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공공개입에 사업장 초비상
무분별한 공공개입에 사업장 초비상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11.25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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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공공개입에 사업장 초비상 
 
  
공공시행 ‘세운 촉진사업’ 표류… 제2 용산사태 우려
도시환경→도시계획시설로 사업방식 변경
청계상가·주민들 반발… 물리력 행사 시사
 
 

 

공공시행의 대표격인 세운 재정비촉진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24일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면서 종전 5구역을 5-1구역과 5-2구역으로 분리했다. 5-2구역으로 변경된 청계상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수용방식의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사업방식이 바뀌게 됐다.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이른바 서울시의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서는 청계상가를 수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용방식으로 사업방식이 변경되면서 청계상가 소유주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갑작스런 변화를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어 제2의 용산사태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달 13일과 20일 청계상가 주민들은 시위 등 물리력 행사에 대한 결의까지 마친 상황이다.
 

세운 재정비촉진사업이 주민반발로 출발부터 삐거덕 거리고 있다.
 

서울시의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 세운5구역이 5-1구역과 5-2구역으로 분리되면서 청계상가 소유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상가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구역이 분리됐다며 생존권 사수를 위해 물리력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무엇이 달라졌나=지난 3월 19일 고시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는 종로구 종로3가동 및 중구 입정동 등 세운상가 주변 43만8천585㎡로 총 6개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1단계 구간인 세운1구역(현대상가) 도시계획시설사업은 폭 50m, 길이 70m의 공원 조성사업이고, 이후 2단계인 청계천변의 세운2, 3, 5구역이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은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폭 90m, 길이 1㎞의 세운 녹지축 복원 및 청계천 보행접근이 가능하도록 계획됐다”며 “청계천의 수경축과 세운 녹지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연계한 세계 수준의 도심 관광명소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9월 24일 변경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의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 세운5구역(4만3천215㎡)이 5-1구역(3만8천576㎡)과 5-2구역(청계상가, 4천639㎡)으로 분리됐다. 이때 5-2구역은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사업방식도 변경됐다.
 

현재 5-1구역의 경우 지난달 29일 승인된 주민대표회의가 신청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가 이달 10일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됐다.
 

5-2구역은 지난달 1일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안) 열람공고를 거쳐 지난달 29일 도시계획시설(공원 등)사업 실시계획이 고시된 상태다. 이른바 2단계 세운 초록띠 공원 조성사업이다.
 

 
▲구역 분리 근거 ‘글쎄’=
하지만 세운5구역 분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계상가 소유주들도 서울시의 무대포 행정에 행정심판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서울시가 세운5구역을 두 개의 구역으로 분리한 근거는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중 사업시행계획에 있다.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중 사업시행계획에 따르면 세운1구역(광장)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포함돼 추진돼야 하지만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공공이 선 시행하고, 설치비용은 비용분담계획에 따라 세운4구역 사업시행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또 세운2, 3, 4, 5, 6구역은 구역경계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하되, 구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형평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15조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자를 해당지역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자와 서울특별시 사이에 세운상가 부분의 녹지축 조성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지역을 제외한 세운상가 부분을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청계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저밀도) 주민들이 과반수 동의로 LH와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했고, 이들과 녹지축 조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구역 분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서울시 논리대로라면 고밀도 지역인 상가 소유주들의 의견은 아예 배제해도 문제가 없다.
 

송달석 세운상가 가·나동 연합회장은 “서울시는 고밀도지역인 상가를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분리 시행할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권리 확보와 이주 등에 관한 사항을 사전에 면밀히 협의해 향후 사업시행자와 협약 체결시 반영하겠다고 공문으로 약속했다”며 “서울시의 거짓행정을 입증하기 위해 행정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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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대신 주민갈등 부추기는 서울시
 

■ 市政이 기가막혀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 서울시가 민민 갈등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변경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세운5구역은 저밀도인 5-1구역과 고밀도인 5-2구역으로 분리됐다.
 

면적이 넓고 토지등소유자 수가 적은 저밀도 입장에서는 면적도 좁고 토지등소유자 수가 많은 고밀도 상가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고밀도 때문에 영업 보상비는 늘어나고, 분양권 수는 적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밀도와 저밀도가 따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다. 서울시 계획대로 남북 녹지축 사업을 추진하려면 고밀도의 수용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울시가 이런 상황을 교묘히 활용해 저밀도 주민들의 동의만으로 구역분리가 가능하도록 촉진계획에 관련규정을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아가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대한 보상비용은 분리되기 이전 구역에 전가할 수 있는 규정도 있어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세운상가 가·나동 연합회는 올 3월 11일 촉진계획이 고시되기 이전 세운2구역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을 설명하는 SH제안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송달석 회장은 “제안서에는 세운2구역 토지등소유자를 258명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고밀도를 분리해 저밀도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저밀도 토지등소유자만들 대상으로 동의서를 징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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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주민 내쫓는 독단市政 좌시 않겠다”
 

송달석  
세운상가 가·나동 연합회장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위해 지금처럼 청계상가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물리적인 충돌은 물론 제2의 용산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서울시의 독단행정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
 

세운상가 주민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송달석 세운상가 가·나동 연합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일제히 분개하고 나섰다. 지난 9월 24일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졸지에 강제 수용 당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됐는데 어떤 게 문제인가=올해 3월 19일 고시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에서 세운5구역은 청계상가를 포함해 면적이 4만3천215㎡로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9월 24일 변경된 촉진계획에서는 청계상가를 5-2구역으로 따로 분리했다. 문제는 나머지 5-1구역은 종전대로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되지만, 분리된 청계상가는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수용된다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서울시에 모든 재산을 강제로 수용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구역분리에 대한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 주민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촉진계획 변경때 주민의견 수렴이 없었나=3월 19일 촉진계획이 고시된 이후 4월 6일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분리 시행할 경우 토지등소유자와 사전에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말 뿐이었다. 특히 서울시는 저밀도와 고밀도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해 민민갈등까지 부추겼다. 면적에 비해 토지등소유자 수가 많은 고밀도 상가를 일부러 배제하도록 저밀도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 교육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남북 녹지축 사업을 위해 고밀도 지역인 상가는 수용방식의 도시계획시설사업으로 변경하고, 도시계획시설사업에 들어가는 보상비는 저밀도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기부채납 형식으로 전가하는 이른바 ‘꿩 먹고 알 먹는’ 것으로 서울시가 판단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을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갑작스런 수용 소식에 상가 소유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상황에서 지난달 회의를 통해 시위는 물론 각종 물리력 행사를 위한 결의도 마쳤다. 이와 별도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다. 관련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세운상가 소유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생활을 영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공익도 무엇인지 이해하는 대단히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남북 녹지축사업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애초 세운 재정비촉진계획처럼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된다. 왜 상가소유주에게 수용이라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세운상가는 주거지가 아닌 생존의 장소라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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