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치솟는 공사비 속에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시행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공사비에 못 미치는 표준건축비로 매각돼 정비사업에 심각한 적자를 유발함과 동시에 사업성을 높이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잡아먹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축비는 민간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와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가 있다. 기본건축비의 경우 매년 3월·9월 정기적인 고시를 통해 건설원자재 가격상승을 반영해 왔다.
그러나 표준건축비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한 번도 물가반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2월에서야 10% 가량을 인상한 정도에 그쳤다. 현재 표준건축비는 3.3㎡당 약 370만원으로 기본건축비 673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조합이 임대주택을 공공기여로 제공하는 경우 지자체에 표준건축비만 받고 매각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매입에 적용하는 표준건축비는 3.3㎡당 약 380만원이라, 조합이 시공자에게 지불하는 실제 공사비와 시로부터 보전되는 금액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표준건축비가 실제 건축비의 50%도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비사업 손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공원이나 관공서과 같은 일반적인 기부채납시설의 경우 토지나 건축비를 지불하면 그만이지만, 임대주택의 경우 공사비 손실과 더불어 인센티브 용적률을 잡아먹으며 일반분양 물량까지 줄인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면적이 협소한 사업장의 경우 기부채납시설을 신축할 사업용지가 부족해 열악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의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어 정비사업의 핵심 악재로 꼽혀왔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기본공사비가 400만원 수준이고 정비사업의 이익이 컸던 시절에는 비현실적인 표준공사비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되는 최근 열악한 건설경기에서는 정비사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악재가 되고 있다”라며 “정비현장의 특성과 사업성을 고려해 기부채납의 유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임대주택 부담으로 획일화되는 공적기여는 시대흐름에 맞춰 시급히 손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제도의 도입취지를 상실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는 임대주택 제도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우리 단지에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월세만 300만원에 육박하는 호화오피스텔 가격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이미 임대주택 제도가 지향하는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성 지원에는 한참 범주를 넘어선 것”이라며 “임대주택 물량에 따라 공적기여 정도를 산술적으로 판단하는 탁상행정 만능주의가 정비사업의 수익구조를 파괴하고 기형적인 주거문화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