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리모델링 시장도 위기감
부동산 침체에 리모델링 시장도 위기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06.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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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리모델링 시장도 위기감
 
  
리모델링 제도개선 지지부진… 사업장 곳곳 ‘파열음’
비용 증가 우려 사업중단 요구 늘어
시공자 속속 철수… 조합취소 사례도
 

리모델링 사업 장기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기대를 모으던 리모델링 제도 개선까지 지지부진해지자, 리모델링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도 발생하고 있다. 우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모델링 사업 흡인력이 약해지면서 동의서 징구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동의서 징구가 정체되자 사업 진행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사업 장기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 장기화로 인한 사업비용 증가를 우려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11월 착공한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 착공 이후 아파트 리모델링 착공 현장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지난 2002년 리모델링 제도가 국내에 도입됐던 이유는 공사비 절감, 사업기간 단축이었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공사 사업장에서 철수=리모델링 현장을 포기하는 시공사도 나오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청담 두산아파트 리모델링 공사의 시공자 자격을 포기하고 나섰다.
 

청담 두산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12월 행위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인허가 절차없이 곧바로 공사 본계약 후 이주 및 착공이 가능한 현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건설산업은 최종 공사비 협상 과정 중 조합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며 리모델링 사업 철수 수순을 진행시켰다.
 

2008년 5월 시공자 선정시 제시했던 3.3㎡당 309만8천원 보다 무려 3.3㎡당 약 77만원을 증액한 3.3㎡당 386만7천80원을 제시요구한 것이다. 동양건설산업 경영진은 △시공 경험이 없고 △공사비가 증액됐으며 △내부 자금 사정 등을 이유로 공사 포기를 밝혔다.
 

동양건설산업 측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회사도 자금 사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합은 결국 지난달 29일 총회를 통해 시공자 해지 안건을 의결하고 새로운 시공자 찾기에 돌입했다. 조합은 최근 시공능력평가순위 1~5위까지 5개 업체에 대해 입찰 참여 요청서를 발송한 상황이다. 
 

이같은 사업포기 움직임은 대형 건설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평촌 목련2단지 리모델링 사업에서 철수 수순을 밟았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업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조합과의 불협화음이 지속돼 왔다. 목련2단지 조합 역시 지난달 14일 총회를 통해 대림산업 시공자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해 대림산업 측에 통보하고 새로운 시공자 찾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공사 철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리모델링 상황이 지속되는 한 철수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에서 리모델링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리모델링 사업은 이윤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진행도 되지 않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합인가 취소 단지도 발생=사업장기화 여파는 조합설립인가 취소 단지도 만들고 있다. 인천 남동구청에서는 지난 11일 인천 신세계아파트의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인천 신세계 아파트는 지난 2007년 5월 최초 조합설립인가를 득했으며, 지난 2009년 한 차례 조합설립인가를 연장했다. 당시 조합설립인가를 연장하면서 1년의 연장 기한을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남동구청 측은 이로부터 1년 1개월이 지난 올해 6월 11일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한 것이다.
 

남동구청 관계자는 “1년의 기한을 더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지난해 조합설립인가 연장 처리를 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까지도 더 이상의 사업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청문의 절차를 거쳐 결국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아파트 조합 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세계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갖고 있던 토지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개인 토지가 있으며 경계부에는 국공유지가 있는 등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합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관청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해당 행정관청에서는 조합 스스로 해결하라는 답변을 했을 뿐 방관하고 있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당초 신세계 아파트가 최초 준공될 당시에 해당 행정관청 측 인허가 문제가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을 조합에게만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신세계 아파트는 이미 건축심의 단계까지 통과시켜 놓았으며 행위허가 동의서를 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당 부분 사업절차를 진행시켜 놓았다.
 

조합은 계속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 법적 구제절차를 통해 조합설립취소의 부당성을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이영복 신세계 아파트 조합장은 “인천 신세계 아파트는 기존 용적률이 240%로써 리모델링 말고 다른 주거환경 개선 방법은 없다”며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 법률적 구제절차를 통해 사업을 원상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한정된 2년 규정을 들어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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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안 추진동력 약해지나…
 

■ 상임위 바뀐 조정식의원
그동안 리모델링 제도 개선안을 대표발의하고 주도적으로 개정절차를 이끌어 오던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이 바뀐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이달 초 새로운 임시국회 회기를 앞두고 소속 상임위원회가 기존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지식경제위원회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10% 일반분양 증가 등 리모델링 활성화 내용을 담은 리모델링 제도개선을 이끌어 오던 조 의원의 상임위원회 소속이 바뀐다는 것은 결국 국회 내에서의 법률 통과 추진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정식 의원실 측은 계속 관심을 갖고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현재 국토해양위원회 간사로 임명돼 있는 최규성 민주당 의원에게 개정안 추진 내용을 인계해 제도 개선 추진의 일관성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라는 대안도 설명했다.
 
조정식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원회가 바뀌었다고 해서 대표발의한 법률개정안을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계속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 제도 개선안에 대해 이달 중 국토해양위원회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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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연 원인은 정부, 조합취소는 강압행정”
 

■ 인천 신세계아파트 사례
인천 신세계 아파트의 사업기간 도과에 따른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대해 조합들 역시 ‘부당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법률적으로도 명확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주택법〉에서는 ‘2년 이내에 행위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을 뿐, 2년이 지났을 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으로 과도한 행정행위라는 지적이다.
 
황휘건 변호사는 “2년 이내 행위허가 신청을 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종의 위반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위반행위가 ‘조합설립인가’라는 행정행위 자체를 취소시키는 것에까지 이를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제40조제1항에는 “주택조합은 설립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법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계획승인(리모델링주택조합의 경우에는 법 제42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말한다)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모델링 조합은 2년 이내에 행위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주택법〉 내용에는 조합설립인가 취소시 ‘청문’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사업지연의 원인 제공은 조합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기 때문에 액면적인 ‘2년’의 기간으로 취소한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설립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어도 제도 자체에 막혀 행위허가 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준공 후 15년된 아파트단지가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경우 〈건축법〉에서 건축물 높이 및 사선제한 등 적용완화 대상이 ‘20년 이상 아파트’로 명시하고 있어 무려 2년 6개월이란 기간 동안 건축심의를 받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부딪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자체 건축위원회에서는 법률상 20년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서만 〈건축법〉 완화 적용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건축심의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경 부터 법 개정 절차에 착수해 2008년 10월 29일법 개정을 통해 〈주택법〉 기준에 맞춰 〈건축법〉 규정도 15년으로 완화했다.
 
이동훈 무한건축 소장은 “현행 리모델링 사업에서 시간이 소요되는 원인의 큰 부분은 제도 미비에서 시작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액면적인 2년의 기간이 도과했다고 해서 무조건 취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조합설립인가 기간을 연장시켜 줄 때도 분명한 지연 사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들어 연장 기간을 대폭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현행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2002년 리모델링 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때 공사비 절감, 사업기간 단축 등을 기대하며 제도를 만들었지만 현실에서 전혀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리모델링 방식 자체가 아니라 방식을 운용하는 정책 문제로, 그동안 정부는 정책 실패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안을 시급해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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