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택포럼, “공공은 철거·세입자보상 등 난제해결 우선 떠맡아야”
건설주택포럼, “공공은 철거·세입자보상 등 난제해결 우선 떠맡아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10.28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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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14:23 입력
  
공사비 ‘1억 절감’ 근거 미약 역민원 부를수도
업체 선정에만 집중…공직비리 등 대책도 없어
 
 
서울시의 무리한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이 또 다시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 벽에 부딪쳤다. 오세훈 시장이 약속한 ‘1억원 절감’은 추정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고,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는 적용 불가능한 정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의 비리·부패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정작 공직비리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취약점이며, 공공관리자의 주요 업무가 업체 선정에만 집중된 것 또한 공공관리자 제도의 근본취지를 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사단법인 건설주택포럼(회장 김경철)은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도시정비사업에서의 바람직한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방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됐다. 주제발표는 공공관리자 제도 입법과정 문제점에 대해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이 맡았고, 공공관리자 제도 효과에 대해서는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1억원 감소 효과 의문
 
서울시가 약속한 ‘1억원 절감’ 내용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서울시는 신축 1천230세대(조합원 660명) 사업장과 신축 1천600세대(조합원 1천250명) 사업장 사례를 통해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을 통해 공사비 20% 절감, 대여금 이자 50% 절감, 예비비 70% 절감 등으로 세대당 1억~7천만원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석 결과, △정비기반시설 설치율 △국공유지 비율 △미동의자 비율 등 정비사업 비용은 사업장이 처해있는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서울시 두 개 사례를 기준을 타 현장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됐다.
 
오히려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후 서울시에서 주장한 1억원 절감이 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역민원 발생이 우려돼 사업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지자체 재정 ‘빈익빈 부익부’
 
재정자립도 편차가 커 각 지자체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관리비용 부담 때문에 공공관리자 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성남,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공공관리비용 재원으로 쓰일 정비기금 여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사업장 당 22.3억원의 여유가 있는 반면, 부산시는 사업장 당 7.6억원, 경기도는 사업장 당 1.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남양주시·청주시 등 전체 시급 도시의 74%는 전국 평균인 54%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비리 대책 전무
 
공공관리자 제도의 도입 명분 중 하나가 투명한 절차 확립이지만 정작 사업진행을 전담할 공공관리자에 대한 비리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분석에 따르면 1993~2006년 사이 발생한 재개발·재건축 관련 비리 사건 중 23%가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공공관리자 제도 시행으로 그동안 1/4에 머물렀던 공무원들의 비리 사건이 사업 깊숙이 개입하므로써 오히려 그 비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공관리 업체선정에만 치중
 
공공관리자의 업무 범위가 업체선정 과정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도 제도 도입 취지와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용산사태가 벌어지면서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작 현재 의원입법으로 도입이 추진 중인 공공관리자 제도 안에는 용산사태를 촉발케 한 철거, 세입자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비사업 전반에 영향력 행사가 큰 업체 선정 부문에 대거 개입해 경제적 이해관계에만 관심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공관리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에 대한 명확성도 부족하다고 지적됐다. 개정안에서는 비용을 시장·군수가 선지급한 후 추진위로부터 ‘다시 징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이 규정을 토대로 향후 비용 환원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실장은 “비용의 지원 여부를 가지고 공공관리자가 추진위나 조합에 사실상 군림하는 부작용에 대해 방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법에서 시장·군수와 시·도지사의 권한과 책임 및 개입 근거와 수위를 보다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공공관리자 제도의 헛점을 꼬집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은 박환용 경원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최성태 서울시 공공관리과장 △박영홍 대구광역시 도시재생과장 △김호철 단국대 교수 △오석건 서울씨엠씨 전무 △전연규 도시개발신문 발행인 △지규현 GS건설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한정탁 한국주택협회 위원장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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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공공관리 대신 도정법 감독권한 강화해야”
 
■서울과 지방의 시각차

이날 패널로 참석한 최성태 서울시 공공관리과장과 박영홍 대구광역시 도시재생과장의 발언에서 공공관리자 제도에 대한 서울과 지방의 현격한 입장 차이가 발견됐다.
 
지방의 입장은 공공관리자 제도의 시행은 처음부터 서울을 위한 제도였고 지방의 현실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만의 정책을 법 개정까지 하면서 성급히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지방 재정 상황 심각”=박영홍 과장은 공공관리자 제도를 대신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내용의 감독 권한 강화를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시에서 추진위 및 조합의 운영과정을 점검한 적이 있었는데 조합 운영 개선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며 “이미 법에 명시돼 있는 〈도정법〉상의 행정기관의 감독 권한 강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추진중인 공공관리자 제도는 성수지구만 시범적으로 해보고 결과를 평가한 후, 전문가 보완을 거쳐 중·장기로 나눠 추진되길 바란다”며 “공공관리자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차이를 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제안했다.
 
