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휴먼타운 시대… 정비사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제는 휴먼타운 시대… 정비사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04.19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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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9 11:48 입력
  
서울 “묻지마 철거방식 지양… 보존도 병행”
경기 “뉴타운 추가지정 없다… 사업성 개선”
 

재개발·재건축의 궤도 수정이 본격화됐다. 국토해양부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 내용들이 서울시와 경기도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서울시는 ‘무조건 철거’의 현행 방식에서 탈피해 ‘보전 및 관리’로 정비사업 패러다임을 손질키로 했다. 답보상태에 빠진 재정비촉진지구 내 존치구역과 일부 정비예정구역에 대해서는 건축제한을 풀어 휴먼타운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뉴타운 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마침 ‘뉴타운 사업이 정책적인 면에서 실패했다’는 정부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뉴타운 사업의 전면적인 출구전략이 시작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 정비사업 패러다임이 ‘전면 철거 후 개발’에서 개별적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보전이나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체제로 개편된다. 이같은 서울발 뉴타운 구조조정은 경기와 인천으로 확산되고 있어 재개발·재건축에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3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뉴타운사업은 추진하지 않고 앞으로 기존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추가 사업은 진행하지 않겠다”며 뉴타운사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인천시도 최근 212개 1천532만5천853㎡에 달하는 정비사업의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시는 212개의 정비예정구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사업추진 움직임이 없거나 반대가 많은 곳은 구역지정을 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20~30%가량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면 철거후 아파트 건설방식 중단=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현재의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축소된다. 대신 저층 주거지를 유지·보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지난 14일 서울시는 개발 사업단위에 대한 전면철거 방식에서 탈피, 생활권 단위로 지역특성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광역관리체계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한 ‘신 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앞으로 정비사업은 지역 고유성과 커뮤니티 등을 고려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며 “양호한 저층주거지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보전하는 등 주거유형을 다양화하고 원주민 재정착률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위 ‘달동네’로 불리는 열악한 주거지의 정비가 대부분 끝난 시점에서 획일적 아파트 건설에 따른 단조로운 도시경관과 도시 단절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는 게 패러다임 전환의 배경이다.
 
▲5대 권역별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체제=정비기본계획이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전환된다. 정비사업 위주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정비예정구역과 기존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을 모두 흡수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도심권, 서남권, 서북권, 동남권, 동북권 등 5대 권역별로 생활권 단위의 광역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해 정비와 보전이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현재 오는 2012년을 목표로 서남권역(강서, 양천, 영등포, 구로, 금천, 관악, 동작구 일원)을 대상으로 한 시범계획에 이미 착수했으며 향후 2~3년에 걸쳐 나머지 4개 권역에 대한 계획수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정비구역 일몰제… 휴먼타운 우선 검토=시는 건축허가 제한을 받고 있는 121개 정비예정구역과 재정비촉진지구 내 30개 존치구역 중 주민의견을 수렴해 건축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해제구역은 휴먼타운 우선 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고 오랜 기간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거나 주민들이 해제를 요청하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3월말 현재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인 곳은 모두 271곳이고, 정비예정구역 수는 281곳이다.
 

정비예정구역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정비예정구역 신규지정은 올해로 종결되고,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해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관리한다는 정책방향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 중 휴먼타운으로 조성하지 않는 지역은 향후 정비사업 시행 여건이 성숙될 경우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지면적 5천㎡이하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거지정비 모델 △부분임대 등 수요자 맞춤형 정비사업 추진 △역세권 압축개발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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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환경관리·휴먼타운·자율정비구역 ‘닮은꼴 사업’?
 

■ 정비사업 명칭 어떻게 바뀌나
정비사업의 새 화두로 ‘개발’ 대신 ‘유지·보수·보존’이 뜨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휴먼타운, 자율정비구역 등이 그것으로 이름만 다를뿐 의미하는 것은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저층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서울시가 ‘휴먼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에 관련근거 신설을 건의해 받아들여진 것이다. 올 연말 선보일 ‘도정법+도촉법’ 통합법안에 정비사업의 새로운 분야로 신설될 예정이다.
 
