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리모델링 일몰제… 파장과 해법은
황당한 리모델링 일몰제… 파장과 해법은
“사업계획승인 평균 10년 소요”… 3년 제한은 전형적 탁상행정
  • 최진 기자
  • 승인 2023.11.01 10: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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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 일몰규정
주택법에 무작정 차용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불필요한 행정부담
주민 갈등만 부추겨
업계 “법개정 시급”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일몰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3년 내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통해 해산여부를 결정하라는 주택법조항 때문이다.

당초 해당 법안은 지역주택조합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지만, 주택법 범주에 별도의 예외규정이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 조합까지 덩달아 포함되면서 불필요한 일몰제 논란을 발생시키고 있다.

정비업계는 주택법에 도시정비법 일몰규정을 성급하게 차용하다가 발생한 탁상행정의 오류라며 리모델링 조합에 대한 예외규정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택조합 일몰규정 3년, 리모델링 조합 예외 없어

최근 리모델링 조합들은 주택법 일몰규정에 대한 해석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20년 주택조합의 해산 등을 규정하기 위해 신설된 주택법 규정이 올해부터 일몰기한에 돌입하면서 조합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법 제14조의2(주택조합의 해산 등)에 따르면 “주택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택법이 정의하는 ‘주택조합’에는 지역주택조합과 직장주택조합, 그리고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속한다. 

당초 해당 법안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이 사업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지난 2020년 7월 23일을 기준으로 신설된 법이다. 법 기한인 3년이 지난 2023년 7월 23일까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하면 해산에 대한 유무를 묻는 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 제25조의2에서는 해당 총회를 3개월 내에 개최하도록 돼 있으므로 만약 사업시행승인을 받지 못한 조합의 경우 지난 23일까지 해산여부를 묻는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해당 법은 지난 2019년 3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 17인이 지역주택조합과 직장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발의됐다. 당시 규제가 허술한 지역주택조합과 관련한 문제가 늘어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합원 자격, 조합설립인가 요건, 계약내용 확인의무, 임원 결격사유 등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주택조합의 해산절차를 마련하면서 예외조항을 만들지 않아, 사정권 밖에 있던 리모델링 조합들까지 일몰규정에 속하게 된 상황이다.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 평균 10년 소요… 탁상행정 전형

주택조합이 해당 해산총회를 통지하지 않으면 동법 제104조 처벌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벌칙조항이 총회개최가 아닌, ‘총회개최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하고 있어, 벌칙조항에 대한 범위 논란은 남아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법이 규정하는 ‘주택조합’의 범주에는 리모델링조합까지 포함되며, 해당 해산총회 관련 조항에서는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음으로 리모델링 조합 역시 해산총회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총회개최를 통지하지 않은 자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도 명시되고 있지만, 혹여 불가피한 사정으로 총회가 개최되지 못하거나 의결정족수 미충족 등에 대한 사항은 수사를 통해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리모델링 일몰제 적용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은 리모델링 업계는 해당 일몰규정이 리모델링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법안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은 통상적으로 10년 가까이 소요돼왔는데, 별도의 예외규정 없이 이를 3년 내로 단축시키라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수도권에서 리모델링 허가까지 완료한 리모델링 주택조합 10곳의 경우 사업계획승인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122개월이다. △개포우성9차 117개월 △송파성지 153개월 △오금아남 132개월 △둔촌현대1차 143개월 △분당무지개4단지 67개월 △분당느티3단지 88개월 △분당느티4단지 88개월 △정자한솔5단지 125개월 △평촌목련2단지 172개월 △분당매화1단지 136개월 등이다. 200가구 미만의 소형 단지를 제외하고는 법 기한인 36개월 내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리모델링 단지 자체가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 시행되다보니 지자체들도 해당 규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일몰제처럼 조합해산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3년마다 사업추진 의지를 확인하는 선언적 규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리모델링 조합이 처벌규정에 해당되지 않도록 각 지자체 리모델링 전담기구가 해당 내용을 조합들에게 알려 법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상황이다.

▲업계, “불필요한 행정부담·주민갈등 양산… 법 개정 시급”

수도권의 한 리모델링 행정지원팀장은 “해당 법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장이 멈추지 않도록 미리 리모델링 조합들에게 해당 규정을 안내하고 관련된 조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현행 규정과 심의절차로는 리모델링 조합이 3년 내에 사업계획승인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분쟁을 없애기 위해 행정적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정청의 선행조치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는 해당 일몰규정에 따른 주민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법 기한을 3년으로 정하다보니, 기한 내에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집행부에 대해 주민들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주민갈등 요소가 3년마다 반복될 예정이라, 일선 현장에서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정태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장은 “사업계획승인이 지연되는 원인은 조합의 추진력과는 별개로 리모델링에 대한 불필요한 심의절차나 불확정적인 심의기간이 원인”이라며 “일몰규정의 적용범위나 일선 현장의 실태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규정 때문에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오던 많은 리모델링 조합에서 이와 관련한 진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업계관계자는 아무런 공익요소가 없는 탁상법안이 오히려 불필요한 행정 부담과 주민갈등 요소로 전락한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우선적으로는 해당 일몰규정에서 리모델링 조합을 제외하는 예외규정이 만들어져야 하고, 나아가 리모델링 추진법 혹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러한 법리적 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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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2024-02-02 10:05:47
일몰제 조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