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설립때 연번 동의서 의무화… 업계 대혼선
추진위 설립때 연번 동의서 의무화… 업계 대혼선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10.13 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10-13 15:26 입력
  
대부분 시·구 발급기준 없어 대책 ‘시급’
공공관리자 구역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추진위 승인시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도 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연번 동의서 발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 아예 수립돼 있지 않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업관계자들은 발급대상과 비용, 훼손시 재발급 방법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연번동의서에 대한 구체적인 발급 기준이 없어 일선 현장은 물론 지자체들마저 혼선을 겪고 있다”며 “국토해양부나 광역시, 도에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연번 동의서 사용 의무화로 인한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연번 동의서 발급기준 수립 무관심=지난 8월 13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규칙의 개정·공포로 연번동의서 사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서울시 내 지자체들은 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정비구역들이 추진위 승인을 받은 상태여서 동의서에 연번을 부여할 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종로구의 재개발 담당자는 “현재 기본계획 상 정비예정구역들이 모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진위 동의서를 발부할 일이 없다”며 “내년도 기본계획이 나온 이후에나 추진위를 설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번부여 동의서에 대한 별다른 지침은 수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진위 설립을 앞두고 있는 지자체들도 연번 동의서 발급기준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해 추진위 동의서 징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성동구와 지난 1일 한남재정비촉진계획 고시한 용산구 역시 연번 동의서에 무신경한 모습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한남재정비촉진지구는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칭 추진위는 한 곳만 활동할 수 있다”며 “가칭 추진위가 경쟁할 일이 없기 때문에 굳이 연번 동의서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번 동의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로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아야 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강제 사항이기 때문에 가칭 추진위 수와 상관없이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공관리자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연번이 부여되지 않은 동의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시장·군수가 연번을 부여한 동의서로 추진위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경기, 동의서 연번 부여 기준마련 ‘급급’=서울시에 비해 추진위 미승인 구역이 많은 인천시와 경기도 내 지자체의 경우 기준 마련에 급급한 모습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은 연번 동의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보니 공무원이 즉석에서 연번을 부여해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에서는 상급기관에서 통일된 지침을 만들어 줘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구청 담당자는 “연번 동의서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동의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의서 발급을 원하는 주민과 상의해 지침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시청 공무원도 “조만간 촉진계획이 고시될 예정이지만 아직 연번 동의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정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연번을 붙여야 할지, 동의서를 제공해야하는 대상은 어떻게 한정할 것인지 등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기준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진위 동의서는 전국 어디나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지자체마다 기준을 다르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국토부나 도에서 통일된 동의서 발급기준을 수립해 보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굳이 연번까지 붙일 필요가 있냐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시청 담당자는 “동의서를 사고파는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동의서를 변조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확인절차와 연번을 부여하는 기간 동안 사업 추진이 늦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연번을 부여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천시, 추진위설립 동의서 발급기준 마련 ‘눈길’
 

■ 발급기준 내용 및 신청 절차는
지자체들이 연번 동의서에 대한 지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부천시가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 양식 발급기준’을 내놨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기준자체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부천시는 발급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부천시의 동의서 발급기준에 따르면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선 위원장 등 추진위원을 선정한 후 운영규정을 작성해야 한다. 이후 연번부여 신청서를 작성해 동의서 양식과 추진위 선정 증빙자료를 첨부해 시청에 제출하게 된다.
 

이때 연번부여 신청서에는 △(가칭) 추진위 명칭 △대표자 성명 및 주소, 생년월일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사업시행예정구역 △동의서 양식 발부신청 내용(토지등소유자수, 동의서 신청매수) 등을 기재해야 한다.
 

연번부여 신청서에 첨부해야 하는 동의서 양식은 반드시 동의서 첫 장에 추진위원회 임원명단(위원장, 부위원장, 감사)을 기재해야  한다. 또 추진위원 선정 증빙서류는 추진위원회 또는 총회 회의록이나 위원선정 수락서 중 하나를 제출하면 된다.
 

연번부여를 신청하면 시에서는 제출된 동의서 양식에 따라 담당 공무원이 도장을 날인한 후 다시 추진위에게 교부하게 된다. 추진위는 교부받은 동의서를 사용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동의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만약 연번부여 동의서를 분실한 경우에는 연번부여 신청 시와 같은 양식으로 동의서를 작성한 후 분실 번호를 기재해 제출하면 재발급 받을 수 있다.
 

또 연번 동의서 시행 전에 징구한 동의서도 효력이 인정된다. 즉 기존 동의서와 연번이 부여된 동의서를 합산해 동의율이 50%를 초과하면 추진위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지난 8월 개정 시행규칙이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동의서 징구 기준도 변경됐다”며 “이에 따른 주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업무추진에 효율을 높이고자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이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동의서로 인한 가칭 추진위 간의 분쟁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발급대상·연번부여방식 해결을
추진위 난립땐 비용도 문제될판
 

■ 전문가 시각
연번부여 동의서 사용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현장은 물론 지자체마저 혼란을 겪고 있어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연번 동의서를 요구하는 주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동의서를 발급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요건을 갖춰야 동의서를 발급해 줄 것인지 등 발급대상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칭 추진위를 구성한 사람에게만 동의서를 발급해 줄 것인지, 동의서를 먼저 발급받은 후 추진위를 구성해도 되는 것인지에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급 시기도 문제다. 가칭 추진위가 연번부여 동의서를 신청하면 동의서를 제작해 발급할 것인지, 미리 해당구역에 대한 동의서를 제작해 놓고 발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만약 연번 부여를 신청 받은 후 동의서를 제작하게 되면 그만큼 사업 추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동의서 신청자가 적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기본계획이나 촉진계획이 발표돼 동시다발적으로 동의서를 신청한다면 동의서를 제작하는데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지등소유자수가 수천 명에 이를 경우 동의서 제작 기간은 더욱 길어지게 된다. 동의서를 미리 제작해 놓는 것도 쉽지 않다. 한 구역에서 몇 개의 가칭 추진위가 생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무리하게 많은 동의서를 제작해 놓으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작해 놓은 동의서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 나중에 동의서를 신청한 사람은 동의서를 다시 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추진위 설립은 누가 과반수를 먼저 징구하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동의서 제작으로 인해 한쪽이 하루라도 늦게 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 동의서 발급 비용도 문제다. 토지등소유자가 천명 이상인 대규모 구역에 가칭 추진위가 난립할 경우 동의서 제작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실제로 토지등소유자가 천명만 되더라도 시나 구청에서 동의서를 직접 출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 업체에 제작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의서 제작 업체 선정도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외부 업체가 가칭 추진위와 연루돼 있다면 동의서를 두고 또 다른 비리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동의서 훼손이나 분실 시 재발급에 대한 문제나 동의서 접수 시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연번 동의서 사용 의무화는 단순히 연번만 부여하는 것이 아닌 각종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제도”라며 “일선 현장은 물론 지자체들마저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구체적이면서도 통일된 하위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