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공익보상법 판결… 논란 수그러들까
줄잇는 공익보상법 판결… 논란 수그러들까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12.23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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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0:16 입력
  
구역밖에 주택 소유해도 이주대책 대상자로 인정
“구역 외 무주택소유자로 한정한 것은
 관련법령 부존재로 사실상 효력 없어”
 
 

 

공익사업 구역에서 이주대책대상자를 무주택소유자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또 대법은 무허가건축물의 구조가 변경됐다하더라도 이주대책대상 요건을 충족한다면 이주대책대상자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내렸다. 이와 함께 대구지방법원은 건축물 공부상 상업용 건축물이라도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근 법원이 공익사업으로 인한 이주대상자의 보상기준에 관해 잇따라 판결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이주자에 대한 보상 문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져 왔지만 모호한 법 규정이 많다보니 보상기준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의 잇단 판결로 이 같은 논란은 점차 수그러들 전망이다.
 

▲대법, 사업구역 외에 주택 소유해도 이주대책대상자=대법원은 공익사업 구역 내 이주대책대상자를 ‘구역 외 무주택소유자’로 한정하는 기준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2년 SH공사는 은평뉴타운을 포함한 강북 뉴타운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주대책대상자 기준을 “2002년 11월 20일부터 협의계약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당해 주택에 계속거주하거나 또는 기준일 현재 미거주자라도 전세대원이 기준일 이전부터 보상계획 공고일까지 사업구역 내 주택 외에 무주택자인 경우 자기 토지 상 주택 소유자”로 정했다.
 

또 “이주대책기준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 주택을 취득해 보상계획공고일까지 주택을 소유하고 협의계약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당해 주택에 계속 거주한 자로서 전세대원이 기준일 이전부터 보상계획공고일까지 사업구역 내 주택 외에 무주택자인 경우 기준일 이후부터 보상계획공고일 현재 주택 소유자”도 이주대책대상자로 하되 공급할 아파트의 종류와 면적을 다르게 공급한다고 규정했다.
 

이후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사업구역 내 거주하고 있는 박모씨의 배우자가 주택 1채를 취득하자 이주대책 부격적자라는 이유로 ‘이주대책 부적격대상 통보처분’을 했고 박모씨는 SH공사를 상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주대책기준일 기준에 맞는 주택소유자라면 주택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이주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10월 박모씨가 SH공사를 상대로 낸 ‘이주대책부적격처분 취소’ 상고심에서 “이주대책대상자의 요건은 이주대책기준 보상계획공고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사업구역 내에 주택을 취득한 사람들을 일단 이주대책대상자로 정해야 한다”며 “이주대책기준으로 규정한 ‘전세대원의 사업구역 내 주택 외 무주택’이라는 요건을 이주대책대상자 해당 여부로 결정하는 추가적인 요건으로 해석하여 원고를 이주대책대상자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이주대책대상자를 ‘전세대원의 사업구역 내 주택 외 무주택자’로 정한 것은 관련 법령 규정이 없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주대책기준일은 관계법령 고시 등이 있는 날… 임의 기준일은 효력 없어=법원은 또 이주대책기준일에 대해서도 임의로 정한 기준일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 〈공익보상법〉에는 이주대책기준일을 시행령 제40조제3항에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이주대책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2호에 “당해 건축물에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날부터 계약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지 아니한 건축물의 소유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아무런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주대책기준일(2002년 11월 20일)은 〈공익보상법〉 시행령 제40조제3항제2호의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는 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보상계획 공고일인 2006년 2월 15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사업구역 내에 주택을 취득한 사람들을 일단 이주대책대상자로 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임의로 이주대책기준일을 정했다 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으며 〈공익보상법〉에 따라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는 날’로 이주대책기준일을 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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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 건축물에 실제 거주했다면 주거이전비 지급해야”
 

■ 대구지법 판결
건축물의 공부상 상업용 건축물이라도 실제로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익보상법〉 상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하는 ‘주거용 건축물’이 건축물의 공부상 용도인지,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건축물인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부문이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정용달 판사)는 건축물의 공부상 용도와 관계없이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법은 “〈공익보상법〉 제78조, 시행규칙 제54조 등 관계법령에서 정한 이주대책을 마련한 본래의 취지는 생활의 근거지는 그 이전이 용이하지 않고 생활의 근거지를 상실하게 되는 거주자가 종전의 생활 상태를 원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므로 생활보장의 측면에서 이를 보상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주거용 건축물’을 판단함에 있어서 실제 그 건축물의 공부상 용도와 관계없이 실제 주거용으로 사용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고, 그 사용 목적, 건물의 구조와 형태 및 이용관계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지 여부 등을 아울러 고려해 합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당초 건축물대장에 용도가 ‘주택’으로 기재되어 있다가 원고가 전입한 이후 용도가 ‘일반음식점’으로 변경된 점 △외관상 주택의 형태로 건축돼 있고 내부의 한쪽 면에는 원고가 거주한 방 및 부엌, 주인이 사용한 방 등이 있고 다른 한쪽 면은 식당의 주방 및 홀로 구성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의 건축물이 ‘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주거이전비 또는 동산이전비(이사비) 보상청구권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 또는 거주자가 각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발생한다”며 “원고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로부터 3월 이상 거주한 자에 해당함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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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건물구조 변경
이주대책 대상에 포함
 

■ 체크 포인트
이주대책기준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미등재 무허가건축물’이 화재 등으로 건물의 구조가 변경됐다면 이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는 이주대책대상자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주대책대상자가 맞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인 구모씨는 은평뉴타운 개발사업구역 내에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건립돼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벽돌조 기와지붕의 약 20평 규모의 주택에 지난 1995년 10월경 전입신고를 마치고 거주했다.
 

은평뉴타운 이주대책기준에는 미등재 무허가주택 소유자의 경우 “1989년 1월 24일 이전 건축되고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미등재된 주거용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로, 기준일 이전부터 협의계약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당해 주택에 계속 거주한 자로서, 전 세대원이 기준일 이전부터 보상계획공고일까지 사업구역 내 주택 외에 무주택자인 경우 사업구역 내 전용면적 40㎡ 이하의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한다.
 
 
단, 보상에 협의하고 자진이주한 자에게는 사업구역 내 전용면적 60㎡ 이하의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만 놓고 보면 구모씨는 이주대책대상자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구모씨가 거주한 후 지난 2000년 3월 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지붕의 약 60% 정도, 전체적으로는 약 50% 정도가 소실돼 건물의 지붕과 외벽을 교체하고 건물 내부의 일부 구조를 변경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SH공사 측이 건물의 물리적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건물의 동일성이 없어 ‘미등재 무허가건축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주대책대상자에서 제외했고 구모씨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3부(재판장 신영철 대법관)는 “원고가 종전 건물 소유자로서 화재를 전후해 단절 없이 종전 건물을 생활 근거지로 삼아 거주했고, 부동산투기나 이주대책대상자의 지위를 얻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주대책기준에서 규정한 ‘미등재 무허가주택 소유자’ 요건 중 ‘1989년 1월 24일 이전 건축되고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미등재된 주거용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로 기준일 이준부터 협의계약체결일 또는 수용재결일까지 당해 주택에 계속 거주한 자’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SH공사와 하급법원이 “종전 건물이 화재를 전후해 단절 없이 원고의 생활 근거가 되었음을 간과했다”며 “종전 건물과 화재 후 건물의 물리적 구조만을 살펴 양 건물의 동일성이 없다는 이유로 ‘미등재 무허가건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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