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규제 완화
부담금 부과 구간은
2천만→5천만원으로
초과이익 산정 시점도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
1주택 장기보유자 혜택
20년 이상땐 70% 감면
고령자 납부유예 가능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재건축사업의 3대 대못규제 중 마지막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드디어 완화됐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개선안보다 규제완화 수위가 약해지면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부담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했던 것보다 부담금 규모 감소폭이 미미해 재건축시장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 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부동산원 통계 수치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신뢰도가 낮은 상태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새롭게 도입된 1주택자 감면 부분에 대해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면제 기준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면제금액)을 8천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시행 17년 만에 재건축초과이익 관련 규제가 최초로 완화됐다.
개정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부과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 이하로, 부담금 부과 구간은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했다.
구체적으로 △초과이익 8,000만~1억3,000만원 이하 10% △1억3,000만~1억8,000만원 이하 20% △1억8,000만~2억3,000만원 이하 30% △2억3,000만~2억8,000만원 이하 40% △2억8,000만원 초과는 50%의 초과이익을 부담금으로 부과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부담금 면제 금액을 초과이익 1억원 이하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행 기준은 3천만원 이하다. 또한 부과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부과구간도 기존 2천만원 단위에서 7천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안 개정 과정에서 여야가 세부 쟁점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1년째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이에 국토부가 조정안을 제시해 규제 완화 수위가 다소 약해진 것이다.
▲개시시점 추진위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변경… 1주택 장기보유자도 감면
또 부담금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개시시점도 현재 임시조직인 추진위원회의 구성 승인일에서 사업주체(부담금 납부주체)가 정해지는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했다.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신설됐다. 1가구 1주택자로서 20년 이상 장기 보유한 경우에는 부담금 70%, 15년 이상은 60%, 10년 이상은 50%, 6~9년은 10~40%를 각각 감면하도록 했다. 아울러 1가구 1주택 고령자(만 60세이상)는 담보 제공 조건을 전제로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의 처분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적용 시 전국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 단지가 111곳에서 67곳으로 44곳(40%)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은 40개 단지에서 33개 단지로 7개 감소하고, 평균 부과 금액은 2억1,3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32% 낮아진다. 인천·경기는 27개 단지에서 15개 단지로 축소되고, 평균 부과액은 7,7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58% 줄어든다. 지방은 44개 단지에서 19개 단지로 감소하고, 평균 부과액은 2,50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내려간다.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 활성화엔 역부족
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당초보다 낮은 규제 완화 수위로 재건축 활성화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여전히 조합원 1인당 수억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 하는 만큼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는 1인당 수억원의 부담금을 통보받은 단지들은 최대 5천만원 정도 부담액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 첫 부과 예상 단지인 2021년 7월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은 개정안 적용 시 부담금이 당초 3억4,000만원에서 2억6,000만~2억7,000만원 선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1인당 부담금이 기존 7억7,700만원으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충격을 줬던 용산 이촌한강맨션의 경우 7억2,200만원으로 5,500만원(7.1%)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부담금 예상액이 1인당 4억6,300만원이었던 성동구 장미아파트는 4억800만원 수준으로, 서초구 반포3주구는 기존 4억200만원에서 3억4,700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재건축 부담금이 몇천만원 이하 수준에 불과했던 지방의 경우에는 대부분 부담금이 면제되면서 사업에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지만, 수도권 내 핵심 지역의 경우 여전히 수억원대의 재건축 부담금이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는데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재초환을 전면 폐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된 가장 큰 이유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서인데 생색내기에 그쳤을 뿐 여전히 재건축사업의 대못 규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시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변경한 것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대부분 단지들의 사업기간이 대부분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10년이 지난 경우가 많아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이유다. 이에 사업시행인가일 혹은 최대 5년까지 개시시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년 넘게 지연된 개선안이 최대 5천만원 가량 감소되는 정도에 그쳐 재건축 활성화에는 역부족”이라며 “고액의 부담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조합원이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초과이익환수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