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1 ‘주거환경관리사업’ 동의율 51%… 뚜껑 열어보니 고작 37%
구로1 ‘주거환경관리사업’ 동의율 51%… 뚜껑 열어보니 고작 37%
구청 감사에서 드러난 정비사업 편파행정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4.11.1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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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반대하는 전체주민 52% 의견 묵살
설명회에서 재개발 재추진 어렵다 못 박아





서울 구로1구역 주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자체가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원하지 않는 주민 과반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소규모 정비사업 ‘실적 쌓기’를 위한 지자체의 불합리한 행정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구로구청은 지난해 10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의2 규정을 적용, 전체 주민의 약 31% 동의를 받아 구로1구역을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시켰다. 이후 전체 주민의 약 51% 동의를 받아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 감사 결과 찬·반 중복 서명자를 제외한 동의율은 겨우 37%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구가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약 31%로 구역을 해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반대하는 52%의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구로구의 막가파식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 실태


구로1구역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구로구청의 무대포식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 행정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구가 과반수 주민들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찬성측의 동의서를 받아오면서 과반수에 해당하는 반대측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지난 6월 서울영일초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 설명 및 주민의견 수렴’를 골자로 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내용에 따르면 구는 대안사업 마련에 역점을 두고 그동안 재개발 찬성측과 반대측 주민대표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협의해 왔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구로1구역 주민들이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을 요청, 지난 4월 가리봉동 2번지 일대(기존 구로1구역)가 주거환경관리사업 후보지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구가 지난해 10월 구로1구역이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직후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동의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구로1구역 주민 김영옥씨는 “구가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에만 포커스를 맞춰 서울시의 주거환경관리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 ‘실적 쌓기’에 도움을 주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주민 과반수가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중단하는 청원서를 제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주거환경관리사업 밀어붙이기 행정을 자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반대하는 전체 주민의 52% 의견 묵살


구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선정을 위한 시간벌기용 철회 동의서 요구 등의 편파행정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16일 전체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 구로구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시 전체 토지등소유자 52%에 해당하는 132명이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반대했지만 구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반대하는 청원서가 아닌 철회 동의서를 요구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반대한다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청원서를 반려, 별도의 양식이나 기준이 없는 철회 동의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구는 지난 8월 22일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 같은달 29일 서울시에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 확정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했다.


당시 동의율은 51.38%로 전체 토지등소유자 233명 가운데 130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주거환경관리사업 반대 청원서에서 철회 동의서를 요구한 지 보름,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지 일주일도 안되는 기간이다.


철회동의서 요구로 시간벌기를 하는 한편 주거환경사업을 확정짓기 위해 일사천리로 행정을 펼쳐 나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구로구청,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재개발 추진 불가능하다고 주민 회유


구가 주민들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선택 여부를 놓고 향후 재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는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구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을 골자로 한 주민설명회 안내문에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되면 다시 재개발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 중에 직접 해제를 요청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급 기관인 서울시의 의견은 다르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어도 ‘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을 통해 다시 재개발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성 시 주거재생과 주무관은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는 이유로 다시 재개발을 추진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며 “만약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지 100년이 지난 곳에서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하다면,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에서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공이란 공신력을 믿고 많은 주민들이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의 전환 동의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공공의 주장에 따라 향후 재개발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주거환경관리사업 전환 동의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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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감사실 옴부즈맨, 제 식구 감싸기



■ 주민들 반발한 까닭은


주민들은 구로구청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 방식을 두고 구로구청 내 자체 감사실에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감사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결과 주거환경관리사업 전환을 위한 전체 주민 50% 이상 동의율에 문제가 있지만, 주민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구로구청 감사실인 옴부즈맨은 최근 주민 정영열씨 외 31명이 지난 8월 청구한 △주거환경관리사업지구 대상지 확정 신청 동의서명부에 대한 신뢰성 조사 △주거환경관리사업지구 대상지 확정 신청 동의서명에 대한 공무원의 부당한 개입 조사 등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놨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초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주민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즉, 재개발사업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의 전환 동의서 무효 여부가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쟁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왔던 것은 현재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 확정 신청 시 주민동의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지만 단지 서울시 지침 사항이었다는 입장이다.


구 감사실 옴부즈맨 관계자는 “구로구 주택과가 서울시에 제출한 51.38%의 동의율이 과연 주민의 본심을 제대로 반영해 50% 이상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원칙적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구 감사실은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 확정 신청 동의서 명부의 신뢰성 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에 중복 서명한 주민이 전체 주민 253명 가운데 13.8%에 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중복 서명한 일부 주민들은 조사 과정에서 구 감사실에 “구청직원이 오셨기에 서명했고, 사실은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반대합니다” 등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거환경관리사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 확정 신청을 위한 동의율은 기존 51.38%(138명)에서 찬·반 중복서명자인 13.8%(35명)를 제외하면 37.58%(73명)인 셈이다.


이와 함께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 확정 신청 동의서명에 대한 공무원의 부당한 개입 조사 등에 대한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결과도 내놨다.


아울러 공무원이 개입해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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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주민 과반수 반대 무릅쓰고 사업강행



■ 법적 근거 없다고 발뺌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지자체의 무조건적인 주거환경관리사업 진행 방식을 두고 과거 출구정책 등장 배경에 다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기존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달리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원할 시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출구정책은 지난 2012년 ‘주민 뜻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있어 한 번 사업을 시작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등장했다.


추진위 승인 및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50%가 사업에 반대하면 구역을 해제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 경기도에서는 지난 3월 법에 50%로 규정된 해제동의율을 근거 없이 25%로 낮춰  75% 동의자들에 대한 권리 침해 여부 등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주거환경관리사업에만 몰두하면서 편파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구로1구역의 경우 전체주민의 과반수가 넘는 52%가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이를 무시하고 당초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법적으로 일정 동의율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사업을 중단시킬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정비사업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민 뜻대로’를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출구정책을 시행시켰던 재건축·재개발 행정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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