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직접설립’에 기울어진 입안동의서… 주민 뜻 왜곡 우려
재개발 ‘조합직접설립’에 기울어진 입안동의서… 주민 뜻 왜곡 우려
서울시 엉터리 행정양식에 사업장 주민들 반발
  • 최진 기자
  • 승인 2023.12.11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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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관4구역 재개발사업 동의·반대항목에 반발
마천5구역도 양식 불만... 마천2구역은 갈등 변수 
편향된 정보·선택 강요... 징구절차 지연 등 초래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 재개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정비계획 입안동의서 양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 갈등요소로 부각되는 ‘조합직접설립’ 제도가 입안동의서 안에 편향된 형태로 삽입되면서 불필요한 징구절차와 주민갈등 요소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불만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입안동의서가 주민 의사를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속하게 동의서 양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합직접설립 품은 입안동의서… 사업지연·주민혼란 부작용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구 석관4구역 재개발사업은 최근 정비계획 입안동의서 징구 절차에서 주민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합직접설립에 관한 동의/반대 항목이 입안동의서에 삽입되면서 주민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입안동의서 내용이 조합직접설립으로 편향적이다 보니, 추진위 구성에 찬성하는 주민들까지도 조합직접설립에 동의를 표시했다가 취소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동의서 재징구 절차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통기획 1차 후보지인 서울 송파구 마천5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입안동의서 양식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정비계획 수립과 딱히 관련도 없는 조합직접설립 항목이 포함되는 바람에 이를 잘못 기재한 주민들이 동의서를 다시 작성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천5구역은 오랫동안 지역 재개발을 추진해 온 하나의 준비위원회가 안정적으로 사업절차를 밟아오고 있는데, 불필요한 조합직접설립 항목이 더해지면서 징구절차만 지연된 상황이다.

마천2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정비계획 입안동의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해당 사업장은 민간재개발을 수년간 추진해온 준비위원회 1곳과 공공재개발 등 사업유형에 관계없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준비위 1곳이 대립중인 곳이다. 

결국 민간 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준비위의 노력으로 지난 2021년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조합직접설립 제도가 주민갈등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진위 생략하고 공공지원 받고? 편향된 정보제공이 갈등 키워

조합직접설립 제도는 공공지원자(구청)와 주민협의체가 추진위원회 구성절차를 생략하고 조합을 설립하는 제도다. 이론적으로는 추진위 구성이 생략됨에 따라 사업기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일선 정비현장에서는 소형 재건축단지 3곳이 성공사례의 전부이고 재개발의 경우 아예 사례가 없을 정도로 외면당해온 제도다.

정비업계의 우려에도 불구,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정비계획 입안동의서를 수정하면서 조합직접설립에 관한 동의/반대 항목을 토지등소유자 의견 항목에 삽입했다. 추진위 구성과 승인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사업기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현행 입안동의서는 토지등소유자의 인적사항, 소유권 현황 등과 더불어 △정비사업 추진에 관한 동의/반대 항목과 △조합직접설립 동의/반대 항목이 명시돼 있다. 

조합직접설립 항목은 “추진위 구성 생략”이라는 설명이 덧붙어 있고, 그 밑으로는 “공공지원으로 조합직접설립 추진함을 알려드린다”는 설명이 밑줄로 강조되고 있다.

정비업계는 서울시가 입안동의서 양식을 수정해 조합직접설립에 대한 장점만을 편향적으로 알리면서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위 방식을 위한 별도의 선택항목이 없고 △오직 조합직접설립을 선택해야만 공공지원을 받는 것처럼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예산지원은 추진위 방식도 동일한 요건이기 때문에 비대칭 정보를 강조하는 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진위·조합직접설립 노선결정… 공정한 선택항목 개선돼야

조합직접설립 제도가 외면 받는 이유는 실익이 적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조합직접설립 제도는 공공이 선정한 외부 전문가가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조합설립 동의율을 75%까지 달성해야 하는데, 추진위와 주민협의체라는 단체의 구성만 다를 뿐, 수행업무는 동일하다.

오히려 주민협의체는 위원장이 직무유기나 사업에 문제가 발생해도 주민이 집행부를 교체할 수 없다. 위원장 선출·해임 권한이 오직 지자체장에게 있어, 결국 민간 정비사업 초기부터 공공에게 권력이 편향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가 낮선 지역의 재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의서 징구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인사권이 모두 지자체장에게 있어, 주민의견보다는 지자체장의 한마디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불만도 있다. 또 정비업계 종사 이력을 근거로 위원장에 선출된 외부인이 위원장 지위를 활용해 해당 정비구역 이권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원기 마천2구역 신통기획 재개발 준비위원장은 “조합 직접설립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선 재개발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재징구절차를 발생시켜 오히려 사업지연과 주민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주민갈등으로까지 불씨가 번지고 있다”라며 “조합직접설립제도 활성화를기 위해 꺼내든 입안동의서 양식이 현장에서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신속한 제도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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