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없고, 해지도 불가능… 신탁방식정비사업 이대로 괜찮나
경쟁입찰 없고, 해지도 불가능… 신탁방식정비사업 이대로 괜찮나
“제도손질” 목소리 커지는 까닭은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7.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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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방식·계약내용 등
구체 규정없어 혼란

수수료만 수백억원
금융비용까지 부담

사업시행자 지정 전엔
합의없이 해지 불가
표준계약서 도입 시급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도입된 지 7년 차에 접어들면서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4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으며 재개발·재건축뿐만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 도심복합사업 및 노후계획도시까지 영역이 넓어지면서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된 제도의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탁사 선정 방식과 계약 내용 등과 같은 규정이 없어 도시정비법 취지와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탁수수료만 수백억원인데 일반경쟁입찰 없이 선정?…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적용해야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신탁사 선정방식이다. 원칙적으로 재개발·재건축조합이 선정하는 모든 협력업체는‘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신탁사의 경우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정비사업 협력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도입됐다.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미리 내정된 업체를 선정하는 소위 ‘짬짜미’선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전자입찰을 통해 투명한 절차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신탁사를 선정할 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는 신탁사가 협력업체가 아닌 지정개발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정개발자 방식은 물리적인 환경이 지나치게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이 사업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공이 사업을 시행하거나 지정개발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탁방식은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주민들의 선택으로 사업시행을 도맡아줄 협력업체인 신탁사를 선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에서 협력업체가 아닌 지정개발자로 규정해 일반경쟁입찰을 하지 않고 신탁사 선정이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뿐만 아니라 비슷한 개념인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적용받고 있어 명백히 법률 미비라는 지적이다. 이에 신탁사가 용역금액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받아가고 주민들의 재산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업전반의 권리를 갖는 만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숙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 조합장은 “신탁사가 수십억원의 수수료는 물론 사업 전반의 권한을 가져 조합원들의 재산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일반경쟁입찰 없이 대의원회 등 소수가 신탁사를 결정,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것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한 취지에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조합원들이 총회로 업체 간 제안내용을 비교해 신탁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자 지정 전까진 합의 없이 계약해지 불가, 지정 후에는 조합원 대부분 동의해야만 가능… 불합리한 계약 방식도 문제

신탁방식 도입 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불합리한 계약해지 조건이다. 

신탁방식 도입 초기에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필요로 했다. 이에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논란이 커지자 신탁사들이 토지등소유자 80% 이상 혹은 토지면적 및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등으로 조건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시공자 및 협력업체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조합원 총회 의결만 받으면 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까다롭다.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전이라면 더욱더 조건이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탁계약의 해지 조건을 보면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전까지는 상호 간의 합의로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합 및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계약해지를 원해도 신탁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다. 사업시행자 지정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신탁계약을 한 상황에서는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개선법을 개정하면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탁계약 해지에 관한 요건들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업시행자 지정 전후와 관계없이 총회 의결을 통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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