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지정前 추진위가 설립한 조합도 무효?
구역지정前 추진위가 설립한 조합도 무효?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03.25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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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13:49 입력
  
서울행정법원 법리 치우친 무효 판결에 전국 조합들 몸살
국토부, 백지동의서 구제 위한 ‘변경인가 허용지침’ 하달
 

불완전한 제도 탓에 ‘얽히고 설킨’ 재건축·재개발 관련 각종 소송을 바라보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인식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타래를 풀겠다고 나선 행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조문 지상주의’ 판결까지 내리면서 조합을 몰아세우고 있다.
 

지난 14일 국토해양부는 백지동의서를 문제 삼아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당하고 있는 조합들을 구제하기 위해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신청할 경우 변경인가를 허용해 주기로 결정하고 관련 지침을 지자체에 하달했다.
 
 
새로 바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규칙에 맞춰 공란부분을 채워서 다시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한다면 변경인가를 내주겠다는 것으로 사업 정상화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백지동의서로 조합설립을 한 뒤 무효소송을 진행중인 곳이 전국적으로 102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변경인가를 내주도록 지침을 내린만큼 관련소송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법부는 “정비구역 전 추진위원회 승인은 무효이고 무효인 추진위가 인가신청을 해서 설립한 조합도 역시 무효”라며 이른바 ‘튀는’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 소송의 핫 이슈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이 판결은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김홍도 판사)는 김모씨 외 60명이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 처분취소’ 소송에서 “구역지정 전 추진위원회 승인은 무효이고 설립승인이 무효인 추진위가 주체가 돼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주체가 하자가 있다고 해서 조합설립인가 역시 당연 무효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추진위는 조합원들의 조합설립에 대한 의사표시를 대신해 인가신청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동성종합법률사무소의 김태경 변호사도 “추진위 승인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합설립 인가신청 주체의 하자로 보고 조합설립인가 역시 당연 무효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항소심 판단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무효인 추진위가 동의서를 징구하거나 인가를 신청했다고 해서 조합원들의 조합설립동의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의 변경인가 허용 지침에 대해 업계는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다만 변경인가에 대해 다시 무효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떨떠름한 속내를 표출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최태수 사무국장은 “국토부의 이번 변경인가 허용 방침은 조합무효 소송이 불완전한 제도 탓에 이뤄졌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법대로 해도 무효판결을 받고 있는 조합의 현실을 사법부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역지정과 조합무효가 섞인 소송의 피해사례를 모집중”이라며 “협회차원에서 공동대처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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