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늑장 행정에 세입자 용적률 인센티브 ‘무용지물’
지자체 늑장 행정에 세입자 용적률 인센티브 ‘무용지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0.03.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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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늑장 행정에 세입자 용적률 인센티브 ‘무용지물’
 
  
‘최고 25% 혜택’ 안주나 못주나…
 하위규정 마련한 지자체 전무… 대책 마련 시급
“사업 속도냐, 용적률 완화냐” 조합 혼란만 가중
 
 

 

일정기준 이상의 세입자 대책을 수립하면 용적률을 완화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세부 규정이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세입자 보상 용적률 인센티브는 세입자 대책은 강화하고 조합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던 제도다. 하지만 시행된 지 3개월이 넘도록 하위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과 세입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가 지자체의 늑장행정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신속하게 하위 규정을 마련해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 ‘늑장행정’에 조합만 울상=세입자에게 일정기준 이상을 보상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지자체의 늑장행정으로 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용산 사고 발생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면서 제40조의2에 “사업시행자가 제40조제1항 단서에 따라 대통령령이 따로 정하는 손실보상의 기준 이상으로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거나 영업의 폐지 또는 휴업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경우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78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해당 정비구역에 적용되는 용적률의 100분의 125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도·시 또는 군의 조례에 용적률을 완화하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즉 대통령령이 정하는 손실보상 기준 이상으로 세입자에게 보상하는 경우 최고 25%의 용적률을 상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세입자 보상으로 인한 조합의 손실을 보전해 줘 조합이 세입자 보상에 능동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조항은 지난해 5월 27일 개정됐고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 11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 갔다. 하지만 4개월이 다 되도록 하위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를 비롯해 광역시·도 등 각 지자체의 조례를 조사해 본 결과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된 하위 규정을 마련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세부 규정 마련에 비교적 빠른 대응을 해온 서울시마저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 인센티브 관련 조례 개정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 정확한 조례 개정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최근 세입자 보상 용적률 인센티브 도입을 두고 기준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 역시 구체적인 기준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세입자 보상에 따른 용적률 완화 방안을 두고 서울시 등과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협의가 끝나는 대로 세부 기준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늑장행정으로 업계에서는 혼선이 일고 있다. 특히 보상을 앞두고 있는 조합에서 사업 속도냐, 용적률 인센티브냐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이익인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것인 이익인지 전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조합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비업체 관계자는 “제도 도입시기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도가 결국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시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관련 기준을 만들어 조합과 세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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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분 이상 주거이전비 지급해야
 

■ 인센티브 받으려면
조합에서 세입자 손실보상에 따른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도정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주거이전비 이상을 세입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즉 주거이전비나 휴업손실보상금을 적어도 4개월분 이상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용적률 완화 방법은 〈도정법〉 시행령 제44조의3에 정하는바에 따라 진행하게 된다. 우선 조합이 주거이전비나 휴업손실보상금 등을 보상하고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구역 내 세입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야 하며 손실보상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이후 사업시행인가 전 △정비구역 내 세입자 현황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 계획 등을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용적률, 세입자 손실보상 계획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게 된다.
협의가 끝나면 시장·군수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에 관한 내용을 통보를 받게 된다. 용적률은 최고 25%까지 완화가 가능하다. 조합에서는 통보 받은 데로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계획을 포함해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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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기대 못 미치는
조례 제정 ‘하나마나’
 

■ 문제는 없나
세입자 보상 용적률 인센티브는 현행 법에서 세입자 보상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제도여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지자체의 기준이 조합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제도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많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법적상한용적률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국계법〉에서 정하고 있는 용적률에 상관없이 용적률 완화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이를 허용할지가 문제다. 만약 지자체가 조례에 법적상한용적률 이하로 정하게 되면 그에 따라야 한다. 조례로 용적률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적률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은 법적상한용적률 이하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층수 제한, 건폐율 등으로 용적률 완화를 적용받지 못할 경우도 문제가 된다.
 
손실보상에 대한 기준도 막연한 상태다. 법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 주거이전비나 휴업, 폐업손실보상비를 지급하는 경우 용적률 완화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이전비 등을 4개월치 이상 지급하면 무조건 25%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보상 금액에 따라 용적률이 차등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입자 수에 따른 차등화가 적용되는지도 문제다. 한 예로 같은 면적에 세입자 수가 다른 두 개의 재개발구역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세입자 수가 많은 조합은 세입자 보상비가 많이 들지만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구역은 보상비도 적게 들게 마련이다. 문제는 세입자에게 지급한 금액이 다른데 용적률은 같은 비율로 완화받게 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조합에서 적정한 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면 손실보상 기준 이상으로 지급할 이유가 없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임대주택이나 상가세입자에게 상가를 우선 분양한 경우에도 용적률 완화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세입자 보상이나 용적률 적용에 대한 시기도 문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에 세입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 시장·군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세입자 수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이라는 것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직전인지, 조합설립 후 언제든지 가능한 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 세입자의 현황을 파악했을 때와 실제 보상시점에서 세입자 수가 변할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구역별로 여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용적률 인센티브에 대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합에게 적정 이익을 보장해 세입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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