휴먼타운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서울시가 단독주택과 연립 등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보존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도입한 정비수법으로 보안·방범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 및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저층주택의 장점이 하나로 통합된 저층주거지를 말한다.
 
휴먼타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014년까지 민선5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주택정책으로 목표 사업지구만 40곳이다. 현재 휴먼타운 사업의 시범지구(예정포함)는 총 8곳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곳은 아직 없다. 올 초 공사계약을 마친 강동구 암사동 서원마을, 강북구 인수동 능안골, 성북구 성북동 선유골 등 3곳이 이달에 착공할 예정이다.
 
8곳 가운데 5곳은 지난해 지정된 시범사업지구(단독주택, 다가구·다세대 밀집지역)며 나머지 3곳은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내 존치지역이다.
 
경기도도 주민 스스로 주거지를 갱신해 나가는 자율정비구역 개념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율정비구역은 기존의 주거지 특성을 유지하면서 주민 스스로 개별 건축이나 중·소단위 맞춤형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지를 갱신하는 구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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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 국비지원 확대
임대의무비율 하향 조정
 

■ 경기도 제도개선안 내용
경기도가 김문수 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던 뉴타운 사업을 전면 개선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보금자리주택사업이 경쟁 상대로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반대가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발표한 ‘경기뉴타운 제도개선안’은 사업성을 올려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주민 의견존중 사업추진 △주민부담 경감 사업성 개선 △투명성 및 주민권리 보강 △서민 주거안정 등 네 가지다.
 
▲촉진계획 수립단계서 주민의사 확인=현행 〈도촉법〉에 따르면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시 14일 이상 주민에게 공람하고 지방의회 의견을 들은 후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지만 별도의 토지등소유자 동의절차는 없다.
 

이처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없이 촉진계획이 수립·결정되면서 주민간 갈등이 발생한다는 게 경기도의 판단이다. 이에 경기도는 주민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규정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 주민갈등으로 사업추진 여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의견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정비촉진지구 내 전체 토지등소유자 50%이상의 참여와 참여한 토지등소유자 2/3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촉진계획이 결정된 이후에도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부진한 경우 촉진구역에서 배제하는 일몰규정 신설도 건의키로 했다. 촉진구역이 3년이 지나도록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존치지역으로 자동 전환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경기도 관계자는 “뉴타운사업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면서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6개 지구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해 반대의견이 결정되면 뉴타운 사업방향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부담 경감=경기도 뉴타운의 경우 부동산 경기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기반시설설치비를 비롯한 각종 부담금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서울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주민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이 다수 추진된다.
 

먼저 임대주택 건설기준을 현행 세대수에서 연면적으로 전환하고, 건설비율도 지역여건에 맞게 탄력 운영토록 했다.
 

현행 재개발임대주택의 경우 전체 세대수의 17%이하로 하되, 전용면적이 40㎡인 임대주택을 전체 임대주택 세대수의 40%이하로 건설해야 한다. 이를 전체 연면적의 5~10% 범위 내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되, 세대수는 시장·군수가 정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 1/2까지 완화가 가능토록 했다. 증가용적률의 임대주택 건설의무비율도 현재 ‘50~75%이하’에서 ‘30~75%이하’로 경감시키고, 기부채납하는 부지에 대해서도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각토록 했다.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국비지원 확대도 추진된다. 지금은 전국 평균재정자립도 이하인 시·군에 한해 기반시설 설비비용의 10~50%(1천억원 한도) 범위에서 국비가 지원된다. 이를 시·군이 촉진지구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 하한비율을 10%에서 30%로 상향하고 중앙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에도 국비지원이 가능토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비위원회 심의기준 및 제1종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해 용적률 상향도 추진된다.
 

이밖에도 △추진위원회 주민동의시 개략적인 분담금 제시 의무화 △비용 10%이상 증가시 조합원 3/4 동의 추가 △직접참석비율 30%로 상향 조정 △뉴타운 전문상담가 파견 지원 △공공관리제도 조례 개정 △부분임대형 주택 도입 △생계형 임대 소즉자에 대한 주택공급 제도 개선 △전세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대 건의 △일자리 창출 지원 △국민주택기금 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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