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 조합 보호막이 없다
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 조합 보호막이 없다
건설사 강공에 수세 몰린 조합… 실태점검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1.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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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3주구 164억 손배
이도주공도 90억 판결
방배5구역도 전전긍긍

시공자들 손배청구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조합들 재협상 나서

시공자 계약 해지하면
반드시 손해배상해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합이 시공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건설사들은 시공자 계약 해지 이야기가 나오면 큰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반포아파트3주구 재건축조합, 현대산업개발에 164억4천만원 손해배상해야

최근 법원에서 서초구 반포아파트3주구 재건축조합이 시공계약을 해지한 전 시공자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약 164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재판장 이상원)은 지난 9월 7일 현대산업개발이 반포아파트(제3주구)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7년 10월 재건축 공사의 예정가격을 약 8,087억원으로 정하고,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해당 입찰은 3차 입찰까지 현대산업개발만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되며 조합은 수의계약방식으로 전환, 시공자로 현대산업개발을 선정했다. 

하지만 특화 설계와 공사비 등을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 본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이에 조합은 현산이 2차례에 걸쳐 협상 종료를 통보한데다, 시공자 선정과 계약체결 과정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공문을 발송하고 2019년 1월 임시총회를 개최해 시공자 선정 취소를 결의했다.

현산은 조합이 공사도급 본계약 체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시공자 선정을 취소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현대산업개발 측이 입찰금액 산출 시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지하철 연결통로 공사비를 반영하지 않았고, 질이 낮은 마감재를 공급하는 등 기준 조항과 참여 규정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결국 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 줬다. 입찰이 ‘내역 입찰 방식’으로 이뤄졌고, 시공사도 조합으로부터 제공받은 원안 설계도서와 물량내역서를 토대로 입찰금액을 산출했다는 점에서 입찰효력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하철 연결통로 공사비와 관련해서도 공사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데다 지하철 9호선 운영주체와 협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합이 제시한 마감재를 적용하지 않아 입찰제안이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조합이 제시한 마감재를 시공사가 일부 적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입찰금액을 다시 산출해야 한다거나 입찰제안이 참여 조건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합이 손해배상할 금액은 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공사를 이행했을 경우 얻게 되는 이익의 4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공자 선정 취소로 재건축 공사를 위해 투입해야 할 시간적·금전적 비용 지출이 대부분 없어졌고, 사업비용 지출이나 사업성 위험을 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인정한 이행이익은 약 411억원으로 40%인 약 164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제주 이도주공2·3단지 전 시공자에게 손해배상금 90억원 물어내야

제주지역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인 이도주공2·3단지 재건축사업도 기존 시공자인 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에게 약 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조합은 지난 2017년 현대산업개발과 한화건설 컨소시엄인 비전사업단을 수의계약방식을 통해 시공자로 선정했고, 2018년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조합과 컨소시엄은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논의했지만,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조합이 컨소시엄의 개선 의지를 문제 삼으며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컨소시엄은 즉각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기대 시공이익 100억원, 입찰 보증금 30억원 등 총 130억원 규모다.

법원은 조합의 무리한 계약조건 변경이 주된 요인이라며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협의 과정을 살펴보면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점은 조합 측이 비전사업단에 무리한 계약조건 변경을 계속 요구한 것이 핵심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며 결국 조합은 본계약 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합은 본계약을 체결을 앞두고 이도주공1단지 재건축사업과 비교해 계약조건이 불리하고, 마감재 변경과 지형 여건을 감안한 공사비 기준을 변경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전사업단과의 계약을 해지했는데 가계약 체결 당시 포함된 사안에 대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추가적인 계약조건의 변경 등을 요구하다가 시공자 선정을 취소했다면 예약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조합이 현대산업개발에 49억5,946만원, 한화건설에 40억5,774만원 등 총 90억1,7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방배5구역 재개발 손해배상금 50억원 더욱 올라가나

최근 대법원에서 서초구 방배5구역 재개발조합과 기존 시공사인 LPG(롯데·포스코·GS)의 소송에 대한 원심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손해배상액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서초구 방배5구역의 경우 시공자 교체 후 기존 시공자였던 LPG사업단으로부터 2천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돼 현재 대법까지 수년간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판결을 통해 1심에서 400억원, 2심에서 50억원으로 손해배상액이 줄어들었다. 

방배5구역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은 선정당시의 계약서안과 실제 체결한 계약서 내용이 상당부분 차이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조합은 수차례에 걸친 자금대여 독촉에도 시공자가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계약해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LPG 사업단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재판부는 사업단에게 4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며, 이어진 2심에서는 재판부가 손해배상 경위 등 간접적 사실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감액하여 3사 합계 50억원의 손해배상금만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해제 됐고 2심에서 구체적 근거 없이 50억원으로 손해배상액을 판단해 위법하다고 판단, 원심에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및 판단하도록 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에 향후 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액 50억원에 대해 다시 판단할 예정이며, 대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배상액은 50억원에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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