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조합설립인가 취소됐어도 옛 추진위는 존속” 판결
서울고법 “조합설립인가 취소됐어도 옛 추진위는 존속” 판결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2.23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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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13:32 입력
  
“조합설립 후에도 추진위 존재”… 종전 입장 뒤집어
 법원 “조합 취소땐 추진위 조합설립인가 신청가능”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면 종전 추진위원회가 존속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이 설립되면 추진위원회가 사멸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 서울고등법원이 종전 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조합설립 취소·무효에 따른 추진위원회 존폐 여부는 업계에 논란이 돼 왔다. 추진위원회 존폐 여부에 따라 사업을 추진위부터 새롭게 설립해야 하는지, 곧바로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조인호)는 지난달 19일 용두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서울시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의 확정판결로 조합이 설립되지 못한 경우 추진위원회가 해산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의 반려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조합설립 무효 추진위 존속”… 추진위 존속론 대열 합류=
 
서울고등법원이 조합설립인가가 무효 됐더라도 종전 추진위원회는 존속한다는 이른바 ‘추진위원회 존속론’에 힘을 싣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다르긴 하지만 조합이 설립되면 추진위원회도 해산·소멸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던 서울고법이 ‘추진위원회 존속’으로 판결을 우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에서 서울고법은 먼저 조합과 추진위원회는 별개의 단체이므로, 조합이 설립된 후에도 추진위원회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즉 조합이 설립됐다고 곧바로 추진위가 해산되는 것은 아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추진위원회는 구성원이 아닌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기해 설립되고 구성원인 추진위원들의 결의에 의해 해산할 수 없는 등 다른 비법인사단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있은 후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를 조합 총회에 보고해야 하고, 사용경비를 기재한 회계장부 및 관련 서류를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에 인계해야 하는 등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존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있다고 해 그 즉시 추진위가 해산한다거나 추진위원회의 모든 권리·의무가 조합에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제1항에 규정하고 있는 추진위원회 해산 근거에 대해서도 ‘조합 설립’은 추진위원회의 해산 사유일 뿐 해산 시점을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제1항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일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조합에 인계하고 추진위원회는 해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추진위원회의 해산시기가 구체적으로 언제인지에 관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시행령이나 운영규정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운영규정 제5조제1항은 추진위원회의 목적이 조합설립이므로 그 목적의 달성에 해당하는 ‘조합의 설립’을 추진위원회 해산사유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더라도 종전 추진위원회는 존속하므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해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하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효력이 소급적으로 상실되는 것은 조합설립인가 처분일 뿐,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처분의 효력까지 소급해 상실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을 받은 원고는 법원의 판결에서 지적된 하자를 보완해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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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조합설립 신청 여부 놓고 법정 다툼
 
■ 왜 소송 제기했나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이 내려진 용두5구역은 지난 2005년 12월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았다.
 
이후 지난 2008년 2월 구역 내 용두5구역 추진위는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으며, 동대문구청도 동의율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조합설립을 인가했다.
 
하지만 윤모씨 등은 추진위원회가 징구한 조합설립동의서에 ‘신축건물의 설계개요’ 등이 누락돼 있다는 이유로 동의서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2008년 4월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윤모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동대문구청은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돼 지난 2010년 8월 제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추진위원회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새롭게 징구해 2010년 9월 15일 동대문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동대문구청은 신청 다음날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으로 추진위원회가 이미 소멸했고, 부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 2010년 9월 17일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더라도 추진위원회는 해산되지 않고 계속해서 존속하고 있는 것이라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및 설립인가로 인하여 조합설립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이상 해산해 소멸됐다고 할 것이므로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다시 부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소멸한 추진위원회가 다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서울고법은 제1심 판결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추진위가 존속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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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도 엇갈린 추진위 소멸·존속론
 
■ 논란 원인 뭘까

조합설립이 취소되는 경우 추진위원회가 존속하는 것인지, 혹은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중요한 쟁점 사안이다. 추진위원회가 존속할 경우 곧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지만, 소멸될 경우에는 추진위원회를 승인받는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진위원회 존폐 여부를 두고 업계의 이견은 물론 법원까지도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다.
 
우선 조합설립에 따른 추진위원회 존폐 논란에 대해 최초 법원의 판결은 추진위 소멸론이었다.
 
지난 2008년 12월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종백)는 재단법인 지덕사가 동작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이상 이미 해산·소멸돼 다시 부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이라는 목적이 달성된 이상 자동적으로 해산·소멸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이후 서울행정법원도 유사한 사안에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9년 3월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는 최모씨 등 8명이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무효 확인’ 소송에서 “추진위원회가 목적을 달성해 소멸된 이상 추진위원회 승인 처분의 무효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 역시 지난 2009년 7월 김모씨 등 61명이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해산돼 소멸된 추진위원회는 다시 부활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4월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는 이모씨 등 26명이 부산진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조합설립 인가무효 확인’ 소송에서 “조합설립인가 취소 여부가 다퉈지는 이상 취소 여부에 따라 추진위원회 역시 목적 달성을 이유로 한 소멸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목적 달성과 동시에 해산돼 승인처분의 효력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며 추진위가 존속된다고 판결했다.
 
즉 추진위가 목적달성을 이유로 해산했더라도 조합설립이 취소되면 조합이 포괄 승계했던 권리와 의무는 추진위에게 남겨진다고 판시한 것이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윤인태)도 지난 2010년 7월 ‘재개발조합설립 인가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취소되면 조합이 포괄 승계했던 권리·의무는 여전히 추진위에 남을 수밖에 없으므로 소멸하지 않고 존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최근 법제처와 국토해양부 역시 추진위원회가 존속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법제처는 지난 2011년 6월 중소기업청의 질의에 대해 “운영규정 상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조합에 인계하고 해산한다는 규정은 조합이 유효하게 설립인가를 취득했을 때 적용되는 것”이라며 “조합설립인가가 무효인 경우에는 업무와 자산의 인계, 권리와 의무의 포괄승계 등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국토부 역시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 해산됐다고 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로 판명됐다면 해당 조합이 포괄 승계했던 권리와 의무는 추진위에 남을 수밖에 없다”며 “추진위 설립승인처분이 무효로 판결된 사항까지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질의회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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