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장 지분쪼개기 후폭풍
재개발 현장 지분쪼개기 후폭풍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8.10.14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개발 현장 지분쪼개기 후폭풍
 
  
1대1 재개발까지 등장, 사업성 악화 조합갈등
행당5, 일반분양 없어… 용산 등 피해 속출 예상
 
 

 

 
 
 
우려했던 지분쪼개기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성동구의 행당5구역에서는 신축세대수보다 조합원이 오히려 더 많은 이른바 ‘1대1 재개발’이라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분쪼개기로 인해 조합원 수가 급증하면서 신축세대수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또 그동안 지분쪼개기가 성행했던 옥수동, 한남동 일대에서는 사업성 문제로 조합원들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구역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이 지분쪼개기로 인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지분쪼개기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예견된 문제였음에도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많은 재개발 구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여전히 일부 구역에서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지분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앞으로도 제2, 제3의 1대1 재개발이 발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분쪼개기 피해 사례 급증=재개발 사업은 아파트를 신축해 조합원 분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일반인들에게 분양해서 생기는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일반분양분이 많고 비싸게 팔릴수록 조합원들의 이익이 늘어 수익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분양분이 적고 싸게 팔리면 조합원들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분쪼개기로 조합원 수가 증가되면 일반분양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줄어들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다.
최근 행당5구역이 이러한 지분쪼개기로 인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은 지난 2000년대 초반 과도한 지분쪼개기로 조합원 수가 급증하면서 일반분양분이 전혀 없는 ‘1대1 재개발’이 될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세대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평형만 늘리는 1대1 재건축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1대1 재개발이 등장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나아가 행당5구역은 조합원수와 신축세대수가 같은 1대1조차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성동구청이 고시한 행당5구역 관리처분계획인가서에 따르면 이 구역의 신축 세대수는 총 551세대로 임대주택 94세대를 제외한 분양세대수는 457세대.
 

관리처분인가 당시 조합원이 475명이었으므로 조합원 18명은 신축세대수가 부족해 현금청산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일반분양분이 없으므로 조합원들의 부담금도 크게 올랐다.
 
행당5구역 외에도 그동안 지분쪼개기가 성행했던 성동구와 용산구에서도 이 같은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금호19구역은 1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신축하지만 일반분양분은 불과 33세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17, 18구역 역시 각각 497세대, 403세대를 신축하지만 일반분양분이 31세대, 38세대 밖에 되지 않는다.
 
한남동과 옥수동 일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이주가 한창인 옥수13구역은 총 1천800여세대를 신축하지만 일반분양분이 130여세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정도의 일반분양분이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것이 조합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인근 구역들 대부분이 일반 분양분이 거의 없다시피 해 우리구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지분쪼개기로 인해 비대위까지 생겼고 이들이 극심하게 사업을 반대해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운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옥수동 한 구역의 비대위는 재개발 사업으로는 사업성이 없다며 차라리 1대1 재건축을 하자고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으며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늑장 대책이 결국 ‘禍’ 불렀다
 

■ 파장과 전망
지분쪼개기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에는 ‘신축쪼개기’가 성행했던 지역에서 이와 동일한 피해 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분쪼개기는 지난 2000년~2003년 사이에 분양권을 노리고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방법이 성행했었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소유자 1인만 조합원에 해당되지만 다세대주택으로 변경해 소유권을 여러 명으로 나눌 경우 소유자 수만큼 분양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 같은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제정하면서 2003년 12월 30일 이후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한 경우 조합원 자격을 1인으로 제한했다. 즉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해 소유권을 여러명이 갖는다 해도 대표자 1인만 분양권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지분쪼개기가 실효성이 없게 되자 등장한 것이 바로 ‘신축쪼개기’이다. 신축쪼개기란 기존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다세대주택을 신축해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지어진 다세대주택은 작은 지분을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으며 조합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사업성을 떨어뜨렸다. 또 신축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노후도가 맞지 않아 사업 추진자체가 좌초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같은 신축쪼개기는 한때 광풍이 불면서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기도 지역까지 확대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지분쪼개기와 마찬가지로 향후에는 신축쪼개기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신축쪼개기가 성행하는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실제로 최근 용산구는 지분쪼개기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한남뉴타운의 평균 용적률을 220%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재정비촉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70%의 기준 용적률을 구릉지와 평지에 차등을 두고 기부채납 등을 통한 인센티브를 적용 받아 평균 220%로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 재개발 전문가는 “한남 뉴타운은 지분쪼개기로 토지등소유자 수가 3천명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사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서라도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 쪼개기로 인해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구역에는 한남 뉴타운과 같이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도입해 최소한의 사업추진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편법 지분쪼개기, 전국서 성행 여전
 

■ 실태와 대책은
각 지자체별로 지분쪼개기 금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지역에서 편법을 통한 지분쪼개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지분쪼개기 금지 대책은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지역 내 지분 쪼개기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60㎡이하 소형 다세대주택은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토록 했다. 경기도 역시 조례를 개정해 주택 한 채나 토지 한 필지를 여럿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와 단독주택 등 기존 건물을 철거 한 뒤 다세대 등 공동주택을 건축할 경우에는 향후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분양권은 1개만 인정하도록 했다.
 
인천시도 오는 10월부터 단독주택을 헐어 다세대주택을 짓는 ‘신축쪼개기’를 하더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도록 했으며 의왕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2년간 건축허가를 제한해 지분쪼개기를 막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분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산시의 경우 뉴타운 지정을 앞두고 미리 다세대주택을 짓는 지분쪼개기가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개발제한구역 지정을 앞두고 무려 1천200여건의 다세대 주택이 거래가 된 것이다.
 
또 용산구 역시 지분쪼개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법으로 용도를 근린생활시설에서 주거시설로 바꾸는 ‘상가 지분쪼개기’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용산구에서는 이러한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가구당 1년에 약 200만원 가량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가 지분쪼개기는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을 내더라도 상가 지분쪼개기를 통해 분양권을 받을 경우 더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인천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지분쪼개기 금지 방안을 내놓았지만 오래전부터 이러한 금지방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미 많은 곳이 건축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여서 신축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한 재개발 전문가는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지분쪼개기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규제의 헛점을 이용한 지분쪼개기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분쪼개기로 인한 피해 지역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같은 지분쪼개기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임에도 정부의 늑장 대응과 안일한 대책이 피해를 키웠다”며 “예상보다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