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구조안전성 30~40%로 낮춰도 재건축 활성화엔 ‘물음표’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30~40%로 낮춰도 재건축 활성화엔 ‘물음표’
안전진단 제도개선 밑그림 들여다보니…
  • 최진 기자
  • 승인 2022.09.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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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적정성검토 시행 
지자체 배점조절 권한
안전진단체제 대수술

노후단지 사업기대감
투기수요·혼란우려도

지자체가 직접 판단하는
정밀안전 개선책 나와야
주택공급량 확대 가능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에 대한 밑그림이 발표됐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배점을 상향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지자체가 항목별 배점을 조절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재건축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던 적정성검토 자체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제한해 안전진단 자체를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음을 내비췄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에 이어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에서도 재건축 안전진단 무효화 기조가 드러남에 따라 도심지 노후단지들의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안전진단에 첫 발을 들여놓은 노후단지들은 안전진단 소급적용 문제 등으로 정부의 부동산대책보다는 야당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배점조절… 재건축 추진 불안요소 남아

정부는 지난 8·16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정부가 내놓은 안전진단 제도개선의 내용은 총 3가지다. 세부적으로는 적정성검토 부분의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 △제한적 적정성검토 시행 △지자체 배점조절 권한부여 등이다.

구조안전성 비중완화는 현 정부 출범 시기부터 논의돼 온 대표적인 규제완화책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이를 통해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기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제정된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40%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20%로 조절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50%로 허들을 높인바 있다.

현 정부가 내놓은 기준은 30~ 40%이지만, 주택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구체적인 사안을 연말에서야 발표하겠다는 점도 문제지만, 구조안전성 비중을 30%까지 낮춘다고 하더라도 재건축 추진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야당에서 수차례 선보인‘안전진단 패싱’개정안보다 수위가 한참 모자라다는 것이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1차 안전진단) 등급은 재건축이 불가한 A~C등급(유지·보수), 공공기관의 검증이 필요한 D등급(조건부 재건축), 재건축 확정 판정인 E등급으로 분류된다. 

종합평가점수가 30~55점에 해당되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인 D등급을 받는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2차 안전진단)해 최종적으로 점수를 확정해야 재건축사업이 추진된다.

앞서 재건축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탈락한 노후단지들의 안전진단 분석에 따르면 구조안전성 비중을 30%까지 하향하더라도 현행 적정성검토 기준에서 60점미만을 받아야 안정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앞서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6개 노후단지들 중 60점 미만의 단지는 양천구 △목동9단지(58.5점) △목동11단지(58.7점) 단 2곳뿐이다.

▲정밀안전진단도 재건축 보장 안 돼, 구조적 개선 필요

반면, 기존 적정성 검토에서 60점 이상을 받은 △구로구 오류 동부그린(62.4점) △노원구 태릉 우성(60.0점) △광진구 광장 극동(70.4점) △강동구 고덕 주공9단지(62.7)의 경우 구조안전성 비중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재건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중 태릉 우성의 경우 상계주공 재건축단지들의 바로미터가 되는 단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노원구 노후단지 대부분이 재건축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1차 진단인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다. 현재까지 재건축이 확정된 단지들 중에서 자치구가 주관하는 정밀안전진단 평가점수가 가장 높았던 곳은 마포구 성산시영(53.8점)이다. 

하지만 적정성검토에서 탈락한 6개 단지 모두 정밀안전진단에서 성산시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만 보면 재건축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점쳐지더라도 적정성검토 허들은 별개의 문제로 남았다.

심지어 태릉 우성의 경우 정밀안전진단에서 무려 48.9를 받았지만 적정성검토에서는 재건축 불가판정을 받았다.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한 25개 단지들 중에서 태릉 우성보다 점수가 낮은 단지는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47.5점)와 광명 철산주공13단지(45.9점) 뿐이다. 

결국 정부가 적정성검토 구조안전성 비중을 하향하더라도 앞서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기존 노후단지들조차 재건축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정부·국회 적정성검토 무효화 동일 기조… 지자체 판단

정비업계에서는 정부의 8·16 정책에서 재건축 활성화를 명확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적정성 검토 여부를 지자체의 요청으로만 제한하는 것을 꼽고 있다.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밀안전진단으로만 재건축 여부를 판단할 경우 가능성이 크게 상향된다는 것이다.

현재 정밀안전을 시행한 노후 단지들 중 정밀안전진단에서 발목을 잡힌 곳은 지난 2019년 58.6점을 받아 재건축 불가판정을 받았던 올림픽선수촌이 있다. 

하지만 정밀안전진단 과정에서 누락된 사항과 오류 등을 수정해 2021년 53.3점으로 D등급을 받고 재건축에 대한 불씨를 살려낸 바 있다. 나머지 25개 단지는 모두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적정성검토를 대기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의 경우 재건축사업의 불안요소를 더욱 자극해 일부 단지들에 대한 투기수요 및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며 “시장 상황이나 지자체가 배점 비중을 조절하는 식의 해묵은 방법보다는 지자체가 적정성검토 여부를 판단하는 개선책이 그나마 정부가 바라는 도심지 주택공급 활성화에 실효성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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