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할까, 재건축 갈아탈까… 1기 신도시 주민들 갈팡질팡
리모델링할까, 재건축 갈아탈까… 1기 신도시 주민들 갈팡질팡
새 정부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에 혼선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03.3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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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추진한 단지들
재건축으로 방향 틀어
시장활성화 분위기 ‘급냉’

재건축과 리모델링사업
역학관계 무시한 공약에
현장에선 우왕좌왕

역세권 아파트 용적률
500% 적용한다는 공약
시장혼란에 기름 부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은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올해 내 시행을 앞둔 가운데 1기 신도시 내 사업방식 분란이 예고되고 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모두에 대한 규제완화 기대감에 주민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은 그동안 1기 신도시 내 사업주도권을 잡았던 리모델링업계에 직격탄이 돼 날아들고 있다. 신규로 리모델링사업 개시를 고민하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방향을 바꿔 재건축 추진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미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한 곳에서도 재건축 전환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곳곳서 “재건축 추진하자”

경기도 군포 산본신도시에서 벌써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18개 리모델링 추진 단지로 구성된 산본리모델링연합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공약으로 단지별로 소유주들 사이에서 재건축 추진이 낫지 않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과정을 체크하면서 각 단지별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안양 평촌신도시 리모델링 단지들 내에서도 재건축 추진 요구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 추이를 지켜보며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짓자는 것이다. 

한 평촌신도시 리모델링 조합장은 “신규로 리모델링사업을 고민하는 곳에서는 아예 재건축 규제 완화가 된 후 사업방식을 결정해 추진하자는 얘기가 나와 리모델링사업들이 타격을 받는 분위기”라면서 “이미 리모델링조합을 설립한 곳에서도 재건축 추진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상당부분의 절차를 진행해 온 리모델링들도 남은 사업추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혼란 원인은 섣불리 내놓은 공약 때문”

혼란의 원인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특징을 간과한 채 정치권에서 섣불리 내놓은 공약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동산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파격적 공약으로 소위 “모두 다 활성화해 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놨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집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지역공약으로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해 명품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및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를 공약했다. 250만호 주택공급 방안의 일환으로 1기 신도시 내에서 10만호의 주택공급 증가를 시키겠다며 용적률 상향도 약속했다. 

리모델링 공약으로는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법적ㆍ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직ㆍ수평증축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주택법과 별도로‘리모델링 추진법’을 새로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는 리모델링 안전진단 및 안전성 평가 절차개선을 위해 민간업체의 참여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약들이 현재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과 재건축 간의 역학관계를 간과한 채 “1기 신도시를 재건축ㆍ리모델링으로 재탄생시키겠다”며 뭉뚱그려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단지의 기존 조건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방식을 적용하는 기준이 함께 거론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적률, 가구별 면적, 역세권 여부 등 구체적 요인 없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규제 모두를 완화하겠다고 하니 현장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윤 당선인 측에서 나온 “역세권 아파트에 용적률 500%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이 그동안 리모델링사업에 잔류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용적률 제한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용적률 200% 안팎의 1기 신도시 아파트가 현행 상한용적률 300%로 재건축하는 것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리모델링이 400% 안팎까지 증가해 더 매력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용적률 500%가 제안되면서 리모델링 잔류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형욱 평촌리모델링연합회장은 “1기 신도시 공약의 문제점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해주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사업방식을 결정하기 전에는 이 같은 세부적인 내용들이 검토돼야 하는데, 현재 이런 내용들이 전무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기대감만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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