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동의서로 설립한 재개발조합은 무효
백지동의서로 설립한 재개발조합은 무효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02.24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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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13:58 입력
  
대법원 “법적 기재사항 누락은 명백한 하자” 판결
운영규정·지침 등 무사안일 행정이 주민피해 키워
 
 
각종 소송 덫에 걸린 재건축·재개발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조합설립 무효는 물론 정비구역 지정 무효 및 구역지정 이전 추진위 승인 무효 등 사업단계마다 소송 대란에 휘말리면서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지형 대법관)는 이모씨 등 75명이 부산시 해운대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 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동의서에 법적사항의 기재가 누락돼 있음에도 이를 유효한 동의로 처리한 이 사건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최종 판시했다.
 
한 마디로 백지동의서로 설립한 조합은 조합설립동의율 미달로 무효라는 것이다. 이로써 이번 우동6구역 사례처럼 백지동의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들의 경우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이 조합을 설립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다만 백지동의서가 아니라 운영규정 상 동의서의 비용분담을 두고 벌어진 사업장의 경우 법원마다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상급심 판단이 나올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구역지정을 둘러싼 논쟁도 점입가경이다. 한동안 구역지정 요건 미달에 따른 취소나 무효소송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최근에는 구역지정 이전 추진위 설립승인 무효 소송이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0월 29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지형 대법관)는 하모씨 등 10명이 원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성동 광명마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승인 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는 토지등소유자 수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역지정 이전에 추진위 설립승인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008년 11월 7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박흥대 판사)도 권모씨 등 13명이 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반월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승인 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비구역 지정은 물론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았다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여부를 확정할 기준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원주나 마산의 경우 기본계획 의무수립 대상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계획 수립 후 추진위 승인’이라는 당시 건설교통부의 업무처리지침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다. 결국 업무처리 지침이 향후 재판부의 판결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재건축재개발정보원 고승철 본부장은 “최근 재건축·재개발 관련 소송에서 가장 큰 특징은 조합이 패소할 경우 사업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조합내부 문제 보다는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행위로 인해 말미암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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