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업체 선정에 일반경쟁 입찰 의무화…정비사업 발목잡나
모든 업체 선정에 일반경쟁 입찰 의무화…정비사업 발목잡나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7.04.1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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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선정과정 비리 차단 효과 기대엔 일단 공감
업계 “사업 장기화·비용 증가 … 저가 덤핑 우려”

정비사업에서 모든 협력업체를 일반경쟁 입찰로 선정토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되면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역의 규모에 맞는 적정한 업체들만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제한경쟁 입찰마저 폐지하고 일반경쟁으로만 선정하게 할 경우 능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저가덤핑 입찰 행위가 만연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사업 장기화는 물론 이에 따른 사업비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현 정비사업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발주 모든 용역 일반경쟁 입찰방식 적용

김현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에서 발주하는 공사·용역 등 모든 정비사업의 계약은 일반경쟁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계약규모, 재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지명경쟁, 수의계약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를 초과하는 계약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품·향응 등 수수행위 금지대상을 현행 시공자, 설계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의 모든 계약 체결로 확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공사·용역 등의 계약 방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추진위원장, 조합임원 또는 전문조합관리인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조합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또한 용역업체 선정 관련 금품·향응 제공 행위에 대해 제공자나 수수자가 자수하는 경우에는 형벌을 감면하고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특히 조합간 용역비를 비교할 수 있도록 시·군·구청장이 매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조합에 대한 모든 용역비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했으며, 조합원별 분담금 및 분양 가격 등을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인가 전 한국감정원이나 LH 등의 검증을 반드시 받도록 의무화 했다.

김현아 의원실 측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발주하는 모든 용역에 일반경쟁 입찰방식이 도입될 경우 계약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래 특정 임원 등이 주도하던 계약체결 과정에서 벗어나 공개적인 입찰을 통해 조합원들이 조건을 비교하고 직접 업체를 선정해 그 체결과정 자체에 참여함으로써, 과거보다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 이다.

김현아 의원은 “정비사업 조합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조합원의 권리도 보호되고 사업성도 개선될 수 있다”며 “공사나 용역 등 계약 시 일반경쟁 입찰을 확대하고, 관리처분계획의 검증을 강화함에 따라 정비사업 전반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사업 추진에 제동 거는 법안…기간·비용 막대한 손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추진을 더욱 힘들게 하는 법안이라며 사업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합장비리’라는 극단적 사례만을 가지고 모든 용역업체 선정에 일반경쟁 입찰 방식을 적용할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비용도 증가해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조합장의 업체선정 비리는 근본적으로 조합장 개인비리 문제로 잘못된 조합장을 뽑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지 계약방법이 잘못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처방이 틀린 개정안”이라고 꼬집었다.

홍 변호사는 “투명한 조합장을 뽑을 수 있는 방안이나 조합장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 일반경쟁으로 바꿔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일반경쟁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도 조합장이나 조합임원 개개인이 정직하지 못하면 비리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에도 예산으로 정하지 않은 계약은 미리 총회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계약이 늦어짐으로 인해 사실상 손해를 입는 조합이 많다”며 “일반경쟁 입찰방식의 경우 공고, 현장설명회, 선정과정, 총회결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단순히 총회를 거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절차로 구성돼 있어 사업 지연으로 인한 조합의 손해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입찰 예방 위해 입찰방식 다양화해야

추진위나 조합에서 발주하는 공사·용역 등 모든 정비사업의 계약을 일반경쟁 입찰방식으로 확대할 경우 용역업체의 이른바 ‘저가 덤핑’의 문제도 우려된다.

일반경쟁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할 경우 입찰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저가수주 행태가 만연해 질 수 있다.

특히 사업 규모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될 경우 용역의 품질 저하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든 협력업체를 일반 경쟁 방식으로 선정할 경우 업체들 간 수주 경쟁이 더욱 격화돼 저가투찰 시도를 막기 어려워지며 이는 곧 공사 등 해당사업의 품질 저하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처럼 제한경쟁입찰이나 지명경쟁입찰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실제 변호사 선정의 경우 정비사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변호사가 낮은 가격으로 사건을 수임한 뒤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을 진행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합이 소송 등으로 긴급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향훈 변호사는 “조합이 피소됐을 경우 통상 피고는 소장 부본 송달 후 30일 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반경쟁 입찰을 통해 변호사를 선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국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은 미흡할 수밖에 없게 돼 조합의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자문변호사’선정은 일반경쟁 방식으로 선정하되, 사건 유형별 특색에 따라 미리 소송보수의 한도를 정해둬 세부적인 계약체결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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