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보증한도 축소에 가로주택 ‘돈맥경화’
HUG 보증한도 축소에 가로주택 ‘돈맥경화’
‘사업비 70%-금리 1.5%’ 대출믿고 사업참여… 高利 ‘뒤통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6.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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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으로 보증축소
사업비 40%-금리 3.8%
확 줄어든 대출에 황당

보증마저 없으면 금리 7%
사업 참여한 조합들 분통

일부는 국토부 등에 탄원
“정부는 거짓말쟁이” 낙인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사업비 지원 축소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자금난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현장들이 늘어나다보니 개별 현장 당 투입돼야 할 사업비가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선 조합들은 예기치 못한 최악 변수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HUG 지원 축소는 이자비용 급증 또는 최악의 경우 자금조달 중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HUG의 사업비 지원 축소로 가뜩이나 사업성 낮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 버렸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버렸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총 사업비의 70%, 1.5% 금리’로 대출해 준다고 홍보해 이를 믿고 사업에 참여했더니 정작 사업자금이 필요한 사업시행인가 시기에 HUG를 찾아가 상담을 하면, ‘총 사업비의 40%, 3.8% 금리’로 대출해 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한다는 것이다. 

조합은 이미 사업의 상당부분을 진행해 이주시기를 저울질해야 하는 판국에, 갑작스레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는 셈이다.  

사업비 부족분 30%는 민간은행에서 시중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시중은행 금리는 7%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은행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사업성이 낮아 중도에 사업이 중단될 위험이 많다고 판단, 고금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합에서는 “정부 정책을 믿은 것이 부메랑이 돼 오히려 조합원들을 망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업비 70% 지원, 금리 1.5%’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았지만, 이 같은 사업비 조달 계획이 틀어지면서 부쩍 높아진 금융비용 때문에 사업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 집행부는 자금조달 계획을 거짓말한 것이 돼버려 조합원들로부터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천 고강동 현대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의 이상균 조합원은 “총 사업비의 70%, 1.5%의 금리로 지원해준다고 정부가 홍보해 이를 믿고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했는데, 지금 HUG 상담을 해보면 사업비 총 사업비의 40%, 금리는 3.8%로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 사업을 이도저도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 “이럴 줄 알았으면, 애당초 사업 시작 안 했다”

부천 고강동 현대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은 2020년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현재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 단계를 진행 중이다. 최근 비례율 98%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구청에 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조합은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서가 나오면 HUG를 찾아가 이주비와 함께 본 사업비 대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총 사업비의 40%만 나올 예정이어서 사업중단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큰 상태다.

이 조합원은 “우리 현장은 조합설립 직후 초기 사업비로 10억7000만원(금리 2.2%)를 받았고, 관리처분인가 후 총 사업비 305억원의 50% 수준인 152억원의 본 사업비(금리 3.8%)를 대출받아야 그나마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인데, HUG에서는 40%인 120억원 정도만 대출보증해 주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나머지 부족액 약 30억원에 대해서는 7%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해 비용이 크게 늘어나 조합원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정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사업비와 저금리로 지원해준다고 해서 참여한 것으로, 정부와 HUG가 이제 와서 지원 폭을 줄인다면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기존에 약속한 지원을 해 줄 수 없다면, 우리 조합원들은 사업에서 탈출할테니 정부가 이 같은 약속 위반의 책임을 지고 우리 현장의 조합원 주택을 모두 사 달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조합원은 국토부 및 HUG 등에 9차례에 걸쳐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현실에 대한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하며 문제 제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HUG 담당자 “사업장 수요 급증, 기금 예산을 감당 못해 어쩔 수 없어”

이 때문에 급증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자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예산이 부족해지자‘금리 차를 보전해주는 제도’도 임시방편으로 들고 나온 상태다. 

HUG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2차 보전지원 제도’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장 증가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직접 지원이 어려워지자, 자금 부족분을 민간금융사로부터 대출받게 하는 대신 금리 차이를 보전해주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금리 차에 대한 손실액은 최대 2.1%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조합이 민간은행과 5.53%로 대출 취급계약을 했다면, 그 중 2%p를 HUG가 지원해 실질금리 3.53%로 대출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3~4년 전 ‘금리 1.5%’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홍보에 나섰던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점에서 이 역시 미봉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HUG 관계자는 “사업장 증가 폭에 비해 기금 예산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며 “여기에 상담 부족 문제는 최근 전세사기 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직원이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담당자들의 업무 폭주로 인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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