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주민 4분의3 동의하면 계약해지 가능
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주민 4분의3 동의하면 계약해지 가능
윤곽 드러난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공정한 계약·주민권익 보호 ‘이중포석’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11.15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탁재산 담보대출 착공 이후에만 가능 
사업완료 기한 규정… 해지요건엔 찬반 팽팽
수수료 책정·납부 방법 기준 없어 혼란 소지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신탁방식 도입 7년 만에 드디어 신탁방식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한 표준계약서가 공개됐다.

주요 내용은 기존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신탁계약 해지를 용이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한 신탁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고 토지등소유자가 신탁한 부동산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 밖에도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의결사항, 자금 차입 방법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업계에서는 표준계약서 내용에 대해 대부분 수긍하면서도 신탁계약 해지 요건인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 등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수수료에 관한 명확한 규정, 주민대표기구의 법제화 등의 제도 보완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하면 신탁계약 해지 가능… 국토부, 신탁 계약서 등 표준안 마련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3일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때 필요한 신탁계약서·표준규정 표준안을 공개했다. 표준안은 지난 7일까지 의견수렴을 받았다.

이번 신탁 계약서 및 시행규정 표준안은 주민·신탁사 간 공정한 계약체결과 주민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하는 것으로, 수렴된 의견을 참고해 가다듬은 최종 표준안을 지자체 및 이해관계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에서는 먼저 신탁계약 해지에 대한 부분을 명문화했다. 신탁방식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는 신탁사들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이에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며 논란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지 조건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번 신탁계약서와 시행규정 표준안에서는 신탁계약을 체결한 주민 전체가 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도 주민 4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신탁계약을 일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신탁계약의 해지 조건을 보면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전까지는 상호 간 합의로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합 및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계약해지를 원해도 신탁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다.

이에 국토부는 표준안에 신탁계약 체결 후 2년 이내 사업시행자를 지정받지 못하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의 재산에 대한 보호도 강화했다. 주민이 신탁한 부동산은 신탁사 고유 재산 등 다른 재산과 구분해 별도 관리되도록 했으며, 신탁사의 신탁재산을 담보로 한 대출은 사업추진이 확실해지는 착공 이후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신탁방식도 조합방식과 동일하게 소유권 이전고시 후 1년 내 사업비 정산 등의 절차를 완료하도록, 사업완료 기한을 명확히 규정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표준계약서·시행규정으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사업추진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정부는 정비사업이 조합 이외에도 신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 될 수 있도록, 신탁방식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함께 관리·감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 해제 동의 요건 “과하다”vs“더욱 완화 필요” 엇갈린 반응

신탁 표준계약서는 지난 2018년부터 서울시가 최초로 마련하기 위해 관련 용역 및 의견수렴 등을 진행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표준계약서 역시 그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에 서울시와 신탁사가 오랜 기간 동안 협의한 내용들이 반영돼 있어 업계와 신탁사 대부분 국토부의 표준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일정 부분에 있어서 각각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신탁계약 해지 요건이다. 국토부의 표준안에서 해지 요건은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다. 이는 정비사업 조합설립 동의율 및 신탁사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이랑 같은 수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해지를 위한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합방식의 중대한 사항 변경에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신탁계약 해지에 관한 의결 역시 이와 동일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탁사는 계약 해지 동의 요건이 다소 낮은 감이 있다며 4분의 3 이상이 아닌 5분의 4 이상으로 상향해 사업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표준계약서에서 착공 이후 신탁사가 주민이 위탁한 신탁재산을 담보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금 조달은 신탁사의 역할인데 주민들의 재산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신탁방식의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반면 신탁사는 착공 이후 일반분양 금액이 들어오기 전까지 공사대금 등을 납부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고, 공사대금을 미리 납부할수록 총공사비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탁방식의 가장 큰 장점인 공사비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는 서울시와 신탁사가 오랜 협의 끝에 나온 내용으로 대부분 신탁사가 공감하고 수긍하고 있다”며 “다만 계약해지 요건이나 자금 조달 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마다 서로 다른 수수료 기준·납부시기·방법에 대한 기준없어

국토부의 표준계약서 안에 수수료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장마다 수수료율과 기준과 납부 시기와 방법이 달라 현장에서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탁수수료는 중개수수료와 달리 정부 기준 없이 업계 자율이다. 실제로 사단법인 주거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탁 수수료는 최소 0.24%부터 최대 7.87%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신탁방식을 추진하고 있는 현장에서 신탁 수수료에 대한 갈등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대형 현장의 경우 수수료가 1%가 되더라도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토지등소유자들이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현장마다 수수료율의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수수료의 책정기준마저 상이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반분양 수입에 대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수수료 기준을 총 분양수입 혹은 총매출로 하면서 일반분양뿐만 아니라 조합원분양 수입까지 수수료에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수수료율과 수수료 책정기준에 따라 수수료 총액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때 수수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해 왔다. 하지만 민간 계약인 만큼 국토부에서 부담을 느껴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에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수료율에 대해 명확하게 정하진 못하더라도 일반분양 수입에 한정하는 등 책정기준, 납부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일반분양 수입의 1~3%대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각종 요인으로 인해 변동 폭이 심해 사업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분양 이후 수십~수백억원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다신탁방식이 수수료에 대한 주민부담이 크기 때문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국토부가 명확한 기준 마련할 것을 기대했지만, 담기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