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정책에 희생된 하우스 푸어
정부 주택정책에 희생된 하우스 푸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9.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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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


뉴타운사업계획안이 발표될 2006년 하반기 당시 부동산가격은 정점에 달해 서울의 주택가격이 연평균 30% 이상 치솟고, 강남지역의 아파트 값은 3개월 사이에 1억원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부동산 규제에만 매달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던 당시 정부는 공급확대를 통한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동탄2와 검단 등 제2기 신도시계획을 서둘러 발표하여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정책을 내 놓았다.

 

그러나 당시 주택시장에서는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시장의 규제가 풀려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은행이나 보험사 등도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어들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려 돈을 빌리기도 쉬웠다.


부동산 값을 잡는데 몰두했던 당시 노무현 정부는 주택시장의 상황전개에 크게 당황하여  “지금 집을 사면 패가 망신할 것”이라는 대국민 협박성 경고(?)를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발표하였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서 금융권의 자율과 주택시장의 가격기제를 정부가 통제하는 DTI규제와 분양가상한제 재도입이라는 극약처분을 내렸다.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규제로 거래가 끊기고 주택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무리한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마련한 경우 원리금 상환이 힘에 부쳐 주택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주택거래가 사라져 집을 처분할 수도 없어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1년말 기준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득의 40%를 넘는 과다채무 가구가 9.9%에 달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2005~2006년 집값이 급등할 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 푸어`를 108만가구로 집계하고 있다.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자 6명 중 1명은 하우스푸어로 추정하면서 대략 51조원 정도가 부실 위험에 놓여있다고 보고 있다.


하우스 푸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을 내포한 것이 집단대출이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거의 관행처럼 건설사의 주선과 지급보증으로 은행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중도금 등을 빌려주는 것이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의 규모는 4월말 금융감독원 추계로 102조원이며, 연체율은 1.56%였다.

 

즉, 1조6천억원 정도의 대출금이 연체되고 있어 일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4%의 네 배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집단대출 연체율은 1.18%였지만 올 들어 급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0.38%p가 올랐다.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한 원인은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격보다 낮아지자 수분양자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 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4월말 현재 집단대출과 관련해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계약의 무효ㆍ취소 소송을 제기한 분쟁사업장이 총 94개이고, 28개 사업장에서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송기간 중 원금과 이자를 연체하고 있는데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분양자들은 채무불이행자가 되고 연 20%에 달하는 은행권의 연체이자율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하는 것은 집단대출의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대출금을 대위변제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중산층 가계가 은행담보를 얻어 내집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파산의 위기에 빠지고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끝에 채무불이행자가 되고 하층민으로 침전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커다란 부담이자 위험이 될 것이다.

 

우리사회의 약속과 질서를 믿고 대출받아 집을 샀다는 죄아닌 죄로 인해 하우스 푸어는 파산의 궁지에 몰린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우스 푸어의 문제를 더 이상 투자에 실패한 개인의 문제로 애써 외면하지 말고 금융 및 주택정책 실패의 피해자로 바로 보아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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