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공사비↑·고금리…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찾기 힘들어
부동산↓·공사비↑·고금리…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찾기 힘들어
삼중고에 사업지연 어쩌나
  • 이다인 기자
  • 승인 2024.03.1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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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지 입찰도 잇단 유찰… 건설사 옥석가리기 심화 
신탁사와 공동전선 구축… 리스크 최소화에 주력

잠실우성4차 3번째 유찰… 공사비 3.3㎡당 50만원↑
신반포 27차 총공사비 5%넘게 늘려 입찰 진행

 

[하우징헤럴드=이다인 기자] 과거에는 노른자 땅이면 수주 깃발을 꽂기 위해 재빠르게 뛰어들었던 건설사들이 부동산시장 침체, 공사비 상승, 고금리가 장기화되자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시공자를 찾지 못하는 현장들이 늘어나면서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업비 증가와 주민갈등을 야기시키는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사비가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 공사비에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하소연이다.

일부 시공자들은 조합이 신탁방식으로 전환해 신탁사가 사업에 참여한다면 그때 시공자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

신탁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어 시공자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3구도 여지없이 유찰

강남권 재건축사업이라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출혈경쟁도 감행했던 시공자들이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주경쟁을 피하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사업의 시공자 선정을 위한 1차 입찰은 유찰됐다. 가락삼익맨숀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1차 입찰의 현장설명회에 8개 시공자가 참여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막상 입찰 마감일인 2월 16일에 뚜껑을 열어보니 무응찰로 유찰됐다. 

조합은 1차 현장설명회 이후 정해진 기한 내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대우건설, 현대건설 2곳이 이를 제출하며 수주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2개 업체 모두 입찰보증금 납부 마감일에 입찰 의사를 철회하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유찰도 낮게 책정된 예정 공사비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합이 입찰공고문을 통해 제시한 총공사비는 6,340억9,200만원으로 3.3㎡당 약 810만원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일반 브랜드 수준의 공사는 가능하지만 조합이 원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엔 너무 낮다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고급화를 위해선 3.3㎡당 900만원 이상은 책정해야 하이엔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차 유찰 후 조합은 1차 입찰과 동일한 공사비로 2차 입찰을 공고하고 지난달 28일 2차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7개 시공자가 참여했으며 1차 입찰에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던 대우건설은 현설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던 현대건설만이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며 2차 입찰 역시 유찰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강남권 재건축 요지로 평가받는 잠실우성4차는 2번의 유찰 끝에 공사비를 올려 3차 입찰을 진행한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앞서 1, 2차 입찰 모두 총공사비 3,580억, 3.3㎡당 76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1, 2차 현장설명회 이후 조합이 정한 기한까지 입찰참가확약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잠실우성4차 조합은 3.3㎡당 공사비 50만원 올린 810만원으로 시공자 재선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최근 시공자 선정에 나선 개포주공5단지 공사비 예가인 3.3㎡당 840만원에 비하면 낮은 수준으로 시공자들의 입찰 전망은 부정적이다. 

신반포27차도 첫 번째 입찰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두번째 입찰을 진행한다.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1차 입찰은 앞선 현장들과 마찬가지로 입찰 전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8개 업체가 참여해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입찰에 참여한 시공자는 한 곳도 없었다. 조합은 1차 입찰에 총공사비 984억2,972만6천원, 3.3㎡당 약 908만원을 제시했음에도 시공자들의 반응은 잠잠했다. 

예전엔 반포동 입지적 특성과 상징성으로 인해 재건축 수주경쟁이 치열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더군다나 신반포27차는 나홀로아파트라 시공자들이 제시된 공사비를 받아도 사업성이 나오지않아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시공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반포27차 조합은 총공사비 1,038억7,353만6천원, 3.3㎡당 약 958만원으로 인상해 입찰을 다시 진행 중이다.

▲공사비 올리고 입찰보증금 줄여도 계속되는 유찰

모두가 수주경쟁을 점쳤던 강남3구 주요현장들도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업성이나 입지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더더욱 시공자를 찾기 쉽지 않다. 2차례 유찰뿐만 아니라 5차례 입찰을 진행하는 현장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당9구역은 2022년 11월부터 공동사업시행자 방식으로 4차례나 시공자를 찾아 나섰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시공자를 찾지 못했다. 조합은 1차 입찰에서 3.3㎡당 공사비 742만5천원을 제시했으나 무응찰로 유찰됐다. 2차 역시 동일한 공사비로 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3차 입찰은 앞서 제시한 공사비보다 97만5천원 증가한 840만원을 제시했음에도 무응찰로 유찰됐다. 4차 입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합은 공사비 관련 내부 논의를 통해 5차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공자 선정을 위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공사비를 올렸음에도 시공자들의 선별수주로 인해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고 있어 많은 조합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시공자를 선정하더라도 향후 공사비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합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중견건설사 역시 수주를 꺼리면서 소규모 정비사업도 시공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 서구 창대빌라 일대 가로주택조합이 지난달 22일에 진행한 5차 입찰도 유찰됐다. 앞서 현장설명회에 3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입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조합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첫 번째 입찰을 공고하며 시공자를 찾아 나섰지만 이어지는 시공자들의 외면에 입찰보증금을 15억원에서 최종 5억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진행 중이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마포로1-10지구는 2차 입찰에서 3.3㎡당 공사비 1,050만원을 제시했다. 마포로1-10지구 조합은 앞서 1차 입찰에서 3.3㎡당 공사비 930만원을 제시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이에 조합은 공사비는 올리고 입찰보증금은 100억에서 70억으로 줄여 재공고를 진행 중이다. 

강북구 보광연립 재건축사업도 공사비를 올리고 입찰보증금을 낮춰 3차 입찰을 진행 중이다. 보광연립은 앞서 1차 입찰에 3.3㎡당 공사비 670만원과 입찰보증금 35억원을 제시했으나 유찰됐다. 

이어 2차 입찰에 3.3㎡당 700만원과 입찰보증금 20억원을 제시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에 3차 입찰에 1차 입찰보다 3.3㎡당 100만원 증액한 770만원으로 입찰을 진행 중이며 오는 19일 입찰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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