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원가 상승에 재개발·재건축조합-건설사 팽팽한 기싸움
공사원가 상승에 재개발·재건축조합-건설사 팽팽한 기싸움
공사비 갈등 속 입찰포기·계약해지·공사거부 등 파행 속출
부산 우동3구역은 4차례 유찰...문래 남성 재건축도 유찰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2.07.1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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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 가격 폭등에
낮은 예정 공사비 책정
전국 곳곳서 ‘샅바싸움’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
예정공사비 높게 책정
치열한 수주경쟁 유도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최근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다수의 현장에서 조합으로부터 건설사들이 시공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있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는 조합의 낮은 공사비 예정가격 책정으로 핵심현장조차 건설사들의 외면받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조합들이 예정공사비를 올려 시공자 재선정에 나서거나, 건설사들이 공사비 제안을 현실화 하는 등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값 급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 심화

최근 원자재값 급상승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조합과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끝내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3개월째 공사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둔촌주공재건축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조합과 지난 2016년 시공자인 현대사업단과 2조6천억원 규모로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기존 1만1천100가구 규모의 사업계획이 1만2천가구 규모로 증가하자 공사비를 5천600억원 가량 증액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교체된 조합집행부가 공사비 증액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현대사업단은 ‘공사 중단’, 조합은 ‘계약해지’라는 초강수까지 꺼내드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조합과 현대사업단이 9개 쟁점사항 중 8개 조항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조합집행부는 합의안 9개항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서울시에 밝혔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합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조합은 당초 공사비를 3.3㎡당 462만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자잿값 인상분을 반영한 528만원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수차례 협상을 진행한 결과 최근 공사비를 517만원으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 협의 내용에는 시공자 선정 당시 무상제공하기로 했던 김치냉장고와 전기오븐 등 일부 품목이 제외되면서 공사비 인상폭을 최소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1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미 이주를 완료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부담폭이 커진다”며 “가전제품 일부를 제외하더라도 공사비 상승폭을 최소화해 서둘러 착공에 돌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비 인상 문제로 인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조합들도 속출하고 있다. 삼성물산·GS건설은 지난달 30일 성남 분당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조합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매화2단지 조합은 3.3㎡당 630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삼성물산·GS건설은 3.3㎡당 72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하며 이견을 보였다. 조합과 삼성물산·GS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공사비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계약해지까지 이르게 됐다.

대전광역시 중구 용두동2구역 재개발조합과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생활권1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자인 IS동서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해지 사유는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자 간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낮은 예정공사비 책정으로 인해 시공자 선정 유찰 줄이어

원자재 상승으로 인해 최근 시공자 선정에 나선 조합들의 분위기도 작년과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자주 펼쳐졌을 만큼 수주전 열기가 뜨거웠지만, 올해는 핵심현장조차 줄줄이 유찰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해 조합들이 책정한 예정공사비가 낮아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자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조합은 지난 1월 1차례 유찰된 이후 당초 1천50억원이던 공사비를 1천260억원으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 재개발 대어인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 역시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구역은 최초 입찰 당시 예정공사비로 3.3㎡당 495만원을 책정하자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했다. 심지어 신흥1구역은 현장설명회에도 참석한 건설사가 없었다.

이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두 곳 모두 공사비를 3.3㎡당 510만원 규모로 상향하고, 에스컬레이션 적용도 ‘불허’에서 ‘허용’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감리비 등 각종 부담금도 공사비에서 제외하는 등 입찰조건을 완화했다.

지난달 28일 개최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수진1구역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제일건설, 신흥1구역에는 △GS건설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 △제일건설이 각각 참석하면서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손꼽히는 우동3구역 재개발조합은 벌써 5차례 입찰을 진행 중이다. 조합은 3차례 입찰이 유찰로 이어지자 입찰 보증금을 기존 7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100억원 하향하는 등 입찰 조건을 낮추면서 재입찰에 나섰지만, 4번째 입찰 역시 유찰의 고배를 마셨다. 현재 진행중인 5번째 입찰은 지난 5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으며, 현설에는 현대건설과 제일건설이 참석한 상태다. 

이에 입찰 전 미리 예정공사비를 높게 책정하는 조합들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3.3㎡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잠정 책정했다. 이는 2년 전 한남3구역이 시공자 선정 당시 예정가격을 3.3㎡당 598만원으로 책정한 금액보다 172만원 높다.

종로 사직2구역 재개발사업(770만원), 정릉골 재개발사업(740만원) 등에서 3.3㎡당 700만원 이상 공사비를 책정한 바 있고, 낮은 예정공사비로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꺼릴 경우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높은 공사비 책정으로 건설사의 부담이 줄어 치열한 수주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단 따고보자식의 입찰로 향후 공사비 상승을 노리는 수주전략을 내세우곤 했지만, 최근 사업추진 과정에서 공사비 협상에서 의견이 엇갈려 시공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이 현실적인 공사비 제안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단가 역시 크게 올라 핵심 현장이라도 공사비 등에서 이해타산이 맞지 않을 경우를 감안해 무리해서 수주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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