이어 박 과장은 지방 재정의 심각성을 털어놓았다. 현재의 지방 재정 상태로는 공공관리자 제도는 커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상의 기반시설 설치비용도 힘겨워 한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지방에서 그동안 경쟁적으로 촉진지구 지정을 많이 했는데 기반시설 설치비용이 부족해 힘겨워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에 공공관리제도까지 도입하려고 하니 〈도촉법〉 상황과 비슷한 악순환이 또 다시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과장은 “지방 정부에서는 정비사업에 아예 관심을 끊고 기피할 정도다. 지자체장도 표 떨어진다며 최대한 하지 말라고 하는 입장”이라며 “지방 주택시장은 포화 상태로 건설사도 안 들어오기 때문에 정비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방의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과장은 “재정착률이 가장 큰 문제라고 느낀다. 재정착률에 대한 정확한 집계도 없다. 재정착률이 높을 때 공공이 자금투입할 명분이 생긴다”며 “주민을 만나보면 보상에만 관심있고 현금청산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여기에 과연 공공이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지방 상황 검토 부족 인정”=최성태 서울시 공공관리과장은 지방에 대한 고려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6월 공공관리자 제도 발표 후 지난달까지 국토해양부 실무자들과 계속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준비 당시에는 미처 지방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최 과장은 “공공관리자 제도의 법제화 논의는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국토부 실무자들과 함께 진행했는데 당시 우리는 지방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용산사태 후 우리 입장에서 이 제도를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남 돌볼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추진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추진위에 대한 공공관리 비용 반환 요구 문제에 대해서는 반환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이 반환 요구는 공공관리자 제도 초기 논의 당시 재정이 취약한 지방에 대한 보완책이었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서울시에서는 관리비용을 돌려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 싶다”며 “당초 이 말은 지방 재정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검토되었던 내용으로 다시 돌려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있었고 이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 과장은 현재 계류 중인 〈도정법〉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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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못하는 부문 집중
주민 자율적 추진 지원을
 
■ 과도한 공공개입 우려

이날 세미나에서 두 명의 발제자는 과도한 공공의 개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두성규 실장은 공공관리자 제도는 당초 추진 의도와는 다른 공공만능주의를 현실화 시키고자 하는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민 또는 조합원의 진정한 의사 반영을 위한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실장은 “공공은 직접적 개입보다는 주민의 자율적 추진을 지원하고 계도하는 수준의 조정자 역할만 담당하며 첨예한 긴장관계가 발생하는 부문에만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며 “특히, 세입자 문제 및 철거, 이해관계 난제 등 민간 해결이 어려운 부문에 대한 공적 분쟁 해결시스템을 제공하는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공공의 역할은 계획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민간 참여를 위한 수단으로의 공공의 개입만을 진행하며, 부동산 시장 교란 방지를 위해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자금이 사용되는 사업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 사업장에 한해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초기의 자금지원, 분쟁으로 인한 사업 장기화 사업장, 사업장 내 높은 국공유지 비율 문제, 매우 낮은 사업성을 가진 현장 등의 경우 공공개입이 충분히 정당화 될 수 있다”면서 “공공과 민간이 서로 역할분담해 사업진행을 촉진하며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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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통과 어려울 듯” 김성태 의원실 제기
 

공공관리자 제도가 포함돼 지난 7월 입법예고 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토해양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 개정안은 올해 초 용산사태 직후 한나라당 내에 TF팀이 만들어지고 대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알박기도 없애고 철거·시공 분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입법을 추진했다. 용산사태 책임 공방 과정에서도 건설사들이 모두 피해간 사실도 이같은 제도 도입을 채근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 빠른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단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관청 입장에서도 좋고, 조합원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문가들의 문제 지적이 쏟아졌다. 의원실에서도 현실을 파악하고 지적에 대해 수용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관리자 제도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춰 법안을 마련하다 보니 법안의 문제점은 잘 보이지 않았다”며 “그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됐고 지금은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심사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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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도 죽을 맛, 주민들 감시에 긴장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 가운데 두 명의 공무원은 정비사업으로 겪는 공직의 어려움을 토로해 주의를 끌었다.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으로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는 어려움이다.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시 내부에서도 적잖은 반발이 제기되고 있었다. 담당 공무원들은 하루빨리 정비사업 업무에서 떠나려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정비사업을 담당해 온 경력있는 공무원들 조차도 타 부서 발령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성태 서울시 공공관리과장은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으로 서울시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반발이 엄청나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공직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것도 희미해졌다”고 말했다.
 
지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민들은 항상 눈을 부릅뜨고 관청을 주시하고 있다가 관청에서 조금만 실수를 하면 곧바로 달려와 으름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지방 공무원들 역시 정비사업 업무를 모두 싫어한다. 민원도 많고 그러다보면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멱살까지 잡혀야 하기 때문이다.
 
박영홍 대구광역시 도시재생과장은 “지방 역시 고참 공무원들은 정비사업 업무에서 모두 도망가려고 해 경력 1~2년의 8~9급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에 대해 신뢰감이 쌓이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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