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동별 동의요건 악용에 속수무책… 주거환경연구원, 폐지 청원
재건축 동별 동의요건 악용에 속수무책… 주거환경연구원, 폐지 청원
정비사업 또다른 ‘알박기’… 대책은 없나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5.01.27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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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토지등소유자들, 집단 이기주의 행태로 전락
상가에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 요구도

 

 

재건축사업에 있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동별 동의요건 규정의 폐지를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별 동의요건 규정을 악용한 알박기에 일선 추진위·조합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등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동별 동의요건 규정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소수 주민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동별 동의요건 규정이 오히려 다수에게 횡포를 부리는 무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수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는 동별 동의요건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은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일선에서 고통 받고 있는 재건축 추진위·조합 관계자들의 호소를 청원서에 담아 국토교통부에 ‘동별 동의요건 규정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주거환경연구원, 동별 동의요건 폐지에 앞장… 재건축사업 활성화 위해 나선다=

주거환경연구원이 그동안 재건축사업의 악재로 꼽혔던 동별 동의요건 규정 폐지를 위해 앞장선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동별 동의요건 규정 폐지를 통해 소수 토지등소유자들의 무조건적인 사업 반대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건축 단지에서는 한강변이 눈에 들어오는 동이나, 대형평형으로 이뤄진 일부 동에서 더 많은 이익과 혜택을 요구하며 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도정법’상 소수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해놓은 동별 동의요건 규정이 도입 당시의 취지와 달리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에게 교묘하게 이용되면서 집단 이기주의 행태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과 달리 각 동별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받아야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활한 재건축사업을 꿈꾸던 추진위원회와 대다수 주민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수 토지등소유자 동별 동의요건 규정 악용… 상가에서는 동의서 미끼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매입 요구도

그 대표적인 단지가 바로 서초구 신반포3차다. 이 단지는 지난 2010년 말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 조합설립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1개동의 동의율 미달로 약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사업에 찬성한 950여명의 토지등소유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이 오랜 시간 지체되면서 토지분할 소송이라는 칼자루를 꺼내 든 단지도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경기도 안산 군자주공7단지 등이 해당된다.

우선 고덕주공6단지의 경우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다. 이 단지는 지난 2011년 상가에서 동별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가를 제척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상가 문제로 소송기간만 1년 이상이 걸렸다.

또 반포1·2·4주구의 경우에도 토지분할 소송을 진행한 끝에 지난해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반포1·2·4주구는 전체 66개동 가운데 1개동을 제외한 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바 있다.

전체 동의율이 93%에 달할 정도로 주민들의 재건축 추진 의지가 강했는데도 1개동에서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고작 동의서 2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의 사업지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반포1·2·4주구는 동의율이 미달된 1개동을 제척한 후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조합을 설립했다.

더불어 안산 군자주공7단지의 경우에는 상가를 소유한 주민들의 터무니없는 요구로 오랜 시간 사업이 지체됐다.

상가를 소유한 토지등소유자들이 시세를 훨씬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상가를 매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조합은 당시 약 2년간의 토지분할 소송을 진행한 끝에 1심 판결에서 승소하면서 현재 사업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결국, 상가를 소유한 토지등소유자 10명이 전체 조합원 480여명에게 피해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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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조합과 연대 피해 사례 조사
 국토부에 폐지 청원 활동 전개할 터”

 

김상규

주거환경연구원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 실장

 

 현재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동별 동의요건으로 인해 사업 단계를 더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환경연구원이 나섰다.

동별 동의요건 폐지를 위해 일선 추진위·조합의 호소문을 담은 청원서를 모아 국토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김상규 주거환경연구원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 실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에 건의할 주요 제도개선 사항은

우선 재건축사업에 있어 초기 단계부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동별 동의요건 규제 폐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일선 추진위·조합들이 법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소수 토지등소유자들의 알박기 등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별 동의요건은 소수 토지등소유자들의 재산권 침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낡은 규제다. 다수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 동별 동의요건을 시급히 폐지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지원센터가 동별 동의요건 폐지 등 정책개선을 위해 하고 있는 활동은

현재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에서는 재건축사업이 진행중인 추진위·조합의 동별 동의요건에 대한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도시환경 등 정비사업이 진행중인 곳에서도 추진위·조합의 동의요건에 대한 피해사례도 듣고 있다.

정비사업의 토지면적별 동의요건과 재건축 동별 동의요건 등을 망라한다. 이를 통해 각 추진위·조합의 호소문과 전문가들의 입장을 담은 청원서와 법률개정안을 작성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사업활성화를 위해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서 대다수의 주민들이 쾌적한 주거공간에서 살 권리를 확보해 줘야 한다.

▲주거환경연구원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 설립배경과 주된 업무는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는 지난해 3월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와 지자체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정비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설립됐다.

이를 위해 일선 추진위·조합들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안별 연대를 통해 사업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비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온 조합·추진위 관계자들이 정책자문위원으로도 참석해 정책 및 제도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위·조합에 하고 싶은 말은

주거환경연구원은 일선 추진위·조합의 사업을 가로막는 현 사안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전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일선 추진위·조합 관계자들은 사업 추진을 가로 막는 정책의 제·개정을 위해 주거환경연구원과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

주거환경연구원은 앞으로도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애로사항 해결이나 분쟁조정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추진위·조합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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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분할 소송은 결국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죠”

■ 업계 반응

 

업계는 재건축 단지들이 동별 동의요건 미달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는 토지분할 소송이 결국엔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조합을 설립해 다음 사업 단계를 진행하더라도 향후 각종 소송이나 민원 등의 걸림돌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 동을 제척하게 되면 기존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토지분할 소송이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규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 또는 추진위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 조합설립의 동의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이때 토지분할 대상이 되는 토지 및 건축물과 관련된 토지등소유자와 협의해야 한다. 만약 해당 토지등소유자와 토지분할에 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법원에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지분할로 인해 당장 사업진행은 가능하지만, 향후 각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지분정리가 명확하지 않고 등기가 어렵다는 문제에 봉착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분할된 크기만큼 사업면적이 줄어들면서 기존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토지를 제척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 변경절차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박종필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재건축사업에서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조합설립인가를 받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지분정리가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선의 방법은 동별 동의요건 규제를 폐지해 다수의 토지등소유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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