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표류 심각… 표준정관부터 마련하라”
“리모델링 표류 심각… 표준정관부터 마련하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05.21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모델링 표류 심각… 표준정관부터 마련하라”
 
  
창간4주년 기념 ‘리모델링 정책’ 입체 조명
법률적인 방향 제시 못하고 우왕좌왕
“시공자 선정기준 서둘러야” 한목소리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표류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정부는 리모델링을 재건축과의 대결구도 위치에 세우며 일반에게 소개했다. 재건축보다 저렴한 공사비, 재건축보다 짧은 사업기간, 재건축보다 적은 규제 등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재건축보다 유리한 제도라고 홍보했다. 이처럼 재건축을 대신하는 대결적 구도로 몰아넣다 보니 재건축이 완화될 조짐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리모델링 사업은 중도에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는 일회성 사업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리모델링은 재건축을 맞상대 하기 위해 나온 제도였으나 재건축보다 더 혼란스러운 제도로 점점 변질돼 가고 있다.
 
▲기준없는 리모델링=리모델링 관련 규정의 일원화와 함께 전체적 시각에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리모델링 관련 규정들은 <주택법>,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법률에 중구난방 형태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동일한 법률적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2000년 초반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를 도입할 당시 리모델링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재건축 규제에 따른 대응논리를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 어설프게 시작한 것이 원인이다.
 
현재에도 계속해서 법률적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런 지적에 따라 임시방편적으로 하나 둘 씩 법률 개정이 이뤄질 뿐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정립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시간적 차이를 두고 천천히 관련 규정의 개정이 이뤄지는 사이 누적된 법률적 문제로 리모델링 사업은 계속해서 혼란 속을 헤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표준정관이라도 마련해야=리모델링은 재건축과 근본적 구조가 흡사하다.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구분소유자들이 조합원이 되어 시행자 위치에서 조합원들의 대표인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선출한다. 그리고 기술과 자금을 소유한 시공자를 선정해 각각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법 체계가 미비한 리모델링은 재건축사업의 절차와 겉모습을 베끼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리모델링 조합 규약 상당수가 재건축 표준정관 내용을 참고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은 각각 별도의 법령 체계를 갖고 있다. 재건축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면 리모델링은 <주택법>을 법적 기반으로 한다.
 
사업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의 해석 또한 근거법 취지에 따라 해석될 수밖에 없다.
 
매도청구의 경우 재건축에서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게 되면 청구권이 발생된다고 보지만, 최근 리모델링 관련 판례에 따르면 리모델링에서는 매도청구권이 조합설립인가 시점이 아니라 행위허가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재건축에서는 <도정법>에서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를 ‘재건축결의로 본다’고 명시해 놓아 재건축결의 시점을 조합설립 동의 시점과 동일하게 볼 수 있어 매도청구 권한이 발생하지만 리모델링에서는 이 같은 문구가 없다.
 
현장에서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리모델링 분야에서도 리모델링 자체의 표준정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공자 선정기준 마련도 시급=수년 전 재건축의 경우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관계기관의 개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방기돼 있었다. 그 와중에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각축장이 되어 버렸으며 수주전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건설사 직원들과 해당 건설사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각각 편이 갈려 아파트 단지가 소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조합장 및 임원, 협력업체,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까지 얽혀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져 해당 지역 경찰과 소방관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특히, 이같은 편가르기에 따른 혼란 상황은 수주전 당시 잠깐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수주가 끝나고 나서도 두고두고 단지 내부에 남아 있기도 해 과도한 수주경쟁에 따른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었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장에서도 수년 전 재건축 단지에서의 혼란상황이 재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 리모델링 사업장에서는 창립총회날 특정 시공사의 사주를 받은 일부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총회장 입구를 막아 총회를 무산시키는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일이 발생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총회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추진위원장은 결국 무산을 선언했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해당 지역 질서 확보에만 주력할 뿐이었다.
 
