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딴지걸고, 위법·갈등… 신탁방식 정비사업 곳곳 ‘잡음’
지자체 딴지걸고, 위법·갈등… 신탁방식 정비사업 곳곳 ‘잡음’
신탁사 전문성·투명성 논란 일파만파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2.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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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일대 재개발사업장 3곳
군포시 ‘도정법 위반’ 공문
상근직원 미배치도 지적

신길우성2차·우창 재건축
시공자·주민 갈등 ‘파열음’
논란 증폭에 사업 지연
상계주공5단지도 반발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사업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면서 신탁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춰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신탁방식을 선택했지만,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자체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신탁방식을 선택한 단지 내에서 신탁사의 위법, 사업 진행 방식에 따른 소유자 간의 대립 등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신탁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군포시, 관할 정비사업 현장에 신탁사 ‘도정법 위반’ 공문 발송

경기도 군포시가 시내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으로 추진 중인 현장의 신탁사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대한 의견제출을 통지하면서 신탁사의 전문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군포시청은 산본1동1지구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 산본1동2지구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 금정역세권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등 처분을 위한 사전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군포시는 사업시행자인 신탁사가 정비사업위원회로 하여금 정비사업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운영비용을 신탁 수수료가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부담할 차입금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탁사가 해당 현장에 상근직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군포시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하지 않은 정비사업위원회의 정비사업 업무 및 정비사업 관련된 일체의 업무 수행을 금지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운영비로 사용하는 비용을 신탁 수수료에서 지급하라는 내용의 사전 처분을 내렸다.

또한 자금차입내역과 금전출납부 등을 토지등소유자가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간에 즉시 공개하라는 내용의 이행명령도 내렸다. 신탁방식에서 신탁사들이 운영규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주민대표기구를 운영해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공공이 지정개발자로 사업시행자가 될 경우 주민대표회의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신탁사가 사업시행자일 경우 주민대표기구 격인 정비사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별도로 주민대표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군포시가 이를 지적한 것이다. 

군포시의 지적에 신탁사들은 정비사업위원회 구성 및 운영, 그리고 역할에 대해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행규정과 운영규정, 정비사업 예산 안건을 모두 전체회의에서 의결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정비사업위원회 운영비는 사업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탁수수료가 아닌 사업비 차입금에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군포시의 공문으로 인해 신탁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투명성과 전문성을 장점으로 내세운 신탁방식이 법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임의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신탁사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다른 사업방식을 참고해 임의로 정비사업위원회 등을 운영한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법에 근거가 없는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상계5단지 등에서 건설사 협상 단계에서도 ‘삐걱’

신탁방식은 사업 초기부터 전문인력이 투입돼 사업을 관리하는 만큼 시공자와 주민 간 예기치 않은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추진 현장에서 건설사간 협상 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어 신탁사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먼저 문제가 된 곳은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사업이다. 이곳은 2020년 7월 정비구역 지정 후 같은 해 9월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선정, 2022년 5월 시공자로 대우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한국자산신탁이 소유주들 의견 수렴 없이 설계안, 시공 계약 등의 가계약을 진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또 가계약서에서 시공사 대표 이름 및 계약 조항 순번 오기 등 다수의 오타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초 써밋 브랜드와 혁신안 적용 여부는 소유주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자산신탁은 소유주들 의견 수렴 없이 기존 설계로 건축심의를 받고 가계약을 진행했다.

또한 혁신설계안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심의를 받으면서 향후 혁신안을 반영해 ‘중대한 설계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건축심의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주민들은 혁신설계안 적용에 대한 결정을 확정 짓고 이를 토대로 가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런 문제는 방지할 수 있었다며 신탁사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해당 논란이 커지면서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 9월 사업시행계획 신청을 위한 소유주 전체회의가 성원부족으로 무산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이 사업시행자인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올해 초 시공자로 선정된 GS건설의 제안 조건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큰 핵심은 48개월이라는 긴 공사기간과 물가상승 적용방법으로 인해 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토지등소유자 5분의 1 이상 발의로 소유주 전체 회의를 열고 정비사업 위원회 해임, 시공자 선정 취소 여부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주민전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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