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뉴타운 위기 원인과 파장
무너지는 뉴타운 위기 원인과 파장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06.09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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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15:15 입력
  
정치 공약에 전국 70여곳 난무… 치솟는 부담금… 예고된 실패
 
 
 
정부·지자체 “정책적으로 실패” 인정
부동산 침체·각종 규제도 사업에 찬물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신 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미 지정된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되 추가로 뉴타운을 지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또 전면철거를 통한 획일적인 아파트 건설로 굳어진 정비사업 대신 지역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새로운 정비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제도 개선은 뉴타운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달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뉴타운 정책은 정책적인 면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결국 뉴타운 정책 도입 10년 만에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가 뉴타운사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뉴타운사업의 실패에 대한 원인에 대해 조명해 봤다.
 
▲전국 뉴타운지구 70여 곳 지정… 전국이 뉴타운 바람=뉴타운사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 의지나 여건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은 뉴타운지구를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뉴타운사업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당시 강남과 강북의 발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뉴타운사업은 도입 초기 ‘대박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전국에 유행처럼 번져갔다. 주민들이 해당 지역을 뉴타운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정치권에서도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뉴타운지구로 지정되지 못한 구역들의 국회의원들은 해당 주민들로부터 ‘능력 없는 정치인’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뉴타운지구 지정이 붐을 이뤘다. 실제로 현재 뉴타운은 서울시에만 35곳(균형발전촉진지구 포함), 경기도 20곳 등 전국에 약 78개 지구가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전국이 뉴타운지구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당 구역의 연구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많은 뉴타운지구가 지정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마구잡이식 뉴타운지구 지정으로 인해 주택보급률이나 세입자 이주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부분의 뉴타운지구는 주거환경이 열악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된 것이 아닌 정치적인 관점에서 출발하게 됐다”며 “이른바 ‘묻지마 뉴타운지구 지정’으로 전국이 뉴타운화 되면서 부동산시장 왜곡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 침체…  아파트 미분양 속출=부동산시장 장기 침체 여파도 뉴타운사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분양시장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졌다.
 
‘짓기만 하면 팔린다’던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했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사상 최고치인 12만가구를 넘어섰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도권은 물론 이른바 ‘강남불패’라 불리던 서울의 강남지역까지 영향이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뉴타운사업을 추진해도 분양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특히 고급아파트를 건설해 비싸게 팔아야 개발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뉴타운사업의 특성상 부동상시장 침체는 사업추진 의지를 꺾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비사업 규제책에 기반시설까지… 과도한 주민 부담에 재정착률 하락=뉴타운지구 내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주민부담으로 재정착이 힘들어다는 것이다.
 
뉴타운은 도입 초기 ‘헌집’을 주면 ‘새집’을 받는 사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정비사업에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물론 기반시설과 같은 공적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주민들의 부담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증가한 상황이다.
 
우선 정비사업 규제정책이 아직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참여정부시절 재건축·재개발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각종 규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집값 상승과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잃어버린 규제들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와 임대주택 의무건립,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 등은 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기반시설 설치비용이나 세입자 보상대책 등과 같은 공적부담도 주민들에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타운사업 도입 당시 기반시설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조례와 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사업시행자, 즉 주민들의 부담이 됐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재정비촉진지구는 기반시설이 최소 10% 내외, 많게는 30% 이상의 순부담률로 계획돼 있다. 특히 서울의 전략정비구역은 전체 면적의 최소 25%, 최대 40% 이상을 기반시설로 기부채납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주민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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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문제 해결 안되면 뉴타운사업 실패로 귀결
 

■ 세입자 문제는

뉴타운사업이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에는 세입자의 이주정책에 대한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법에서 정하고 있는 주거용 세입자에 대한 보상대책은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등이 있다.
 
이러한 보상대책은 조합이 대부분 지급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영세 세입자 입장에서는 조합이 지급하는 주거이전비만으로 새로운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월세 대란을 겪으면서 세입자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하더라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사실상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을 제공받는 세입자의 어려움은 덜한 편이다. 세입자 보상은 구역지정 공람공고일부터 거주한 세입자에 한해 지급되기 때문에 구역지정 이후에 이주한 세입자는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월세 대란이 발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뉴타운, 재건축·재개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뉴타운사업을 반대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소유해 전·월세로 수입을 얻고 있는 조합원 입장에서도 뉴타운사업이 반가울리 없다. 뉴타운사업이 완료된 후 재산가치가 상승한다고 해도 일정한 수입원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 재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수입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뉴타운지구가 낙후된 지역임을 감안하면 노년층의 주민들은 전·월세를 통한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몇 년 동안 같이 생활했던 세입자와 계약 해지를 놓고 감정싸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상가세입자를 둔 조합원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현재의 세입자가 종전의 세입자에게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보상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상가세입자 입장에서는 뉴타운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다음 상가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뉴타운사업으로 상가가 철거되면 권리금은 말 그대로 공중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세입자 문제는 세입자 당사자의 문제이면서도 소유자인 조합원의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세입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뉴타운사업은 성공을 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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