이같은 내용들은 수 년전 재건축 현장에서 벌어졌던 상황의 반복이다. 조합과 조합원, 조합과 건설사, 건설사와 건설사 등 각종 이해집단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들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현재 리모델링 수주 현장에서는 과열 홍보전에 따른 비방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홍보비용도 수십억원씩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는 동의서를 수십·수백만원에 사들이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에서는 〈도정법〉 및 표준정관, 추진위 운영규정에 이어 시공자 선정기준 등 재건축사업에 연이은 기준들이 제시되면서 이같은 혼란상황은 많이 사라졌다. 리모델링 또한 시공자 선정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별도 동의서 징구 과도한 행정 행위
저질 설계… 30% 증축도 장담 못해
 
 
■ 문제점 뭔가
 
현재 각 지자체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와 행위허가동의서를 별도로 징구하게 하고 있다. 즉, 조합설립동의서를 80% 이상 징구했다 해도 이 사실로서 행위허가를 받을 수 없고, 또 다시 행위허가 동의서를 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조합설립동의단계 당시와 행위허가 당시의 설계 개요, 부담금 등의 내용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별도로 새로 동의서를 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분량에 추가적으로 징구할 수 있도록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즉, 조합설립 단계에서 67%를 징구하면 행위허가 단계에서는 13%만 더 징구해 80%의 행위허가 동의율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창립총회 시기에 시공자가 선정되고 창립총회 이후 오래 지나지 않아 조합설립인가와 함께 이후의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시공자가 제시했던 사업계획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행위허가 단계에서 또 다시 별도의 동의서 징구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면 수십가지, 결국 설계 하향평준화=재건축의 경우 1개 평형에 따른 평면은 불과 몇 가지로 한정된다. 한 평형이라 하더라도 형태상 더 이상 다양한 구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현재의 내력벽에 평면이 부속돼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십 수 가지의 평면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향후 부담금 확정 총회 과정에서 어떠한 특정 평면의 세대가 타 세대보다 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곧 부담금 배분 비율에 대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강남의 A아파트에서는 최근 아파트 라인이 3, 5, 7과 같은 홀수 라인 동의 경우 2세대가 1대의 엘리베이터를 공유하는데 마지막 남은 1세대는 엘리베이터를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때문에 독점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세대는 비용 부담을 더 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축설계사는 “리모델링 설계를 하다보면 1호 라인에는 층고 및 사선 제한들을 받고 있고 반대 쪽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면 반대 쪽 아파트에 더욱 가치있는 설계를 내놓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그런 가능성을 덮어둔 채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똑같이 설계해서 내놓는다”고 말했다. 결국 설계의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증축 30% 장담 못한다=주민들은 정부에서 증축 30%를 해 준다고 했으니 그게 당연히 전용면적의 30%까지의 증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건설회사들도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똑같이 얘기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30%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30%는 정부에서 최대 폭을 언급한 것일 뿐이다. 최종 결정은 지자체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판가름난다. 최종 결정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이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이 같은 내용을 알면서도 조합에는 함구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설계사가 시공자에 ‘묻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이 직접 설계사를 선정했을 경우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자연스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에 묻어서 사업에 참여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설계사가 조합에 감히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공사들 최근 생각 ;  빠른 준공 단지 확보 최우선=300세대 내외의 강남권 소형 단지들은 지금이 리모델링 적기다.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준공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건설이 준공한 방배 궁전을 제외하고는 단지형 리모델링 실적은 전무하다. 현재의 리모델링 가능 범위는 앞뒤 증축과 1층 필로티 수직 증축이다. 무주공산인 리모델링 시장 상황에서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보다 우수한 리모델링 준공 단지를 누가 빨리 내놓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내 행위허가를 받고 이주해 내년에 착공에 들어가면 내후년 정도에 준공을 바라본다.
 
현재 각 건설사마다 여러 단지를 수주했지만 그 중에서도 내부적으로 밀고 있는 단지들이 있다. 창립총회 당시 동의서 징구율이 높고 규모가 작을수록 향후 사업추진이 빠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은 단지들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건설사 수주 담당자들은 주민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리모델링에 올인한다는 것. 따라서 동의서 징구율이 높아지고 소형 단지이기 때문에 이견이 나올 확률 또한 적다는 것이다. 이들 단지 내에서는 평형 또한 단순하고 주민 간 인간관계들이 평소 안면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견이 나오더라도 자체적으로 해결되거나 큰 이견으로 증폭되는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