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기본 동력인
용적률 40%p 낮추고
조건도 까다롭게 적용
기부채납 혜택도 불가
종전기준 적용한 곳과
비교땐 용적률 큰차이
사업포기하게 만들어
경사지 많은 곳 직격탄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기준용적률 하락에 따른 사업성 부족으로 부산광역시 신규 재건축사업에 사업중단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가 203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시행하면서 용적률 산정 점수표를 적용해 재건축 기준용적률을 대폭 낮추는 한편 기부채납 인센티브 총량제를 적용해 사업성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기본 동력이 용적률 상향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인데, 부산시가 용적률은 낮추고 조건을 까다롭게 해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는 재건축 추진준비위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새 기준 적용하니 용적률 추락
우선, 기존 ‘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과 ‘2030 정비기본계획’간 급격한 용적률 상한 폭 차이로 인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20 기본계획 상황 하에서 충분히 사업이 가능했던 곳이 2020년부터 시행한 2030 기본계획을 적용하면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2030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기준용적률을 대폭 낮춘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당감1구역 재건축 사업지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당감1구역과 인근 A구역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할 정도로 가까움에도 불구, 두 구역 간 사업계획 용적률 차이가 45%p 이상 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접 지역이어서 사업조건이 대동소이함에도 불구, 어떤 정비기본계획을 적용받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상황이다.
당감1구역 추진준비위 관계자에 따르면 종전 2020 정비기본계획을 적용해 재건축사업을 추진한 A구역은 기준용적률 240%에, 각종 기부채납에 따른 상한선 없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최종 사업계획 용적률로 265%를 받아 현재 사업이 순항 중이다.
반면, 차기 기본계획인 2030 정비기본계획을 적용받은 당감1구역은 기준용적률이 40%p나 깎인 200%(주거관리구역으로 분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부채납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와 20% 인센티브가 가능한 지역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해도 용적률은 230% 안팎에 불과할 전망이다.
기부채납 인센티브도 기대할 게 별로 없다. 2030 정비기본계획에서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총량제를 적용해 기본계획상 용적률 총량을 뛰어넘을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용적률 기준 차이에 따라 인접한 A구역의 신축 가구수는 1,500여가구에 이르지만, 당감1구역은 이곳의 반토막 수준인 800~900여 가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근 A구역 사례를 통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한 당감1구역 조합원들은 급격하게 낮아진 용적률 때문에 거액의 분담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창호 당감1구역 준비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부산시의 과격한 정비기본계획의 방침 변경 때문”이라며 “갑작스럽게 기준용적률을 낮춰버리니 기존 2020 정비기본계획 수준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사업장들이 대폭 깎인 용적률을 받아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는 앞으로 2030 부산시 정비기본계획을 적용하는 모든 신규 재건축 사업장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중대 사안”이라며 “협회 활동을 통해 참여 구역들을 모아 시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해법 모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 정비사업이 시급한 곳임에도 불구, 언제 사업을 시작했느냐는 외부 변수에 좌우해 사업성이 좌우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감1구역은 1981년에 사용승인을 받아 올해 43년차에 접어든 부산에서도 보기 힘든 노후한 5층 재건축 아파트다. 아직도 집에서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재건축사업이 필요함에도 불구, 시의 무분별한 용적률 규제로 인해 사업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상황 만드는 부산시 용적률 산정표
빈익빈 부익부 사업 상황을 초래하는 ‘용적률 산정 점수표’도 추진준비위원회의 비난의 대상이다.
용적률 산정 점수표는 2030 부산시 정비기본계획에서 새로 도입한 제도로, 요약하면 각종 사업지 현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해당 구역의 성격을 규정한 뒤, 이를 기준용적률과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 취지에 따르면 사업부지 현황이 좋은 곳은 용적률을 더 많이 받고, 열악한 곳은 상대적으로 적은 용적률을 받게 된다.
문제는 경사지와 구릉지가 많은 부산 지역에서 많은 피해 현장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동래구 화목타운아파트가 이 같은 용적률 산정 점수표에 의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화목타운아파트의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지역과 1종ㆍ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의 용적률 산정 기준표에 따르면 화목타운아파트는 10% 이상의 면적이 녹지지역에 해당해 -30점 대상이며, 경사지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점수표 상의 최하위 등급인 ‘경관관리구역’에 해당, 180% 기준용적률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 용적률 산정 점수표가 객관적인 정량기준에 집중한 나머지 화목타운아파트의 딱한 사정을 고려할 구제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화목타운아파트는 1990년에 준공해 올해로 34년차에 접어든, 현재 용적률이 289%에 이르는 노후한 15층 아파트다.
15층에 용적률 289%라는 고용적률 아파트임에도 불구, 2003년 일반주거지역 종세분 과정에서 녹지지역ㆍ1종ㆍ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현재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화목타운아파트는 현 부산시 2030 정비기본계획을 원칙적으로 적용할 경우 재건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에서는 종상향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영미 화목타운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장은 “2030 정비기본계획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계획 용적률이 229%에 불과해 현재 아파트 용적률인 289%에 한참 모자라 명백하게 재건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003년 당시 일반주거지역 종세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해 종상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준비위원장은 “기존 용적률이 289%에 달하는 곳을 2003년 당시 자연녹지지역과 1종ㆍ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명백한 문제”라며 “시에 탄원서를 제출해 자연녹지지역과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으로 종상향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