설의 재신임 여부를 물으며 내역입찰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비사업 조합 곳곳에서 시공자 선정 당시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안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공공지원자인 구청이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곧 시행을 앞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안에서도 관련 규정들을 강화했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공공지원자의 기망행위를 막기 위해 관리감독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재량행위에 불과한 처벌 규정들을 기속행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남2구역, 대우건설 118프로젝트 실현 가능성 불투명… 총회서 재신임 여부 따져

최근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의 총회에서 재신임 여부를 따졌다. 이는 대우건설이 시공자 선정 당시 제안한 118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총회 결과 재신임 안건이 가결되면서 시공자 지위는 유지하게 됐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고 시공자를 다시 뽑게 되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조합들이 결국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택한 것이다. 다만 대우건설은 내년 8월까지 118프로젝트 가능 여부를 알려주기로 하고 확정하지 못할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 보상하고 다시 재신임받겠다고 약속했다.

문제가 된 118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핵심 공약이다. 한남2구역 등 한남 재정비촉진구역 일대는  남산 경관을 위한 고도제한에 따라 최고 높이가 해발 90m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최고 높이 118m의 혁신설계안을 제안했다. 고도제한을 넘은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한남뉴타운의 고도제한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된 것이다. 이는 수주전 당시에도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무리한 대안설계 제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공공지원자인 구청이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수주전 당시 118프로젝트가 논란이 되면서 구청에 각종 민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구는 공문으로 “대안설계 외 경미한 변경의 범위를 초과하는 혁신설계안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과 조합의 입찰참여 규정 등의 위반이며 조합원들의 정확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혼선을 초래하는 명백한 위반행위”라며 “조합은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엄중히 조치해 달라”고 책임을 조합에 떠넘기고 방관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대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되면서 한남2구역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다시 재신임을 묻는 등 대안설계로 인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무책임한 공공지원자의 기망행위… 현장 곳곳에서 갈등 이어져

한남2구역뿐만 아니라 여러 현장의 수주전에서 대안설계가 논란이 됐지만, 공공지원자가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한 결과 여러 현장에서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구청이 수주전에서 논란이 됐을 때 제 역할만 했다면 애초에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업계의 강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시공자인 롯데건설과 시공계약을 해지한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롯데건설은 2018년 수주 당시 최고 28층, 11개 동의 대안설계를 내세워 시공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서울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최고 25층’층수제한에 막혀 설계변경안이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결국 계약해지까지 이어졌다.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역시 기존 시공자인 대우건설이 대안설계 반영 및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계약 해지까지 이르렀다. 

방배6구역 역시 기존 시공자인 DL이앤씨와 결별 과정에서 대안설계가 문제가 됐다. 조합은 DL이앤씨를 선정한 이후 입찰지침서 등에 따라 대안설계에 대한 설계도서와 세부 산출내역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인허가 제한으로 대안설계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출을 거부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수주전 당시 DL이앤씨는 구역을 가로지르는 15m 도시계획도로 폐도를 전제로 한 대안설계를 제시했다. 이들 현장 역시 수주전 당시에 실현 불가능한 대안설계에 대한 논란이 컸지만, 공공지원자는 항상 무책임한 자세로 그대로 방관했다. 

서울시는 시공자를 선정할 때 공사입찰에 필요한 설계도서의 작성 및 공사원가를 산출하도록 일명 ‘내역입찰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8년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안설계 관련 규정을 강화해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행계획의 원안설계를 변경하는 ‘대안설계’를 제시할 경우 정비사업비의 10% 범위 내 같이 경미한 변경만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공사비 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지원자가 이를 위반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질 않아 대안설계 제안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안설계가 오히려 수주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안설계를 제안하지 않을 경우 수주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여 들러리 입찰 오해까지 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역입찰제도를 통해 대안설계 제안을 막고자 한 기본 취지가 바로 대안설계를 통한 무분별한 공사비 상승 등을 막기 위함인데 공공지원자가 이를 위반해도 방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든지 오래”라며 결국 향후 설계변경 과정에서 발목을 잡아 공사비 인상 및 사업지연의 주된 요소가 되면서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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