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 표류 장기화 조짐
잠실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 표류 장기화 조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11.0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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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10년째 추진위 제자리… LH퇴출 예정
잠실5단지도 종상향에 얽매여 사업 지지부진

 

잠실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2005년에 용적률 230%로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해 주민에게 제시했지만 주민들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최근 단지별로 법적상한용적률까지 용적률을 상향시켜 사업을 추진코자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이 무산되고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면서 표류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잠실 아파트지구에는 진주, 잠실주공5단지, 장미1차, 장미2·3차, 미성·크로바, 풍납우성·삼용 등 6개 사업지가 속해 있다.

▲진주아파트, 10년째 추진위=잠실 재건축사업의 표류 상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곳이 진주아파트다. 재건축사업 추진을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째이지만 여전히 추진위원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창립총회를 개최하며 사업추진을 시작했으나 아직 조합설립 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주민총회에서도 “10년째 추진위”라는 비난이 쏟아지며 사업추진을 촉구하는 요구가 이어졌다.
총회에 참석한 한 토지등소유자는 “우리 아파트단지는 10년이 지나도록 추진위원회 상태인데 무슨 특단의 대책이라도 써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 아니냐”며 “우리 아파트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두 패로 갈려 이웃에게 인사를 해도 의견이 다르다며 인사도 받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토지등소유자는 “5년전 이 주택을 구입했는데, 현 시세가 구입 당시 보다 2억원이나 떨어져 손해가 막심하다”며 “우리 단지 소유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합심해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는 시기에 맞춰 우리 아파트 재건축사업도 준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주아파트의 사업지연은 사업성에 대한 소형주택 소유자와 중대형 주택 소유자 간 의견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아파트는 25평형·33평형·35평형·40평형·56평형·66평형 등 6개 형태의 중소형주택과 중대형주택이 섞여 한 단지를 이루고 있다. 주택 면적별 편차가 큰 만큼 재건축사업에 대한 의견 차이도 크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추진위의 사업계획에 대해 중대형 토지등소유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도 결국 대형주택 소유자들이 불참해 성원부족으로 총회가 무산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업무규정(안) 승인 건 △추진위원회 예산(안) 승인 건 △건축사사무소 선정 및 계약체결 위임 건 △총회 결의사항 위임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7월에도 주민총회가 개최됐으나 성원부족으로 총회가 무산됐다.

10년간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비업체인 LH공사도 교체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활동 중인 LH공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내년 초 민간 정비업체를 새로 선정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LH공사가 그동안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실무처리능력에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다”며 “내년 초 민간 정비업체를 선정해 이들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번에 총회가 무산된 안건으로 내년 초 다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잠실5, 주민제안형으로 종 상향 추진=잠실주공5단지도 종 상향을 추진하느라 별다른 사업추진 실적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잠실역 사거리 중 세 블록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에서 잠실주공5단지도 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 추진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지역 발전과 토지이용 효율 확대를 위해 종 상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추진위는 주민제안형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기존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등으로 종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 정비사업을 위한 종 상향이 어려워질 것이란 소식이 들리자, 서울시 정책 방향을 수용해 공공임대 및 소형주택 등을 대폭 확충한 재건축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복지를 강조하는 서울시 정책 방향을 감안, 일종의 빅딜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내년 초에는 정비업체 및 설계자 선정을 위한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공5단지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무한정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며 “정비사업에서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시 정책을 감안해 주민제안형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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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등 개발호재 대기… “사업속도 높여야”

 

■ 조합 반응
연이은 송파구의 개발호재를 감안해 잠실아파트지구의 재건축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개발호재 중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6월 착공한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잠실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며 해당 회사의 직원들이 가까운 곳에서 집을 찾으려는 수요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송파구 문정지구에 법조타운과 업무지구가 들어서고 문정지구 건너편에 위치한 위례신도시도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송파구 전체에 개발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현대화 사업도 진행 중이며,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사업도 이주가 진행되는 등 송파구의 변신이 예고되고 있다.

잠실지구의 재건축 속도를 높이자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롯데월드타워가 재건축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가 지역 활성화를 주도한다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재건축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2만명의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잠실 지역의 혼잡도 증가로 인해 잠실 재건축 과정에서 인허가 관청의 기부채납 요구 수준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교통영향평가 및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혼잡도 완화를 위한 각종 기반시설 설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기 이전에 인허가 절차를 마쳐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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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삼용, 내년 사업인가 신청
미성·크로바는 조합합병 ‘난항’

 

■ 사업진행 실태
잠실에서도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있다. 풍납우성·삼용아파트 조합이다. 올해 초 조합 합병에 성공한 후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다른 곳들은 아직 상황을 관망 중이다.

▲풍납우성·삼용 ‘건축심의 중’=건축심의 단계에 접어들어 잠실아파트지구 중 가장 사업속도가 빠르다. 올해 초 풍납우성아파트와 삼용아파트가 조합 합병을 완료해 사업추진이 가장 원만하다.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한 사업계획도 결정돼 있다. 지난해 299% 용적률을 적용해 668가구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일단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 사업계획을 기초로 최근 건축심의를 신청했다가 보완 결정을 받고 재신청 준비를 진행 중이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중 사업인가 신청을 예정하고 있다. 우선 금년 말까지 건축심의 재심의 절차를 완료한 후 사업시행인가 신청 계획안을 만들 예정이다. 이 계획안을 토대로 총회를 개최해 조합원 추인을 받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평형 조정 가능성도 밝히고 있다.

최근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중소형 평형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소형 평형 조정이 있다면 신축 가구 수는 약간 조정될 수 있다.

▲미성·크로바 ‘통합 난항’=조합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성아파트 측은 통합 준비가 완료된 반면 크로바아파트 측은 미동의율이 높아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크로바 아파트 추진위원장이 사임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크로바아파트의 재건축 동의율은 약 35%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성아파트 측은 재건축사업 추진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이미 지난 5월 80% 이상의 동의율을 달성해 조합 통합만 기다리고 있다. 미성아파트 측은 크로바아파트 측에 사업추진을 독촉하고 있다. 최근 3차 독촉을 한 상태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단독 추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두 개 아파트단지는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서 하나의 사업지(3주구)로 묶여 있기 때문에 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독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행정계획 변경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잠실아파트지구 기본계획에서는 두 단지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형태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장미는 ‘관망’=장미1차 및 2·3차아파트는 구체적인 사업추진 움직임이 없다. 추진위원회도 없는 상태다. 주변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상황을 관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이 확정될 즈음인 2005년을 전후해 추진위원회 구성 움직임이 있었으나 그 후 본격적인 사업추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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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재건축 6개 주구로 구성

 

잠실주공5단지 등 잠실의 6개 아파트단지는 아파트지구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의해 진행해야 한다. 이 기본계획에는 용적률, 건폐율 등 정비계획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담긴다.

잠실아파트지구에는 총 9개의 개별 단지가 6개의 주구로 묶여 구성돼있다. △1주구 잠실주공5단지 △2-1주구 장미1차 △2-2주구 장미2·3차 △3주구 미성·크로바 △4주구 진주 △5주구 풍납우성·삼용아파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추진할 때 잠실 유도정비구역을 지정하면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는데,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지구단위계획이 최종 확정됐다면 그 내용이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변경했다는 의제 처리 방식으로 형식상 기본계획의 형태를 유지한다. 현재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은 지난 2005년 12월 고시된 내용이며, 용적률은 230%로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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