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 재정착률 판단기준은 뭘까…
재개발사업 재정착률 판단기준은 뭘까…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3.3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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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사업 재정착률 판단기준은 뭘까…
 
  
원주민 재정착률 산정 ‘주먹구구’… 사업 성패 잣대?
대상·기준시점·범위등에 따라 비율 ‘고무줄’
단순 수치 보다는 실질적 주거안정이 더 중요
 

최근 재정착률의 높고 낮음이 재개발사업의 성패를 가름짓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재정착률이 높으면 성공한 사업이고, 낮으면 실패한 사업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민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재정착률은 원주민의 대상과 기준시점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사업의 성패를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마디로 고무줄 수치라는 얘기다. 재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구역의 인근에 저렴한 주택이 많다면 재정착률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결국 ‘재정착률 몇 %’라는 단순한 수치 보다는 원주민들의 실질적인 주거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재정착률 ‘늘였다, 줄였다 내 맘대로’=재정착률은 사업대상 구역의 원주민 가구수 대비 사업완료 후 재입주 가구의 비율을 나타낸다. 특히 재개발사업에서 재정착률은 원주민의 주거안정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의 범위나 재정착의 개념, 기준시점 등에 대해서는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명확한 원칙이나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때문에 동일한 지역의 재정착률마저 기준에 따라 또는 조사자에 따라 ‘이현령 비현령’ 식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재정착률이 원주민의 주거안정을 측정하는 정확한 지표인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 원주민의 범위를 조합원만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세입자를 포함한 전체 가구수로 할 것인가에 따라 재정착률은 달라지게 된다. 조합원 중에서도 현지에 거주하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까지 포함시킬지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현지 거주 조합원과, 세입자 중에서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3개월 이전부터 거주한 보상대상 세입자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질적 주거안정 됐다면 재정착=또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경우나 같은 자치구내에 거주지를 마련한 가구까지 재정착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도 실질적인 주거안정을 이뤘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드시 그 구역에 다시 거주해야 하는 게 재정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인옥 박사는 “재정착률을 논할 때 당초 사업구역에 재거주한다는 사실보다는 주거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재정착률이 낮다고 해서 실패한 사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원주민 범위, 재정착 범위 등에 따라 길음4구역의 재정착률을 조사한 결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정연의 ‘뉴타운사업에 따른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방안’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원주민의 범위를 현지거주 조합원과 보상대상 세입자로 정하고, 재정착의 범위를 재입주 조합원과 공공임대주택 입주 가구로 계산하면 재정착률은 17.1%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원주민 범위는 동일한 상태에서 재정착의 범위를 같은 구 거주 조합원과 보상대상 세입자로 계산하면 42.1%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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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담 조합에 떠넘기면 재정착률 하락 불가피”
 

■ 조합 반응
조합이 세입자에 대한 보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세입자의 재정착률을 높이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나아가 재개발사업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시스템인데, 여기에 원주민의 재정착률 제고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재개발이 황금알을 낳던 시기에는 이익이 큰 만큼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계속된 경기침체에다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추가분담금조차 부담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반시설설치비용, 임대주택건립비용, 주거이전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조합설립 단계에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시까지 절반에 달하는 조합원이 입주권을 전매하고, 입주단계까지는 약 1/4 정도만이 입주권을 보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최근에는 사정이 더욱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서울시내 재개발조합은 전체 건설주택 세대수의 17%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또 주거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를, 상가세입자에게는 영업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처럼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세입자에 대한 모든 보상책임이 전가되면서 보상금액을 낮추려는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
 
일례로 주거이전비를 주지 않으려는 조합 입장에서는 임대차계약 연장을 거부하기도 하고, 반대로 주거이전비를 받으려는 세입자는 주민등록을 유지하거나, 친인척을 위장 전입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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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재정착률 20~40%, 임대료 인하등 대책시급
 

■ 전문가 설문
전문가들은 원주민의 적정 재정착률을 20~40%로 보고 있다.
 

시정연이 지난 2007년 학계 49인, 실무자 39인, 시민단체 6인 등 총 94인을 대상으로 원주민 재정착률의 적정 수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토지 및 주택소유자와 철거세입자까지 포함해 20~40%이하가 41.4%로 가장 많았으며, 40~60%이하 24.3%, 20%이하 14.5% 순으로 나타났다. 60%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2.9%에 불과했다.
 
재정착률이 높다고 무조건 ‘선’은 아니라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임대료 인하 등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임대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 때문에 재정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재개발 사업 이전에는 3천만원 미만(39.8%)이나 3천만~4천만원(24.1%)의 주택이 전체의 63.1%를 차지하지만 재개발 이후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5천만원 이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소득분위가 낮은 세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초소형주택으로 인해 입주를 포기하는 세입자도 있다. 재개발사업 이전에는 주택규모가 △12평이하 32.9% △12평~18평 44.4% △18평~25.7평 14.5% △25.7평초과 8.2%였지만 이후에는 100% 12평이하 주택으로 바뀌었다. 결국 4인 가족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없는 셈이다.
 
한편 정계, 학계, 재계 등을 망라하는 도시정비 전문가 모임인 ‘도시재생선진화포럼’이 지난 19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특히 이 포럼은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성남 수정구)과 중앙대 허재완 교수를 공동 대표로, 국회의원 21명과 대학 교수 등 학계 인사 12명, 공기업, 부동산 시행 및 컨설팅 등 관련 전문가들이 총 집결했다. 특히 현지 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혀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시정연에 따르면 서울시내 뉴타운사업지구의 세입자 비율은 전체 평균 72.5%로 1·2차 15개 뉴타운지구 가운데 7개 지구의 세입자 비율이 80% 이상이며 가장 높은 영등포의 경우 86.9%에 이른다.
 
시범뉴타운인 은평이 46.2%이고 △길음 52.5% △왕십리 84.7% △교남 80.1% △한남 81.8% △전농·답십리 79.4% △중화 80.2% △미아 78.5% △가좌 65.2% △아현 78.9% △신월·신정 59.6% △방화 77.9% △영등포 86.9% △노량진 82.1% △천호 83.6%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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