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지정 요건 못 갖춰도 촉진구역 지정은 가능
구역지정 요건 못 갖춰도 촉진구역 지정은 가능
대법원 판결의 의미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11.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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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촉진지구 변경 지정과 촉진계획은 별개
노후·불량 건축물 산정할 땐 철거 필요성 판단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역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도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다만 재정비촉진계획은 구역지정 요건을 갖춘 후 고시해야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정모씨 등 14명이 경기도지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부천시 소사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및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보다 앞서 고등법원은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변경·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한 것은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구역지정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재정비촉진지구는 구역지정 요건 충족여부와 관계없이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후·불량주택 비율 충족하지 않아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 가능=정비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필요한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구역지정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구역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당초 고등법원은 소사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정비촉진지구 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구역지정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소사지구는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처분과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처분을 구분하지 않은 채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처분에 관한 위법을 들어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처분까지 위법하다고 본 고등법원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즉 대법원은 재정비촉진지구 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은 별도로 봐야 하고, 구역지정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광역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재정비촉진지구의 결정이나 변경은 구체적인 재정비촉진계획의 수립 및 결정의 전 단계에서 광역적으로 행하는 행정계획의 일종으로서 행정주체에게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허용된다”며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단계에서 재정비촉진계획의 결정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는 주택재개발사업 등 개별법에 의한 재정비촉진사업의 구체적인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거나,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해 곧바로 재정비촉진지구의 지정이나 변경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정비촉진계획 수립하려면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구역지정 요건 갖춰야=다만 대법원은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재정비촉진지구와는 달리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사업추진을 위해 필요한 구역지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주택재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재정비촉진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노후·불량건축물의 개념이나 범위에 따라 그 지정요건의 충족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주택재개발구역 지정에 필요한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 수의 50% 이상이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므로 소사재정비촉진계획 결정 중에서 A구역 지정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노후·불량주택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례에서 내구연한을 경과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철거의 필요성이 있는 건축물에 해당하는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도정법에서는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해 ‘도시 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을 들고 있다”며 “건축물의 노후화 정도나 구조적 결함의 유무, 그로 인한 철거 필요성 등을 따지지 않고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서 정한 일정한 내구연한이 경과하기만 하면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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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불량건축물 비율 충족 안돼 뉴타운 취소소송 제기

 

■ 왜 법정 비화됐나
경기도는 지난 2007년 3월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괴안동 일대 256만7천995㎡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도는 지난 2009년 5월 재정비촉진지구의 면적을 249만7천432㎡로 축소하고, 재정비촉진계획을 결정하고 이를 고시했다.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A구역은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 일원,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 설치를 통해 쾌적한 주거지를 조성하기 위한 ‘주택재개발사업지구’로 결정됐다.

당시 도는 A구역에 대해 조사·확인한 결과 준공된 지 20년이 지난 건축물로, 경기도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내구연한이 경과한 건축물의 총수가 366개 중 183개로, 구역지정 요건인 50%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역 내 거주하고 있는 정모씨 등은 “구역 내 건축물이 철거가 불가피한지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단지 준공연한만을 기준으로 노후·불량건축물로 판단했다”며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하고,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고시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인 수원지방법원에서는 “경기도 조례에서는 호수밀도, 주택접도율, 과소필지, 부정형 또는 세장형 등으로 구체적인 구역지정 요건을 객관화된 수치로 정하고 있다”며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나 도정법, 시행령 등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요건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며 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촉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도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구역지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재정비촉진지구와 촉진계획을 수립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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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지정 취소’ 최악 상황 면해
 경기도 뉴타운 20여곳서 줄소송

■ 판결 파장은
대법원이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촉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재정비촉진사업을 처음부터 재시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현재 이번 판결과 유사한 소송은 경기도 뉴타운에서 약 20여개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은 도정법 상의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같다고 보면 된다”며 “주택의 노후도 등 구역지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처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역지정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서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타 구역의 소송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정비촉진계획이 취소된 구역들은 촉진계획을 재수립하거나, 변경 고시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노후·불량건축물은 통상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준공 후 20년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실제 철거가 필요한 건물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산정할 경우 구역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구역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이 제기된 A구역도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하면 곧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사재정비촉진계획은 지난 2009년 수립된 것으로, 현재 노후·불량주택 비율 등 구역지정 요건이 이미 충족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및 촉진계획 수립에 대한 문제로 소송이 제기된 곳에서는 일정 부분 정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부천, 광명, 구리, 고양 등 경기도 뉴타운에서 촉진지구 및 촉진계획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부천시 원미재정비촉진지구에서 노후·불량주택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 여부 등을 두고 대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구역은 지난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으며, 항소에서도 경기도가 승소한 바 있다. 또 안양 만안뉴타운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소송이 제기돼 1심 판결에서 경기도가 승소한 바 있다. 현재 항소심이 제기돼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또 광명시의 광명뉴타운과 구리시의 인창·수택지구, 고양 능곡지구 등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특히 광명뉴타운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및 촉진계획 결정처분 취소소송이 9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현재 1심 판결이 나온 7개 구역에서 모두 경기도가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 인창·수택지구 2개의 소송과 고양 능곡지구에서 제기된 소송은 현재 수원지방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각각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뉴타운에서 해제된 군포뉴타운에서도 군포지구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처분 취소를 비롯해 군포9구역, 금정2구역, 금정4구역, 군포3구역 등에서 5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군포뉴타운지구가 해제됨에 따라 소송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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