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사업시행인가일 기준으로 종전자산평가는 부당”
“최초 사업시행인가일 기준으로 종전자산평가는 부당”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담긴 뜻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4.03.27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변동 있을 경우 사업시행변경인가가 기준
7년 전과 달리 대형평형 기피·소형평형 인기

 

 

최근 개발이익의 기준이 되는 종전자산평가 시점을 사업시행변경인가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를 받아 국내 부동산시장은 침체돼 왔다. 더불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동반침체를 겪어오면서 정체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들도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구역들이 오래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을 당시 산정했던 종전자산평가로 인해, 현재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앞두고 사업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시장상황이 대형평형 기피현상을 보이면서 소형평형의 인기가 치솟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현재 시장상황에 맞는 기준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초 사업시행인가일 이후 7년… 당시 종전자산평가 기준으로 한 관리처분계획은 조합원들의 중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윤인성 판사)는 종로구의 한 재건축 조합과 지자체의 소송에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 기준이 되는 ‘종전자산평가 산정 시점’을 두고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종로구의 한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05년 지자체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은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았다. 이후 조합은 2011년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은 다음 분양신청을 다시 받아 2012년 관리처분계획변경인가를 받았다. 당시 관리처분계획 수립은 지난 2005년에 받은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점으로 산정한 종전자산평가가 기준이 됐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최초 사업시행인가 이후 7년이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지자체를 상대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최초 사업시행인가 기준일로 종전자산을 산정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경우 중대한 재산권 침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소송을 당한 지자체의 주장은 다르다.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4호는 무조건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시행변경을 할 때마다 새롭게 종전자산평가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판례에서 “사업시행변경인가에 있어 절차적 요건을 갖추기 위한 변경인가 등의 경우까지 무조건 새로 종전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도 “이 사건에서 연면적, 건폐율, 용적률, 분양주택의 규모 등에서 주요 부분이 실질적으로 대폭 변경됐기 때문에,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4호는 무조건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봐야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명시했다. ‘도정법’에 따르면 종전자산평가 시점이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로 돼있지만, 무조건 ‘최초의 사업시행 인가 고시일’이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계획의 중요한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전자산평가 기준일 명확히 해야 문제는 ‘도정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종전자산평가 기준일이 최초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날인지, 이후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은 날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분양대상자 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 및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여러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오래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그 기준일에 맞춰 종전자산평가를 했을 경우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관리처분계획 수립이 수년간 지연되다가 대형평형을 축소하고 소형평형을 늘리는 등의 사업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소형평형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종전자산평가액도 더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반해 대형평형의 종전자산평가액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최초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종전자산평가를 진행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조합원들의 재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대형평형이 인기가 많았을 당시 산정했던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기존 대형평형을 소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 종전자산평가 기준일 시장상황에 맞춰야 ■민홍철 민주당 의원 개정안 발의 현재 국회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기존 종전자산평가 기준일이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종전자산평가 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3년이 지나면 그 시점을 평가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 맞게 법을 개정시켜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법 개정 필요성이 계속해서 거론돼 왔다. 현행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4호에서는 종전 감정평가액 산정 기준일에 대해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장기침체 돼 왔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행 기준은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는 등 사업추진이 원활할 때에만 적합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시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 현행 규정으로도 충분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곧바로 관리처분을 하고 분양에 나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분양시장이 장기침체를 거듭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에도 사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으며 사업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민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정법’ 제48조 제1항 제4호의 개정안에 따르면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 및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의 내용을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 및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한 가격.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같은 목에 따른 날을 기준으로 한다”로 개정하고, 새로 나목을 신설하며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부터 3년이 경과한 후 그 변경인가를 받은 경우, 해당 변경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의 내용을 명시했다. 당시 민의원은 “종전자산평가 산정 시점이 최초의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 함에 따라 감정평가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많았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시행인가 후 3년이 지난 경우에는 그 시점을 평가 기준일로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평형 종전자산평가액 높아 형평성 논란 우려

 

■문제는 뭔가


현재 부동산시장은 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침체기를 겪어오면서 대형평형을 기피, 소형평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소형평형시세가 대형평형을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대형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당시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종전자산평가를 했던 곳들이 현재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준비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29평형의 종전자산평가액은 2006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당시 683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변경인가 당시의 평가액은 635만원/㎡으로 평가됐다.


이에 반해 같은 단지 47평형의 경우 평가액이 2006년에는 822만/㎡에서 지난해 1월 598만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29평형 소유자는 낮게, 47평형 소유자는 높게 평가받게 된다.


현행 기준을 고수할 경우 47평형 소유자는 종전 평가액으로 1㎡당 598만원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822만원으로 평가받아 상대적으로 29평형 소유자에 비해 큰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시행변경인가 기준으로 종전 감정평가액을 산정하도록 하는 것은 상대적 서민인 소형주택 소유자를 보호하려는 차원인 셈이다.

 

이 문제는 조합원 간 형평성 문제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현행 종전 감정평가 기준일 제도가 계속될 경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