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합의부마다 해석 다른 까닭은
서울행정법원 합의부마다 해석 다른 까닭은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01.19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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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9 17:15 입력
  
또 한지붕 엇갈린 판결… ‘비용분담 소모전’에 사업장 골병
비용분담 동일사안에도 소송이름 따라 희비
조합설립은 조합이 승소… 관리처분은 패소
 

비용분담을 둘러싼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합의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상급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비용분담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같은 이유로 제기된 소송임에도 조합설립 무효소송에서는 조합이 승소하고, 관리처분 취소 또는 무효소송에서는 조합이 패소하는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소송에서는 조합승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정형식 판사)는 곽모씨가 서울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조합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달 11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이내주 판사)도 엄모씨 등 72명이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비사업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마찬가지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개발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해 의견통일이 쉽지 않고 추진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되거나 좀 더 구체화될 수밖에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동의서는 법령에 규정된 사항을 규정해 구분소유자들로 하여금 사업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체성을 갖춰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판사)도 이모씨가 부산시 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도 “이 사건 동의서는 법 시행령에 정한 필수적 기재사항이 기재돼 있다”면서 “설사 비용분담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 및 시행령 규정에 비용분담사항 등에 포함돼야 할 내용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위와 같이 제출한 동의서가 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양식에 따른 것인 점에서 그 하자가 법령의 근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이라거나 그 하자가 있음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리처분 취소나 무효확인 소송에서는 반대로 조합패소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4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경구 판사)는 고모씨 등 21명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6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조합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판사) 역시 최모씨 등 2명이 서울 강서구 긴등마을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합의부 10개(1, 2, 3, 4, 5, 6, 11, 12, 13, 14)와 단독 6개(1, 2, 3, 4, 5, 6)의 재판부로 구성돼 있는데 행정사건은 원칙적으로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재판을 하게 된다.
 
1부와 13부는 조합승소로, 4부와 14부는 조합패소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사건이 어느 합의부에 배당되느냐에 따라 판결이 엇갈릴 수도 있는 셈이다. 결국 비용분담의 논쟁은 상급심에서 결론이 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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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4구역, 운영규정 동의서로 승소
 

■ 승소한 이유
추진위 운영규정상 동의서가 유효하다고 설시한 첫 판결도 나와 조합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은 마포구에 위치한 아현4구역이 주인공이다.
 

지난달 3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곽모씨가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로 하여금 장차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등을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적정한 평가를 기초로 조합정관에 따라 분담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을만큼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했다”며 “사업완료 이후의 구분소유권 등에 대해서도 신축건축물에 대한 분양기준 및 절차 등에 대해 예측가능할 정도의 기준이 정립돼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4년 9월 4일 추진위 승인을 받은 아현4구역은 2006년 8월 18일 창립총회 개최 무렵에 당시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상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배포해 토지등소유자 699명으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아 11월 29일 인가를 받았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동의서상 비용분담사항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인가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사건 동의서는 건교부에서 2003년 6월 30일 제165호로 고시한 운영규정 별표3에 첨부된 조합설립동의서 서식에 기초해 작성된 점 △건교부가 제공한 조합설립동의서 효력에 대해 하급심 판결례가 유효와 무효 입장으로 나뉘어 있고, 아직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점 △조합설립동의시 시공자 미선정 등의 문제로 조합원의 분담금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법적인 의무로 강제할 필요 역시 없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은 점 △참가인 조합은 이 사건 동의서를 받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점 등에 비춰보면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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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 취소·무효 소송
조합들 잇단 패소 ‘경계령’
 

■ 원인과 전망
조합설립 무효소송에서 조합 승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관리처분 취소나 무효소송에서는 조합이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분양신청 절차 등의 위법을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 조합설립 무효소송과 같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안으로 패소판결을 받아 일선 조합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관리처분이라는 막바지 단계에서 사업이 좌초된다면 피해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경구 판사)는 고모씨 등 21명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6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이 사건 동의서에는 비용분담에 관해 조합정관에서 정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하지만 조합정관에는 추상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분담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려운 무효인 동의서를 기초로 한 조합설립인가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설립인가가 무효이어서 피고 조합에 의해 수립된 관리처분계획 역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 조합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분양신청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이뤄진 분양신청 절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판사)도 최모씨 등 2명이 서울 강서구 긴등마을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에서 제4부의 설시논리를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 조합정관은 비용분담에 관한 기준에 관해 추상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내용만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사건 동의서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된 것으로 〈도정법〉이 정한 동의서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인가처분은 무효인 이 사건 동의서를 기초로 했을 뿐 아니라 〈도정법〉 제16조제3항이 정한 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율이 법정동의율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같은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기 때문에 인가처분은 무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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