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사업 위기극복 근본 해법은 없나
재개발·재건축사업 위기극복 근본 해법은 없나
공사비·금융비·경기침체 ‘삼중고’ 타개책
용적률 체계와 기부채납 구조 손질 필요
  • 최진 기자
  • 승인 2024.04.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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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인상에 사업 제동…조합·건설사 곳곳 갈등
1기신도시 재정비 위해서는 사업성 지원정책 필요
효과無 공사비 검증 대신 기부채납 기준 완화해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일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절차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착공을 앞두고 공사비가 폭등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사비 협상과정에 집중해 공사비 검증절차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의 근본적인 수익·지출 구조를 감안한 획기적인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용적률 체계와 기부채납 구조를 손질해 재개발·재건축조합에 부담되는 무게를 줄여야 정비사업의 안정성은 물론, 구도심 개선과 주택공급 선순환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 인상에 줄줄이 사업제동… 조합vs건설사 갈등

최근 정비업계에서는 공사비 폭등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사비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건설원자재 가격상승이지만, 인건비와 금융비 등 추가적인 인상요인들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전반적인 정비사업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특성상 한번 치솟은 공사비는 다시 인하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사업성 문제가 향후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현장으로 평가되며 분양물량만 4,786가구에 달했던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지난 2022년 4월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공사비 폭등 우려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후 정비사업 공사비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개발,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강남구 반포1단지1·2·4주구 재건축,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등에서 공사비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정비사업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는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조합원 분담금 산출에도 경고등이 켜지는 상황이다.

최근 동작구 노량진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예상치를 웃돌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예상했던 조합원 분양가는 8억7천만원 수준이었는데, 공사비 증액으로 11억원 수준까지 널뛰면서 조합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다.

앞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11월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원 분담금 폭탄 논란이 터지면서 시공계약 해지절차를 밟았다.

▲정부는 공사비 검증절차에 집중… 업계 “근본적인 사업지원책 필요”

공사비 인상 문제로 주택공급 위기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하면서 시공계약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공사비 검증기관으로 지정해 공사비 갈등해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하지만 조합의 협상력과 건설사의 양심에 따라 공사비를 결정할 수밖에 없어, 공사비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 표준계약서가 금리인상 및 분양시장 침체 등 유동적인 건설경기 흐름을 반영하지 못해 향후 세부적인 시공계약 과정에서 변수조항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시행구조 측면에서 사업성을 높여주는 지원책이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정비사업의 지출구멍이 커지는 만큼 침몰을 막기 위해서는 구멍을 줄여낼 근본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용적률 체계와 기부채납 부담을 크게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강남이나 잠실 등 우수한 사업조건에 따른 수익성을 기준으로 정해놓은 기부채납 부담이 아닌, 사업성이 열악해진 최근의 사업조건을 반영한 기부채납 기준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지원책이여야만 향후 공사비 인상이 장기화되더라도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공사비와 금리인상, 건설경기 침체라는 삼중고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행정당국은 정비사업이 무조건적으로 수익사업이라고 판단해 다양한 공적부담을 떠넘겨버리기 일쑤”라며 “공사비·인건비 등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수십~수백억원 규모의 공적부담은 조합원 분담금 증가와 사업지연, 주택공급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기신도시 정비… 공적부담 완화한 사업성 지원책 절실

총선을 앞두고 개발이슈가 집중되는 1기신도시의 원활한 재정비를 위해서도 사업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고용적률이 적용된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원책을 상회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신도시 소유자들이 예상하는 조합원 분담금은 약 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과 공공기여 부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최근 평촌 목련2단지아파트는 최대 4억원의 추정분담금에도 불구, 리모델링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재건축이 추진되더라도 시공자 선정과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 이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분담금 증가분을 감안하면 기존 리모델링사업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기신도시 재정비의 경우 기존 규제성향의 용적률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 더불어 사업성을 낮추는 공적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라며 “1기신도시의 경우 실질적인 조례나 기본계획만으로 사업성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굳이 임대주택을 강요하지 않고 건축비와 토지비를 확보할 수 있는 공공분양을 적용할 수도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세밀한 지원책 설계가 선도지구 지정만큼이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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