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없이 사업 추진?...포퓰리즘 논란
재건축 안전진단 없이 사업 추진?...포퓰리즘 논란
1·10 부동산대책 높은 공사비·고금리 대책 無...정비사업 활성화 역부족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4.01.25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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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없이 구역입안
추진위도 곧바로 구성

재개발
노후도 60%로 완화
구역지정·동의요건 개선
허그 보증대상 확대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새해부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책의 핵심은 도심 내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진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현재 정비사업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부분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높은 공사비 등으로 인한 사업성 하락인데 관련된 내용 없이 전 정부에서 강화된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올해까지 주택 100만 호 공급’이라는 목표를 밝혔지만 달성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용도의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10 부동산 대책 발표… 노후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사업 추진 가능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위축된 민간주택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공공주택 공급물량을 14만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54만호 이상 공급해 작년과 올해 100만호 공급을 채우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올해 공공주택 공급을 당초 계획(12만5천가구)보다 늘어난 14만가구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 공공주택 공급량에 비해 6만가구 늘어난 규모다.

먼저 준공한지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는 빠르게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현재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개선한다. 또한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는 곧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추진위 구성 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개발 역시 기준이 완화된다. 신축빌라 혼재 등 부지 특성상 재개발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2/3 이상에서 60%로 완화한다. 노후도 외 접도율이나 호수밀도 등을 충족하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정비구역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유휴지, 복잡한 지분관계로 방치된 자투리 부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구역지정 및 동의 요건 등을 개선한다. 또 공유자 동의요건도 전원 동의에서 3/4 동의로 변경할 계획이다. 

사업성 제고 차원에서는 사업 초기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관리처분 이전에도 계획 수립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기금융자 제공 및 HUG 보증대상을 확대한다.

대책에는 공사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공사비 조정 시 사용지수, 공사비 세부산출내역, 공사비 조정 가능시기 등을 규정한 표준계약서를 배포한다. 지자체의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해 실효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갈등 해소를 지원한다.

정부는 오는 2월 이같은 제도 개선안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총 95만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재건축 착수가 가능한 곳은 55만가구, 지방은 20만가구다. 재개발의 경우 수도권은 14만가구, 지방은 6만가구다.

이밖에도 소규모 정비사업 또는 도심복합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사업 문턱을 낮춘다. 인접 도로 건너편까지 구역 지정을 허용하고, 노후도 요건도 현행 2/3에서 60%로 낮춰 사업 대상지를 확대한다.

또 사업성이 부족해 자력 개발이 어려운 단지는 LH가 참여해 사업성을 보완할 계획이다. 조합 설립 주민 동의율 기준을 80%에서 75%로 완화하고, 통합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절차도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규제 완화는 큰 효과 없을 것… 총선 앞두고 민심 끌기용 대책에 불과

업계에서는 이번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지속적으로 규제를 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로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대책이 각종 규제 완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비사업의 사업성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정비사업 활성화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한 안전진단 절차 없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에 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다. 정부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해서는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한데 총선을 앞두고 법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 심사와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총선 이후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여소야대’정국이 유지된다면 법 개정에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현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책들을 골자로한 법 개정안들이 1년 넘게 개정이 미뤄졌고, 일부는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효성은 없고, 총선을 앞두고 민심용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쉬워지면서 여러 현장에서 정비사업 추진 움직임이 일어나지만, 실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뉴타운사업’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기간 뉴타운사업을 통해 재개발사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많은 현장들이 사업 추진 동력을 잃고 결국 구역 해제됐다.

이에 이번 대책으로 사업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현장은 늘어나겠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등 사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문턱을 넘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당장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고금리와 높은 공사비로 인해 정비사업이 주춤하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대책이 즉각적인 공급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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