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리모델링 매도청구권은 동의율 80% 충족돼야 가능
서부지법, 리모델링 매도청구권은 동의율 80% 충족돼야 가능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04.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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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리모델링 매도청구권은 동의율 80% 충족돼야 가능
 
  
위축된 리모델링 시장에 ‘찬물’ 부은 격
조합설립인가 후 매도청구 무효 가능성

 
리모델링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 소송이 제기됐으나 조합에 매도청구권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최근 판시된 동의서 철회 가능 판결(본지 92호 9면 참조)로 위축된 리모델링 사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판결 내용은 리모델링 주체가 2/3 동의율로 조합설립인가를 득했다 하더라도 조합에게 곧바로 매도청구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분소유자들의 4/5 동의율이 충족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조합에서는 재건축사업을 의제해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매도청구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번에 판시한 법 논리에 따르면 이 같은 절차로 진행한 매도청구들은 모두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정미)는 용산구에 위치한 B맨션 리모델링조합이 미동의 구분소유자들에게 제기한 매도청구 관련 소송에서 “이 사건 조합의 리모델링 결의는 구분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를 충족시키지 못해 유효한 결의라고 볼 수 없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가 성립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란=재판부는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 부분에 대해 주택법 제18조의 2 제2항 매도청구 규정을 들어, 미동의자에 대해 매도청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덧붙여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리모델링 설계 개요 △공사비 △조합원의 비용분담내역에 관한 사항이 정해져 있는 결의서를 전체 구분소유자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리모델링 결의를 갖추지 못했다면 단순히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에 매도청구 권한이 주어지지 않다며 행위허가 요건인 4/5 동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 조합설립인가 당시의 동의서 내용으로는 구분소유자가 사업 전반을 알 수 없으며 또한 그 상황에서 미동의한 구분소유자가 매도청구를 당한다는 것은 구분소유자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에서는 “조합설립인가시에는 리모델링 설계개요, 공사비, 조합원의 비용분담내역에 관한 사항이 정해지지 아니한 결의라 할지라도 2/3 동의율을 충족시키는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결의만을 기초로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의 매도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구분소유자로서는 리모델링 개요, 비용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리모델링에 참여할지 여부를 판단할 기회가 박탈된 채 조합의 매도청구에 응해야만 하는 것이 되어 구분소유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게 된다”고 밝혔다.
 
둘째, 조합설립인가 요건 완화 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와 행위허가 절차의 성격이 달라져, 결국 리모델링 결의 유무는 행위허가 요건이 충족되는 시기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판결문에서는 “주택법 시행령에서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인가의 요건을 리모델링 행위 허가 요건과 서로 다르게 개정한 것은,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2/3 이상의 결의만으로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설립인가 요건을 완화하여 리모델링 사업을 좀 더 용이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개정 후 주택법 시행령 제37조가 규정하고 있는 조합설립인가시에 필요한 결의는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만으로 충분하고 반드시 리모델링 결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시에 리모델링 결의 없이 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만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경우, 그 후에 있는 리모델링 결의의 유효 여부는 리모델링 행위 허가 기준에 관한 주택법 시행령 제47조의 규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셋째,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매도청구권을 허용한다면 행위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합이 매도청구를 통해 행위허가에 필요한 의결권을 갖추게 되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판결문에서는 “리모델링사업의 경우 해당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들이 주거환경의 개선을 위해 세대수의 증가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부담으로 대수선 또는 증축을 하는 것이므로, 소유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고, 관련 법령 역시 소유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하여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인가 및 행위허가의 요건으로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관할 구청장 등으로부터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의 의결권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리모델링 행위 허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조합이 매도청구를 통하여 구분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위 허가에 필요한 의결권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구분소유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행위 허가의 요건으로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는 주택법 시행령 제47조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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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율 높은 소규모 단지 피해 적어
 
■ 전문가 어떻게 보나
 
이번 판결로 인해 일선 리모델링 조합에서는 조합인가 요건 완화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들의 특징 중 하나가 300~400세대 내외의 소규모 단지들이며 이들 단지의 경우 구분소유자들이 일찌감치 리모델링에 호응을 보내 동의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높은 동의율은 창립총회 과정을 거쳐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까지 계속 이어져 가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조합설립 과정에서 4/5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시켜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조합들은 이번 판결로 사업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당시에는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하더라도 행위허가를 앞두고 구체적인 분담금액이 결정되면 이 때에 조합 탈퇴를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판결에 따른 파장은 보다 심각한 상황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정부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요건을 2/3로 완화해 주었다고 생색을 냈지만 과연 현재 시점에서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완화한 개정법은 결국 개악이 돼 버렸다”며 “조합의 설립은 결국 매도청구 권한 발생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제동당하게 됐으니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의 요건 완화 의미를 과연 무엇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라며 “이럴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행위허가 요건인 4/5 동의율을 바라보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개정 작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계속해서 리모델링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있으며 조만간 내부 검토를 통해 법령 개정 등 해결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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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조합인가 기준완화가 되레 ‘걸림돌’
 
■ 향후 파장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겠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조합설립요건 완화가 오히려 리모델링 조합의 발목을 붙잡는 천덕꾸러기 조항이 되어버려 이 부분에 대한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된 배경은 정부가 지난 2006년 2월 24일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리모델링 조합설립 요건을 완화한 것에서 비롯됐다.
 
법 개정 전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행위허가시 반드시 필요한 △설계개요 △공사비 △조합원 비용 분담 내역이 기재된 결의서를 전체 4/5 및 동별 2/3 동의율을 충족시켜야만 했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 단계와 행위허가 단계에서는 양 동의서 모두가 리모델링 결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조합설립 과정에서부터 4/5의 높은 동의요건이 리모델링 활성화를 저해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동의 요건을 기존의 ‘전체 4/5 및 동별 2/3’에서 ‘전체·동별 구분없이 2/3’로 완화해 정부는 조합설립인가 시기를 앞당겼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기존에는 80% 이상의 동의서 징구가 필요했는데 조합설립인가 요건 완화로 약 67%로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단순히 조합설립여부에 대한 동의서만 징구하면 조합설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같은 개정에 대해 당시 리모델링 업계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커다란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완화 개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합설립인가 요건이 2/3, 행위허가 요건이 4/5로 각각 달라지고 공사비 등 리모델링 결의 내용이 행위허가 동의서에만 기재될 경우 잇따른 문제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동의서 철회 부분 등 조합설립 동의서와 행위허가 동의서에 대한 해석을 서울행정법원과 대동소이한 해석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 장의 서류로 징구한 조합설립인가 및 행위허가 동의서라 하더라도 각각 별도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또한 한 장으로 받은 조합설립 및 행위허가 동의서에 대해서도 “조합설립인가 요건과 행위허가 요건으로서의 리모델링 결의는 그 내용이 전혀 다른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하나의 서면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그 효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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