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공공지…정비사업 경미한 변경에 포함
사업 불확실성 줄여 유연한 사업계획 수립 가능
잠실5·방배5·응암2구역 등 사업지연 돌파구 열려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학교용지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학교용지와 공공공지 간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잠실5단지 재건축, 방배5구역 재건축, 응암2구역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곳곳에서 1년 넘게 사업을 막아오던 학교 신설 문제가 해결돼 사업에 활로를 찾게 됐다.
다만 경기도 등 전국 각지에서 학교 신설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1기 신도시 등의 정비사업이 가시화되면서 더욱 관련 문제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교 신설 취소돼도 정비사업 그대로 간다… 서울시 조례 개정
서울시가 최근 학교 신설 문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지금까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청이 갑자기 학교 신설을 취소하면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유정인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위원회 대안으로 지난 2월 29일 서울시의회 제322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안에는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사항에 ‘학교와 공공공지 간 변경 추가안’이 담겼다.
통상 최초 정비계획을 할 때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교육청 요청에 따른 공공기여로 구역 내 학교시설을 지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비계획 고시가 한참 지난 관리처분인가 직전 교육지원청이 교육부에 학교 건축과 관련해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한다. 이 심사과정에서 최근 학령인구 감소 영향으로 학교시설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아울러 기존에는 공공기여 방안이 바뀌었을 때 주민공람과 구의회 의견 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했다. 이 과정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걸리면서 여러 현장이 사업지연을 겪었다.
학교 시설 문제가 커지자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학교시설 결정 방안’ 개선안을 마련해 교육부 심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학교용지로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최근 조례를 개정하면서 서울시가 공공공지로 조성해놓은 땅을 학교시설로 바꿀 때 정비계획 심의를 다시 받지 않고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유정인 시의원은 “조례 개정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시 학교시설 설치 가능 여부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여 유연한 사업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학교를 폐지하면서 공공공지로 변경하는 것을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포함하면 절차를 다시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5구역 재건축, 1년여간 발목 잡은 학교 용지 문제 해결… 방배5구역, 응암2구역도 사업 활로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학교 신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1년여간 사업이 지연된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시는 제3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고 송파구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결정(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조례가 개정되면서 교육청과 발생했던 학교 용지 분쟁을 마무리지은 결과다.
이에따라 잠실5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28개동 6,491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잠실역 인근 복합시설 용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3종일반주거지역은 35층에서 49층으로 준주거 복합용지는 50층에서 70층으로 건축된다.
잠실주공5단지는 28년 전인 1996년부터 재건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3년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데 이어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0년 안전진단, 2013년 조합설립까지 마쳤지만 약 10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지 못했다.
특히 학교 신설을 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022년 8월 강동송파교육지원청(송파교육청)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에 '단지 내 약 1만4,400㎡ 규모의 신천초 부지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조합은 당초 신천초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단지 내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을 새로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시와 합의했지만, 신천초 부지가 교육부 소유 국유지라는 사실에 문제가 불거졌다.
1년여간의 논의 끝에 신천초 이전은 취소하기로 했다. 교육청이 신천초 이전 때 요구한 중학교 용지는 없애고 대신 공공용지로 변경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될 때 중학교 용지로 다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심의를 넘지 못해 중학교 신설이 완전히 철회되면 서울시는 각 부서에서 수요를 조사해 부지 활용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사업이 지연됐던 현장이다. 조합은 기부채납 제도를 활용해 아파트단지 내 초등학교를 신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착공 후 교육청이 단지 안에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최근 서울시와 서초구청, 방배5구역 조합은 학교로 계획됐던 용지에 다목적 체육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이 밖에도 성동구 응암2구역 재개발,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학교 용지를 놓고 논란이 생긴 바 있다. 최초 정비계획 수립 시에는 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시가 조례를 개정해 당초 계획된 학교 설립이 취소돼도 사업을 속행할 수 있도록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사업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교육청의 학교 신설 용지 기준이 오락가락하고 학령인구 산정 기준은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으면서 사업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 조례 개정을 통해 공공공지 및 학교 용지 전환이 용이해지면서 사업추진의 불확실한 요소가 제거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