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능곡연합 판결 의미와 파장
고양 능곡연합 판결 의미와 파장
“시공자는 밀린 대여금 지급 의무” 판결에 조합들 줄소송 예고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4.09.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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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능곡연합에 대여금 19억 지급하라” 판결
업계 “시공자의 의무 강조… 사업지연 손배도 가능”




최근 시공자는 밀린 대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이정호 판사)가 경기 고양시 능곡연합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대여금 등’ 소송에서 “롯데건설은 도급계약에 따라 사업추진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례를 토대로 시공자로부터 대여금 지급이 중단된 일선 조합들에서 집단소송이 예상된다.


더욱이 법률전문가들은 법원이 ‘시공자로서의 의무’를 강조한 만큼 대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시공자에게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시공자에 맞서기 위한 해당 조합들의 움직임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합, 수차례 대여금 청구… 롯데건설은 사업순연만 주장


능곡연합 재건축조합(조합장 정세창)은 지난 2009년 9월 12일 개최된 총회에서 지분제 방식으로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같은달 30일에는 선정된 롯데건설과 공사도급계약서를 체결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사업추진비로 총 315억원(26가지 항목) 이내에서 무이자로 대여하기로 했고, 조합운영비로는 총 9억4천억원(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익월부터 해산총회 후 3개월까지) 이내에서 월 2천만원씩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계약서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월 2천만원씩 지급해야 할 운영비는 절반으로 줄었고, 지난해 2월부터는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사업비는커녕 운영비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 2011년 5월 11일 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밀린 사업비 및 운영비를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분양가 하락,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주장만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대로 대여금을 달라고 했더니 사업진행 방향을 논의하자는 어이없는 변명만 늘어놓은 셈이다.


게다가 롯데건설은 또다시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사실상 설계변경은 시간 끌기용 미끼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해 10월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 “시공자는 계약에 따라 대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인정


이번 소송에서 조합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롯데건설이 대여금 20억여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롯데건설은 도급계약에 사업추진비의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다 금천소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도급계약 체결 당시 소비대차의 목적물인 사업추진비의 구체적인 항목과 대여시기, 대여금액의 한도 및 증빙서류의 제출을 통해 사후에 구체적인 대여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모두 정해져 있다”며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업추진비에 대한 금전소비대차계약도 체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은 총회결의를 통해 도급계약이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에 앞서 조합은 지난해 10월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재건축사업 추진 방향 결정의 건’이라는 안건을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조합은 롯데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추진비를 대여하지 않거나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지연하는 등 시공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해제하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결의했다.


이때 도급계약의 해제 및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한 시기,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대의원회 결의로 위임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총회에서의 도급계약 해제 결의는 롯데건설의 사업추진비 대여의무 불이행 등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의 불이행을 정지하는 조건의 결의이다”며 “조합이 사업추진비의 대여를 청구하는 방법으로서 소를 제기한 이상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급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롯데건설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판결에 불복하고 곧바로 항소했다. 시간을 더 끌어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대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여 업계의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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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비 지급 못해 업체들 짐쌌고
 더 이상 사업추진이 불가능했죠”



정세창 

능곡연합 재건축 조합장



정세창 조합장은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시공자는 ‘때가 아니다’는 이유로 사업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고, 급기야 대여금까지 중단했다.


정 조합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능곡연합을 구출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공자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은


시공자 선정 이후 조합과 체결했던 도급계약서대로 중단했던 대여금을 지급해 달라는 취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은 지난 2009년 9월말 롯데건설과 공사도급계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계약을 어긴 채 대여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수차례에 걸쳐 계약서대로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고, 심지어 롯데건설 본사를 방문해 시위도 가졌다.


그런데도 롯데건설은 이를 거부한 채 사업을 순연해야 한다는 입장만 내세웠다. 그래서 조합은 대여금 청구소송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시공자의 대여금 지급 중단으로 나타난 문제점은


우선 더 이상의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누구나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게 당연지사다. 특히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우리 구역은 시공자로부터 대여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협력업체들에게 일을 시켜놓고도 용역비를 주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신뢰가 깨지면서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에게 외면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보니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조합원들에게는 무능한 조합장으로 낙인도 찍혔다. 또 조합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갈수록 난항을 겪어야 했다.


▲대여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의 과정은


판결이 선고되기 전만 하더라도 롯데건설 측은 종전자산평가의 재평가와 대여금 20억원의 재조정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의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롯데건설의 의견에 조합도 수긍이 된다. 그렇지만 그동안 중단했던 대여금 지급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롯데건설은 이번 소송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는 대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또다시 사업을 지연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공자의 양면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대목이다.


조합도 더 이상 끌려가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방침이다.


▲시공자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오랫동안 용역비를 지급하지 못하다보니 대부분의 협력업체들이 떠났다. 그러면서 롯데건설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거환경연구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연구원은 조합을 살리고 보자는 식으로 혼신을 다해 지원해줬다.


이후 연구원과 함께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롯데건설과의 협상방안도 강구했다. 하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연구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여금 청구소송에 참여했고,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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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금 중단은 당연한 계약위반”



■ 전문가 반응


시공자의 대여금 지급 의무를 강조한 이번 능곡연합의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시공자로부터 수년 동안 대여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송을 통하면 대여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됐다.


따라서 시공자가 일방적으로 사업비·운영비 등의 대여를 중단한 사업장들에서 유사소송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계약의무를 다하지 않은 시공자를 상대로 계약위반에 따른 소송은 물론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까지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조합은 시공자에게 대여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시공자가 이러한 대여금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엄연한 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계약의무 위반에 따른 소송과 사업지연으로 인한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H&P법률사무소의 홍봉주 변호사는 “시공자는 계약에 따라 대여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점을 감안하면 대여금 미지급 등 계약이행을 거부하는 시공자를 해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대여금 미지급으로 계약이 파기된 이상 귀책사유는 시공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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