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아파트 확정 판결 없이 철거했다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확정 판결 없이 철거했다면?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3.25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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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15:55 입력
  
소유권 이전 거부 하더라도 1심 승소땐 강제 철거 가능
대법원, 원심 뒤집고 무죄 판결… 파장 클듯
전문가 “패소땐 사업기간 2~3년 지연될 뻔”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 청구소송 중 조합이 1심에서 승소했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철거했다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할까? 답은 ‘정당행위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이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민일영 대법관)는 신탁등기를 거부하면서 철거에 동의하지 않은 아파트를 강제로 철거한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된 서울 금천구 남서울한양아파트 재건축조합장 배모씨 등 6명에 대해 벌금 100만∼200만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뒤엎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가집행선고 판결을 받아 철거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라 할 것”이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중 조합이 1심을 승소했다면 확정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철거에 대한 가집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모씨 등은 △관할관청으로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사용수익권을 취득했다는 점 △재건축조합 정관이나 관련 신탁등기 및 인도 판결에 의하면 재건축조합에 아파트를 철거할 권한이 있다는 점 △철거가 지연에 따른 전체 조합원들의 손실을 막기 위한 행위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긴급피난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방법원(재판장 이정희)은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 및 부동산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2007년 10월경 피해자들은 해당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부동산을 인도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2007년 11월경 가집행 판결에 기해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인도받은 뒤 철거를 감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당시 피해자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심 재판 계속 중이었던 사실, 조합은 이모씨를 상대로 해당 아파트에 관한 부동산 명도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된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철거행위가 비록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긴급피난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성을 갖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도 이를 인정하고 배모씨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지역 내에 있는 주택의 철거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조합원은 주택 부분의 철거를 포함한 일체의 처분권을 조합에 일임했다고 봐야한다. 뿐만 아니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의 정관에 ‘조합은 재건축을 위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이튿날부터 사업시행지구 안의 건축물 또는 공작물 등을 철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조합이 조합원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제1심에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조합목적 달성을 위한 건물 철거를 위해 각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후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사실,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인 배모씨, 부조합장인 강모씨는 항소심 계속 중 제1심 판결에 기해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부동산인도 집행을 완료한 후 시공사에 철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조합이 아파트를 철거하기 전에 관할구청장에게 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건축법에 따른 제재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성립 여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배모씨 등이 가집행선고부 판결을 받아 아파트를 철거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라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1심과 2심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 소송과 관련해 하급심 승소판결이 있더라도 철거를 단행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려왔다”며 “이에 반해 대법원은 하급심의 승소판결이 있을 경우 조합이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 대해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 정도 소요돼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로 조합원들의 피해가 줄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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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등기 1심 승소 상태서 가집행은 정당행위
 

■ 소송 왜 제기했나
배모씨 등은 지난 2008년 5월 남서울한양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김모씨 등 9명이 신탁등기를 거부하고 철거에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크레인과 불도저 등의 건설기계를 동원해 아파트를 철거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남서울한양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배모씨는 200만원의 벌금을 처벌받았다. 또 강모씨는 이 조합의 부조합장이며, 염모씨는 A건설사의 현장소장, 이모씨는 B건설사의 현장소장, 조모씨는 B건설사의 하청업체로서 철거업체 현장책임자, 전모씨는 A건설사의 하청업체로서 철거업체 현장책임자 등으로 이들은 각각 100만원씩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배모씨 등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및 인도 청구소송 중 1심을 승소한 상태에서 가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긴급피난이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 소송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김모씨 등은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돼 있었고, 소유자 모두 타처로 이사해 비워져 있던 상태였지만 그 본래의 사용목적인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에서는 피해자 김모씨 등의 아파트는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판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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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점유 현황 등 사전파악 비용 줄여야
 

■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명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도란 주로 살림도구, 사무용품, 영업용 물품 등을 비치하고 주택이나 건물, 사무실 등의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 그 부동산 내에 있는 점유자의 물품 등을 부동산 밖으로 배출시키고 그 부동산의 점유를 청구하는 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기존의 낡은 건축물을 철거하고 신축하기 위해서는 거주자 등이 전부 이주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만약 단 1명이라도 이주를 거부해 건축물을 철거하지 못하면 착공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건축물을 철거하지 못하면 사업지연으로 이어져 전체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지게 된다.
 

예를 들면 이주기간이 지연되면 조합원들은 이주비에 대한 금융비용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조합원들은 이주를 시작할 때 금융기관이나 시공자로부터 이주비를 지급받게 된다. 이때 이주비를 갖고 자신들이 거주할 집을 임차하는데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주비는 금융기관 등에 이자를 지급하고 빌리는 돈이며, 입주 시 변제해야 한다. 따라서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착공을 할 수 없고 그 결과 입주시기가 지연되면 결국 금융기관이나 시공자에게 빌린 이주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 기 투입한 사업비가 있을 경우에는 입주해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나아가 이주기간이 지연되면 착공시점도 뒤로 미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착공시점이 연기되면 공사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명도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세입자 파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비사업에 있어 이주 대상자는 조합원뿐 아니라 세입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세입자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나중에 명도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대상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점유 현황도 파악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주택 내에 여러 동의 건물이 있는 경우가 많고 주인 및 세입자가 각각 점유하고 있는 부분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에 대해서는 사전에 점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미리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이주기간 종료시까지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제소전 화해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이주기간이 종료되기 전 1~2개월전부터 미리 이주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것도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이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도단행가처분신청을 하고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명도단행가처분신청은 최소한 3~5개월 정도 소요되며 명도소송은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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