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공공관리 융자, 조건 까다롭고 市 입맛대로
재개발 공공관리 융자, 조건 까다롭고 市 입맛대로
정비사업 활성화에 역주행 하는 서울시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5.02.10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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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나온 융자지원, 현실성 없는 처방 전락
높은 동의율 충족 등에 높은 배점… 주민들 반발



부동산3법 통과 이후 시공자 선정 시기 조기화에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비사업 업계 관계자들이 그동안 정비사업의 걸림돌로 지적해왔던 공공관리제를 주민선택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시점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정책에 맞춰 법안을 통과시켜야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달 말 국회에서는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시내 모든 현장들의 시공자 선정 시기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로 앞당겨지면서 공공관리제가 유명무실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를 두고 일선 추진위·조합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 융자지원 강화… 일선 추진위·조합 초기 사업비용 조달 어려워


서울시 공공관리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사업 융자 지원금 제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가 사업을 진행하는데 부족한 비용을 융자를 통해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는 등 정비사업 융자 신청을 어렵게 해놨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융자 지원 공고’를 통해 일선 추진주체들의 정비사업 융자 지원금 신청을 받아왔다.


문제는 이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조합·추진위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요구조건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네 차례에 걸쳐 정비사업 융자 지원금 제도가 운영돼 오는 동안 요구조건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신청 자격은 더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최근 공고한 ‘2014년도 하반기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융자 추가 지원 공고(안)’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3(정비구역 등 해제) 제1항 대상구역으로 사업추진 잔여기간이 1년 미만인 지역 △추진위·조합장의 지위·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중인 구역 △추진위 해산동의율 25% 이상, 조합 해산동의율 30% 이상 징구 지역 등 갖가지 융자신청 제한 조건을 걸어 놨다.


이 가운데 일선 추진위·조합 중 ‘소송이 진행중인 구역’이 융자 제한 요건으로 포함되면서 이를 악용하기 위한 사업 반대자들의 소송 폭증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진주체 존립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내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곳에서 무작정 사업 반대를 외치는 비대위들로 인해 소송에 얽매이지 않은 추진위·조합을 찾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 행당7구역의 경우 비대위의 ‘조합설립무효소송’으로 인해 융자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합장이 개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어렵게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 2013년 말 승소를 이끌어내면서 현재 시의 정비사업 융자지원 공고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기남 행당7구역 조합장은 “서울시의 융자지원은 추진위·조합 존립과 관련된 소송이 없는 곳과 운영규정 및 정관에 융자금 상환에 관한 개정 내용을 명시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만들어 신청 자체를 어렵게 해놨다”며 “기존 우리 구역도 소송으로 인해 융자지원 신청 조건에서 제외돼 조합장 개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융자신청 순위 결정, 시 입맛대로


아울러 시는 융자순위 결정을 위한 가중치 적용표를 만들어 일선 추진위·조합의 융자신청 부담을 한층 더 높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턱없이 높은 동의율 충족과 정비기반시설 부담률에 높은 배점을 부여해 융자지원을 받기 더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의 융자순위 결정을 위한 가중치 적용표’에 따르면 추진위원회승인 단계에서 융자신청을 할 경우 동의율이 △60% 미만은 1점 △70% 이상은 2점 △80% 이상은 3점을 책정했다.


또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융자신청을 할 경우에는 동의율이 △80% 미만은 1점 △80% 이상은 2점 △90% 이상은 3점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정비기반시설 부담률도 △15% 미만은 1점 △15% 이상은 3점 △20% 이상은 5점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선 추진위 조합은 법적 동의율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평가기준을 마련했고, 높은 정비기반시설 부담률 순으로 높은 배점 순위를 책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노량진뉴타운의 한 조합 관계자는 “시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는 많은 협력업체들의 용역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충분한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며 “시의 융자지원 제도가 너무 까다로워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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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공공관리→공공지원제로 변경 ‘목청’



■ 이달 말 임시국회에서 논의


국회에서도 공공관리제를 주민선택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강제적으로 공공관리제를 적용하면서 신속한 사업추진을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는 공공관리제 적용 지역에서도 주민 과반수가 원할 경우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앞당길 수 있는 개정법률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은 지난해 9월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비사업 추진 시 공공관리제 적용 지역 시공자 선정 시기를 종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것이 주요 골자다.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공자 선정 시기를 ‘도정법’에서 정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군수가 관리처분계획인가(변경인가 포함) 내용 중 공사비, 정비사업에서 발생한 이자 등을 매년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도 법안 통과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공공이 정비사업 추진과정을 지원한다는 성격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공공관리제 명칭을 ‘공공지원제’로 개정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철호 국토부 주택정비과 주무관은 “국토부도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바꾸는 도정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시공자를 현재보다 앞당겨 선정하더라도 지자체 인·허가 과정에서 확보한 다른 사업장의 공사비 등 관련 정보를 공시해주면 조합원이 이를 근거로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시공자 선정 등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에 대한 통과 여부는 이달 말쯤 민생경제처리 법안에 포함돼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심해 법안 통과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이노근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개정법률안은 서울시의 강제적인 공공관리제로 극심한 사업지체 상황에 처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달 말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하지만 공공관리제가 꼭 필요하다는 야당과 시의 반대로 통과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회 임시국회는 지난 2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다. 향후 대정부질문은 이달 10~13일, 각종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을 위한 본회의는 이달 26일과 내달 3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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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금 조달 너무 어려워 사업 활성화 ‘후진’



■ 공공관리 왜 문제되나


일선 추진위·조합은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공공관리제 의무 적용 방침을 두고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시가 공공관리제 폐지도 아니고, 주민선택에 맡겨 초기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추진위·조합의 요구를 공사비 상승 및 부정부패 유발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공공관리제는 시공자와 조합 관계를 부정과 비리의 연결고리로만 보고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식하면서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는 상호 관계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일선 추진위·조합 및 업계는 시공자와 조합임원들이 공사비를 부풀리고 조합 운영비 등을 횡령하려고 한다면 시공자 선정 시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의 공공관리제로 인해 시가 기존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빠른 사업추진과는 거리가 먼 돈맥경화에 시달리면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가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 의무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민선택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상규 주거환경연구원 도시정비활성화지원센터 실장은 “만약 시 정비기금을 통해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필요한 사업비를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조달할 수 있었다면 시공자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한다고 하더라도 공공관리제에 대한 반발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가 추진위·조합의 자금난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면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 결정을 주민선택에 맡겨 주민들 과반수가 원하면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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