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재개발·재건축 취소 앞당긴다고?… 업계 집단 반발
수원 재개발·재건축 취소 앞당긴다고?… 업계 집단 반발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12.07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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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7 13:42 입력
  
비대위 편에 선 수원시, 주민 갈등만 부추겨
조합설립인가·관리처분 동의요건 등도 강화
 
 

 

수원시가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발표한 정비사업 정책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16일 시청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지원 강화 방안과 사업취소 등의 출구전략을 주요 골자로 한 ‘재개발·재건축 수원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에 따르면 우선 공공지원 방안으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마련해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주민이 희망하는 경우 추진위 또는 조합을 해산하도록 하고, 조합설립 동의요건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에 대한 동의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22개 구역 추진위·조합 설립… ‘사업 취소’ 종용 논란=이번 시의 정책 발표에 대해 일선 조합들은 민원을 의식한 시가 ‘정비사업 취소’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앞당겨 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시 내 재개발·재건축구역은 모두 22곳으로, 모든 구역들이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후 상당기간동안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은 곳에 대해 예정구역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수원시의 경우 이미 모든 구역들의 사업이 일정 부분 진행된 단계에서 주민이 추진위·조합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추진위·조합을 해산하는 경우 시가 사업비의 일정 비용을 지원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권선구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수원시가 무슨 생각으로 사업에 반대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일부 반대파의 민원 때문이라면 조합이 더 큰 민원을 제기하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업이 취소될 경우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이라며 “사업취소 비용지원보다는 임대주택이나 기반시설 설치비용에 지원해 주는 것이 주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벌써 일부 비대위들은 시가 해산 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것을 빌미로 사업 취소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다”며 “출구전략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비대위들에게 좋은 명분만 만들어 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수원시의 재정력을 감안하면 ‘사업비의 일부’가 얼마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며 “이번 발표는 반대파들의 민원 입막음용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합설립인가 3/4→4/5, 사업시행·관리처분 동의요건 강화에 반발=사업단계별 동의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일선 조합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정책 발표에 따르면 현행 조합설립동의요건인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3/4을 4/5로 강화하도록 하고 있으며, 관리처분과 사업시행인가는 과반수에서 2/3로 동의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팔달구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시의 동의율 강화 방침은 정비사업의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대책”이라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과반수 동의를 받기도 힘든 상황에서 더 강화하면 사업만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법을 강화하기 보다는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총회 참석 비율을 현행 10%에서 30%로 상향하도록 하는 방안도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장 참석비율이 높아지면 안정적인 총회개최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장안구의 한 재개발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이나 관리처분계획과 같은 중요한 총회라면 직접 참석비율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정기총회와 같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총회는 서면결의서를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직접 참석비율을 맞추지 못해 총회가 무산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시가 질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시는 단편적인 현상보다는 심도있게 고민한 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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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실시하는 대신 공공지원은 확대
 

■ 정책 발표 주요내용
이번에 수원시가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수원정책’은 크게 중앙정부에 대한 제도개선 촉구와 지자체 행정지원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시는 중앙정부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통합법인 〈도시 재정비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대한 전면 보완을 촉구했다. 이른바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추진위·조합 해산 규정을 담은 〈도시재정비법〉의 시행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즉 현재 공포 후 12개월 뒤 시행되는 〈도시재정비법〉을 공포 후 즉시 시행하는 방안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법령상으로 △50만 이상의 대도시 시장에게 조례제정 권한 위임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의 국가지원 의무화  △조합설립 동의요건 3/4→4/5 상향 △사업시행·관리처분인가 동의 요건 과반수→2/3 상향 △현금청산 대상자 조합원의 자격 상실시기 명문화 △주민 20%이상 총회소집 요구 시 시장이 총회 승인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 행정지원 방안으로 추진위·조합이 해제를 원하는 경우 사업비 중 일부를 시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즉 정비업체나 설계자 등의 용역비 중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해제지역은 마을르네상스사업이나 소규모 블록단위사업 등으로 전환해 기반시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시는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임대주택을 매입해 세입자 대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해 수원시 도시재생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업성 분석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조합원과 조합임원의 정비사업 관련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도시르네상스 시민대학을 운영하는 한편, 도시분쟁상담센터·도시분쟁조정위원회도 운영해 분쟁을 최소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조례개정을 통해 전체 세대수의 80% 이상을 국민주택규모 이하로 건설하는 경우 20% 이내에서 지상에 주차장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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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사업반대 아닌 현실 반영하자는 취지”
 

■ 수원시 입장
수원시는 이번 재개발·재건축 정책 발표가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른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조합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공공지원을 통해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추진위·조합 해산과 관련된 출구전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은 수원시의 부동산 침체에 따른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분양상황에 비춰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사업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시 도시재생과 담당자는 “최근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를 평균 시세 이하로 분양했지만 분양률이 극히 낮았다”며 “이런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주민들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구전략을 담고 있는 〈도시 재정비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향후 추진위·조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국토부가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놓은 상황에서 시행시기를 두고 많은 민원이 발생해 시기를 앞당기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추진위·조합 해산 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뿐, 사업 취소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담당자는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추진위나 조합이 해산된 경우 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지 사업을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는 공공지원을 통해 시민들의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비사업에 대한 국가 지원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서울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가 도정기금을 제대로 마련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사업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재개발·재건축사업 지원에 앞장서는 만큼 국가에서도 재건축·재개발에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며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정비기반시설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만큼 재개발·재건축사업에도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원시는 오는 2020년까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300억원 이상을 확보해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2016년까지 165억원 이상을 확보해 임대주택 매입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서울시의 경우 SH가 임대주택을 매입할 경우 가산비 항목을 더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기도의 경우 가산비 항목이 없다”며 “조례제정을 시장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임대주택 매입비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조례를 개정해 국민주택규모 이하로 건설하는 아파트의 경우 지상에 주차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공사비가 줄어들어 부담금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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