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총회 전자투표제... 법률해석 싸고 갑론을박
재개발·재건축총회 전자투표제... 법률해석 싸고 갑론을박
정비사업 ‘코로나 해법’ 기대했지만… 현장 대혼란 원인 뭔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02.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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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사업장 혼란 부추겨
법적·기술적 측면에서 서면의결 대체 주장
논란 확대 추세, 총회 운영방식 해석도 분분

서울시, 전자투표ㆍ서면의결의 병존 가능
국토부 “구청·조합이 협의해서 결정”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재건축ㆍ재개발에 전자투표 방법이 도입돼 정비사업에 숨통을 기대했지만, 법률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새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급증하고 있다. 당초 코로나19 사태로 총회 개최가 가로막힌 정비사업 좌초 상황을 타개하는 해법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각종 해석이 난무하고 있어서다.

국회는 지난해 도정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총회 의결과 직접 관련된 2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적 의결방법 허용을 담은 법안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면결의 절차 강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기대 모았던‘전자투표 방식’… 도입 후에는 되레 우왕좌왕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대표발의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전자적 방법을 통한 총회 허용 방안을 도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출석을 통한 총회 의결이 원천적으로 막히자, 감염병 확산을 막는 동시에 정비사업 추진 활로를 뚫겠다며 소위 ‘전자투표’제를 합법화한 것이다. 

신설된 도정법 제45조 제8항 내용에서는 “제5항에도 불구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시장ㆍ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정보처리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그 밖의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족수를 산정할 때에는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직접 출석을 안 해도 전자투표에 참여한다면 총회 정족수가 충족된 것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같은 시기,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의 대표발의로 서면의결 위변조 방지와 서면의결권 절차를 강화한다는 취지의 도정법 개정이 완료됐다. 

이 의원은 도정법 제44조 제4항과 제45조 제6항, 제9항을 신설ㆍ개정해 서면의결 절차를 보다 강화했다. 도정법 제44조 제4항에서는, “총회를 소집하려는 자는 총회가 개최되기 7일 전까지 회의 목적ㆍ안건ㆍ일시 및 장소와 제45조제5항에 따른 서면의결권의 행사기간 및 장소 등 서면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조합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동법 제6항, 제9항에서는 “조합은 제5항에 따른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총회의 의결방법, 서면의결권 행사 및 본인확인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고 각각 규정했다. 

▲전자투표 허용·서면결의 절차 강화 맞물려 총회 운영방식 해석 분분

혼란의 이유는 해법으로 내놓은 법 규정들이 모호한 가운데 규정 간 충돌로 발생하는 질문과 해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투표가 법적ㆍ기술적 측면에서 직접참석은 물론 서면의결 방식까지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논란 내용이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서면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서면의결권 행사가 불가하다는 측 주장은, 코로나19 상황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서면의결권 행사는 제한되고, 이를 대신해 부재자투표 방식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면결의 강화 방침에 의해 본인확인 절차가 신설되고, 서면의결의 일시ㆍ장소 등의 내용 통지도 의무화 되면서 사실상 부재자투표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즉, 본인이 직접 부재자투표에 참석해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확인시킨 후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서면의결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 규정에서 전자투표제가 실시될 경우에는 기존 서면의결 방식을 대체해 전자투표만 할 수 있도록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정법 제45조 제8항 신설 규정에서는 “제5항에도 불구하고 ~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제5항에도 불구하고’의 해석을 제5항 방법을 배제하고, 전자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5항 규정은 ‘서면의결권 행사’ 규정이다. 즉,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서면의결권을 대신해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서면의결이 허용될 수 있다는 측에서는 법 개정 후에도 전자투표와 서면의결 두 방식의 병존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도정법 제45조 제8항의 ‘제5항에도 불구하고’의 해석은 기존 방식에 서면의결권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에 추가해 또 다른 방식으로 전자적 방법이 추가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서면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OS요원의 활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새로 신설된 도정법 제45조 제8항의 ‘제5항에도 불구하고’의 해석은 서면의결권이라는, 도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사결정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난 발생이라는 임시적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선택해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인 전자적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기존 방식인 서면결의와 OS요원 등의 활용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전자투표와 서면의결의 두 가지 방식의 병존 형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 이후에도 서면의결권 제도의 병행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일선 구청의 문의 전화에도 전자적 방법 사용 시 서면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안내해 주고 있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담당자는 전자투표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결국 조합원들의 의사결정 수단을 확대하는 방안이라고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결국 입법 취지가 조합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하자는 취지 아니냐. 여러 방법 중 조합에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많이 열어주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구청과 조합이 논의해 결정하라는 식의 답변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정법 제45조 제8항 규정에 시장군수가 조합원이 직접 참석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절차가 있다는 점에서 구청과 조합 간 협의 사항으로 좁혀 해석한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도정법에서 기존 대면방식의 총회 제도의 큰틀을 유지한 채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제도적 미비점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빠른 시일 내에 보완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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