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떠 넘겨진 뉴타운 출구전략
주민에게 떠 넘겨진 뉴타운 출구전략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10.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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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한지 8개월 남짓 지났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주민실태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민의 뜻에 따라 다수 주민이 찬성하는 지역은 사업추진을 적극 지원해 촉진시키고, 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지역은 구역을 해제하겠다는 취지이다.


문제는 사업성, 추정분담금과 같이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을 근간으로 주민들이 뜻을 결정하고 사업의 진퇴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제공하고 있는 ‘사업비 및 분담금 프로그램’에 따르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추정분담금은 주택분양금액에서 개별 조합원 권리가액(추정금액)을 차감한 차액으로 정하고 있다. 추정분담금이 낮아지려면 조합원의 권리가액이 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수입 즉, 분양수입이 증가하거나 정비사업의 지출이 감소해야 한다.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분양수입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추정분담금을 낮추려면 지출(비용)을 줄여야 한다. 기반시설 설치비, 설계비, 감리비, 공사비, 각종 부담금 등 지출을 줄여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분담금의 규모를 합리적인 수준까지 끌어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출구전략은 그렇지 않다. 분양수입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상황을 반영한 사업비와 추정분담금을 산출하여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분담금에 부담을 느낀 주민들을 중심으로 지구해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비가 필요한 지역조차도 주민들 스스로가 주거환경개선을 포기하는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정비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에 시 당국으로서는 정비사업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후주거지를 살만한 주거지로 바꾸는 정비사업은 단순히 주민선택의 몫으로만 돌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시관리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한 지역은 도시관리자가 주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주민들을 참여시켜 정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뉴타운 출구전략에서는 도시관리자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돈(추정부담금)에 좌지우지되는 주민의 뜻만이 있을 뿐이다.


정비사업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재생사업이다. 지금까지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로또로 인식되면서 개발이 끝나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러한 기대 때문에 정비사업은 비용을 지불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다. 건물주, 세입자, 지자체, 정비업체, 시공사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정비사업 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정비사업은 부동산경기에 민감하게 작용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비사업 지구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유지·관리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간(어포더블 스페이스, affordable space)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원주민의 부담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부족한 도로, 공원, 주차장 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토지소유자에게 많은 기부채납을 요구했고, 토지소유자(주민)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정부에게 용도지역 변경과 용적률 상향을 요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비 대상지역은 원주민이 유지·관리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주택과 시설물로 채워진 공간으로 변하면서,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원주민은 떠나게 되었다.


앞으로 정비사업은 필요한 비용이 준비된 상태에서 지역주민이 계속해서 살 수 있는 어포더블 스페이스로 만드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구특성을 고려한 계획기반시설 설치율을 조정해서 기반시설 설치로 인한 사업비 증가, 아파트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 과도하지 않게 계획수립단계에서 조정하고, 불가피하게 주민부담이 필요할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별도의 공공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민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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