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주거환경개선사업 줄포기… 서민들 어떡하나?
LH공사 주거환경개선사업 줄포기… 서민들 어떡하나?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0.02.03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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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3 14:06 입력
  
수원 고등지구 보상 지연에 주민들 단식 농성
대전 소제지구는 사업방치로 갈수록 ‘슬럼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포기하거나 보상을 지연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LH공사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보상을 지연하고 있는 사례는 수원, 대전, 청주, 군산 등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원과 대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지장물 조사를 마쳤거나 주택 일부를 철거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더욱 슬럼화 되고 있어 주민들은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해당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 및 시의회 관계자들까지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LH공사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수원시 고등지구 보상 지연… 주민들 단식농성에 대규모 집회까지=수원시 고등주거환경정비구역은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과 화서동 일원 36만2천655㎡로 지난 2006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2012년 12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LH공사가 지난해 11월 고등지구 보상실시계획을 재공고하고도 ‘사업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보상절차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해당 주민들은 보상계획만을 믿고 융자를 받아 세입자를 내보낸 상태여서 경제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비어있는 집들이 흉물스럽게 남아 주거환경이 더욱 열악해진 상태에서 생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거나 농성을 벌이고 있어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시 관계자는 물론 시의회, 경기도까지 나서 사업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LH공사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시의회는 고등지구의 사업을 중단할 경우 LH공사의 해체를 건의할 것이라는 강수로 LH공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고등지구 한 주민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우리구역 주민들은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태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기업이 기본적인 업무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제대로 된 보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주민들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미 보상계획까지 공고한 상태지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LH공사 측이 보상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시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전시 소제지구 사업 방치… 슬럼화로 주민 생활 악화=대전시 역시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연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전시에는 대신, 대신2, 대동, 석촌2, 천동2, 소제, 천동, 구성2, 효자지구 등 11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소제구역과 대신2구역이다. 소제구역은 지난 2006년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지난 2009년 3월 정비계획이 고시됐지만 LH공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현재까지 보상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대신2구역 역시 지난 2008년 사업시행인가 후 지난해 7월 지장물 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로 10월 보상절차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보상절차 협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구역 내 일부 주택이 철거된 상태인데다 일부 주민들이 미리 이주를 떠남에 따라 빈 주택이 늘고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주거환경은 점차 슬럼화되고 있다. 여기에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건물 증축은 물론 수리조차 하지 못하는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마저 어려워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들까지 나서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LH공사 측은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 동구청 관계자는 “2012년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청에서 최대한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사업시행자인 LH공사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천, 청주, 군산, 평택 등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와 도시개발사업지구 등에 대한 사업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모두 포기한 것이 아니다”며 “지방 부동산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는데다 자금난을 겪고 있어 사업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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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출범당시 부채만 111조9천억원… 하루 이자 82억원
 

■ 2014년 115조 전망
LH공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포기하거나 지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금난이다. 지난해 10월 1일 LH공사 출범 당시 부채액은 총 111조9천억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금융 부채만도 약 76조2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부채액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같은 이른바 ‘돈 안 되는 사업’을 안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무진단용역 결과 향후 전망은 올해 부채규모는 약 128조원, 2011년 151조원, 2012년에는 약 171조3천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 역시 올해 금융부채 규모는 95조5천만원에서 2012년에는 135조1천억원으로 늘고 2014년에는 약 155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LH공사가 이같이 빚더미에 앉은 까닭은 혁신도시 건설 등 무리한 국책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사업만을 추진하고 있어 정착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수원에서 LH공사는 광교신도시를 개발해 중소형아파트를 분양했고 공공임대아파트 4천364세대도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임대아파트는 5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해 사실상 수익사업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공공성면에서 국책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며 “LH공사가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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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부채 증가…
LH공사 궁색한 변명
 

■ 사업 포기 이유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연·포기에 대해 LH공사는 한정된 자금에서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한정된 자금으로 모든 지구에 대해 현실적으로 보상해 주기 어렵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라며 “전국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지자체가 늘어난 데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등으로 사업성이 도저히 맞지 않아 미룰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무조건 안하는 것이 아닌 우선순위를 정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LH공사 관계자의 해명에도 사업 정상화가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LH공사의 부채액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선적으로 수익사업에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LH공사의 부실 경영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사업을 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공공성이 높은 사업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추진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재개발, 재건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막상 공공성이 높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공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데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LH공사 설립의 기본적인 목표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에 있다”며 “당장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목표도 지키지 못하면 존재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지방의 서민들을 내몰고는 방관하는 것이 국민들의 혈세로 설립된 공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주거환경이 열악한 국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사업이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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