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 깜깜이 선정기준… 차별성도 모호
하이엔드 브랜드 깜깜이 선정기준… 차별성도 모호
건설사들의 은밀한 평가 논란
  • 최진 기자
  • 승인 2021.12.0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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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건설사들은 객관적인 평가기준과 브랜드 심사위원회를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테리어나 마감재, 혁신·특화설계 및 커뮤니티시설 등을 꼽으며 자사의 일반브랜드를 뛰어넘는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선정기준이나 브랜드 위원회의 평가항목에 대한 사안에 대해서는‘기존 수주현장들과의 갈등 및 건설사의 영업 기밀을 이유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 중인 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아크로), 롯데건설(르엘), 현대건설(디에이치), 호반건설(써밋) 등이 밝힌 공통된 브랜드 적용기준으로는 △한강·강남 등의 주요입지 △KB부동산 시세 △호텔 수준의 상품서비스 적용 및 지속가능 여부 △랜드마크 혁신설계 적용 가능성 여부 △일정 수준의 공사비 확보 △인근 대규모 개발호재에 따른 미래가치 상승 △분양시장의 동향 및 향후 상승전망 등이다.

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일반브랜드의 경우에도 수주 경쟁에서는 고품격 마감재와 첨단정보통신 시설, 우수한 커뮤니티 및 혁신설계안이 적극적으로 홍보되기 때문에 하이엔드와의 차이점은 명확하지 않다. 

수주물량 부족에 따라 하이엔드 브랜드의 입지 선정기준도 모호한 상태다. 지난 2014년 공동주택 하이엔드 브랜드를 최초로 선보인 대우건설 ‘써밋’의 경우 서초·강남·용산·과천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제안해 평당 분양가 4천만원 실적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과천 일부 재개발현장에서는 평당 분양가 3천1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떨어지는 예외사례도 있다.

DL이앤씨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한 부지를 중심으로 ‘아크로’를 제안한 특징이 있지만, 최근에는 북가좌6구역을 비롯해 서초·강남·영등포·성동 등의 한강 조망권이 아닌 현장에서도 하이엔드를 제안하면서 사실상 입지적 구별이 모호해진 상태다.

현대건설 ‘디에이치’도 서초·강남을 중심으로 제안되던 것이 최근에는 송파·용산·성동 등에서 구별 없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도‘디에이치’를 제안하면서 사업 유형에 대한 구별까지 없어진 상태다. 평당 분양가는 3천500만원에서 4천만원 정도다.

롯데건설은 강남·서초·잠실·한강변을 중심으로 르엘을 제안하면서 평당 분양가 4천만원을 유지해 왔지만, DL이앤씨와 마찬가지로 북가좌6구역에서 예외가 발생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들어설 대규모 롯데쇼핑몰을 고려해 르엘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입지선정 관례가 흐트러진 상황이다.

반면, 삼성물산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의 경우 자사의 일반브랜드 자체를 꾸준히 유지하며 브랜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기본적인 개념은 높은 공사비를 기반으로 브랜드 희소성과 상품성을 높이는 것인데, 최근 수주 현장에서는 공사비와 무관한 실체가 없는 브랜드가‘표심용’으로 홍보되고 있다”라며 “건설사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브랜드와 다른 명확한 차별성이 확보하면서 일관된 선정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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